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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오늘이 백로래.B: 그래? 그럼 내일은 왜가리네.A: 아니, 비둘기.백로가 음력 칠월에 들면 그 해 추석 안에 햅쌀을 먹을 수 있다했는데…. 에효, 올해는 틀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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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흔 기자
2015.09.2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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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뚝, 올라가버린 하늘. 올핸 제대로 한 번 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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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흔 기자
2015.09.2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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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식당. 고등학생쯤? 한 아이의 플라스틱 젓가락에서 면발이 자꾸 미끄러져 내린다. 괜히 부끄러웠는지 묻지도 않은 말을 한다.“젓가락질 잘 못해. 아빠한테 맨 날 혼나고 그래.”“어때. 먹을 수만 있으면 되지. 아빠가 가르쳐줬어?”“아니.”“가르쳐주지 않았으면 혼내지도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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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흔 기자
2015.09.2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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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는 말했다. 자연이 놀랍고 아름다운 까닭은 목련이 쑥잎을 깔보지 않고, 도토리나무가 밤나무에게 주눅 들지 않기 때문이라고.나도 말했다. 자연이 아름다운 이유는 왼손이 오른손 한 일을 투기하지 않고, 다리가 눈더러 걸어보라 강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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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흔 기자
2015.09.0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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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깊어지면 담장을 넘어오던 자동차 소리도 귀뚜라미 울음에 막혀 서성거립니다. 차 한 잔 드실래요? 영혼이 갈색으로 물 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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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흔 기자
2015.09.03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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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아이들과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했다. 인생이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가운데 아이가 “저는 엄마 말 잘 들어요. 빨래도 해요”라고 말하고, 왼쪽 아이는 “저는 쌍둥이에요”라고 말한다. 오른쪽 아이를 쳐다보자 깜짝 놀라며 “저요? 저는 여자예요.”라고 대답한다. 좋은 인생들이었다.- 김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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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흔 기자
2015.09.0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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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함과 마음은 전혀 별개의 것일세. 친절함이라는 것은 단순한 습관이지, 마음과는 다른 것이라네.- 무라카미하루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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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흔 기자
2015.09.0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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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가 그치고 바람이 분다. 콧속을 채우는 바람을 향해 코를 벌름 거려본다. 9시 방향에서 벼 익는 냄새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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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흔 기자
2015.09.0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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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개는 도둑을 보면 꼬리를 흔들고, 주인을 보면 으르렁거린다. 어찌 개만의 이야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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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흔 기자
2015.09.0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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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배우 김 모 씨가 고시원 쪽방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곁에는 소주 몇 병과 휴대전화만 놓여 있었다.……예술은 무신 얼어 죽을, 내사 이 판에 아즉까지 붙어 있는 건, 예술도 술은 술잉께, 내가 좋아하는 쇠주잉께, 쇠주가 이 드러운 세상보다 더 맑응께.- 정한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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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흔 기자
2015.08.27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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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각본으로 연출한 천박한 쇼를 또 보았기 때문일까. 수많은 독재 권력자들과 인터뷰한 저명한 종군기자 오리아나 팔라치의 말이 생각난다.“그들의 공통점은 단지 거대한 탐욕과,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밑도 끝도 없는 잔인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어요.”잔인하다 못해 천박해 보인다. 천박함은 남북을 초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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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흔 기자
2015.08.2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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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의 공포를 견디고, 지독한 가뭄을 견디고, 그리고 아직 가슴을 천근만근 짓누르고 있는 또 다른 공포를 견디고, 그리하여 여름은 그 긴 꼬리를 비로소 내보이고 있다. 초가을 햇빛이 길바닥에 쏟아져 번들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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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흔 기자
2015.08.2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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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꾸 먹어야 하네. 자꾸 먹어 뚱뚱해져야 해. 사람들은 살찌는 걸 싫어하는 모양이지만, 그건 잘못된 방식으로 살찌기 때문이야.”- 무라카미 하루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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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흔 기자
2015.08.2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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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백 년 뒤에는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예외 없이 지상에서 사라져, 먼지나 재가 버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상한 기분이 든다.- 무라카미 하루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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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흔 기자
2015.08.2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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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이 짙어도 너어무 짙다. 지칠 만도 한데 짙다. 그래도 오뉴월 땡볕에 오곡과 백과가 농염해진다니 어쩌겠는가. 하지만 ‘초록이 지쳐 단풍든’다는 미당의 노래처럼,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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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흔 기자
2015.08.2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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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지나치게 빨리 지나가지도, 되돌아가지도 않는다. 나는 여름 낮 한가운데에 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음…, 이를테면, 아직 덥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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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흔 기자
2015.08.2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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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류나무 꼭대기에 조각구름 걸려 있네 / 솔바람이 몰고 와서 걸쳐 놓고 도망갔어요.나무 그늘 밑, 평상에 누워 하늘을 읽는다. 게으른 시간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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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흔 기자
2015.08.25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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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없이 사람을 만나고, 가끔은 정을 주고, 때로는 배신을 하고, 격하게 동감하고, 속이 쓰려도 참고, 내일의 희망을 믿지 않지만 그래도 한 번 더 참고, 멀어진 가족들을 떠올리고, 울음을 삼키고, 자본주의의 종말에 대해 회의하고, 그런데 삶이 하얗게 바래는 느낌이…이런 게 먹고살자고 하는 짓, 그래 밥이나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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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흔 기자
2015.08.2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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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인천국제공항. 사람들 표정은 설레임과 흥분과 여유와…. 떠날 순 없어도 떠나는 사람들의 얼굴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땅을 박차고 사뿐히 날아오르는 비행기 뱃바닥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이르쿠츠크 바이칼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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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흔 기자
2015.08.25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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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캉스의 어원이 ‘방황하다’라는 뜻에서 왔다나? 더위를 피해 ‘방황하다’ 돌아오면 정리된 삶을 살 수 있다는 뜻일 게다. 늘 방황하며, 허둥지둥 사는 나는 바캉스가 필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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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흔 기자
2015.08.25 1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