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분쟁은 더 이상 특정 사례나 일부 소비자의 불만으로 치부할 단계가 아니다. 국민의 80% 이상이 가입한 보편적 금융상품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7,500건 이상 분쟁이 반복되고 있다. 도수치료·백내장·무릎주사 등 비급여 3대 쟁점이 전체 분쟁의 절반을 넘긴 현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경고 메세지를 보냈지만 시장은 사실상 방치돼 왔다.금융감독원이 실손보험을 ‘뿌리부터 뜯어고칠’ 전면 구조 개편에 나선 것은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실손보험의 문제는 현장에서 매일같이 되풀이되는 해석 충돌에 있다. 포괄적 약관, 치료 범위에
올 국내 보험시장은 겉으로는 안정적이지만, 그 속은 수익성 악화·판매채널 과열·규제비용 증가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글로벌 보험중개그룹 갤러거리(Gallagher Re)는 ‘APAC Market Watch 2025’ 보고서에서 한국 시장을 성숙한 시장 중 가장 높은 경쟁 강도를 가진 지역으로 분류하며, ‘성장률보다 수익성, 양보다 품질이 향후 생존의 기준이 될 것’이라 진단했다.국내 손해보험사의 수입보험료는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의 손해율이 악화되며 영업이익률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생명보험
한미 양국이 최근 마무리한 관세협상은 자동차, 반도체, 에너지 등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한 ‘투자·보증 패키지 협정’으로 요약된다. 표면상 금융·보험 산업은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협상문 밖, 산업 인프라를 떠받치는 보험의 역할은 이미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정부가 약속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와 금융지원은 대규모 프로젝트 자본이 움직이는 구조다. 대형 조선·에너지 플랜트, 반도체 생산라인 구축 등에는 필연적으로 보증보험과 프로젝트파이낸싱보험이 수반된다. 이는 단순한 위험 보장 수단이 아니라, 자본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을 둘러싼 의료계와 보험업계의 갈등이 단순한 해석의 차원을 넘어 제도 신뢰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지난 26일 있은 대한신경외과의사회 추계학술대회에서 공식 제기된 문제들을 살펴보면, 보험사의 ‘비용 효율’ 논리는 의료계의 ‘의학적 판단’을 침범하는 위협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의료계, “치료의 판단은 의사의 전문영역”환자에게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의학적 전문성의 영역이며, 이를 보험사가 자의적 기준으로 재단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특히 최근 논란이 된 백내장 수술·도수치료 등 비급여 항목에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이 최근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사모펀드 시장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불완전판매와 내부거래 차단을 내세우고 있다.하지만 그 칼날은 단순히 운용사만이 아닌 보험산업 전반에도 미묘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체투자와 사모펀드 연계를 통해 장기수익을 추구해온 보험사들에, 이번 개정안은 새로운 ‘규제 리스크’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법조계에서는 ‘투자자의 보호’와 ‘기관투자자의 자율성’ 사이에서 균형을 놓친 입법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보험산업은 장기부채를 보유한 산업이다.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기
올해 전개된 글로벌 보험산업의 인수·합병(M&A)은 단순한 점유율 경쟁이 아니다.위험 지형이 바뀌고, 수익 논리가 재편되는 시대로 보험사들은 이제 생존을 위해 ‘국경을 넘는 확장’을 선택하고 있다.미국과 유럽은 구조조정의 파고 속에서 재편을, 아시아는 내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해외 공략을 택했다.그중 국내 DB손해보험의 미국 포테그라(The Fortegra Group) 인수는 산업 패러다임 전환의 서막이었다.◇ 정체의 늪에서 M&A로 탈출하다올 글로벌 보험업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방어적 성장’이다.딜로이트, 스위스리(Swiss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기후 리스크의 복합화로 인해 보험사가 사후 보상자가 아닌, 사전 위험 관리자(Climate Consultant)로 진화하고 있다’는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았다.전통적으로 보험은 손실이 발생한 이후의 복구를 담당했다. 그러나 요즘 기후 위기는 이 순서를 완전히 뒤집어 놓고 있다는 것이다.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혹독한 현실이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 규모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보험사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캘리포니아의 산불, 유럽의 홍수, 일본의 태풍은 더 이상 ‘예외적 사
보험은 오랫동안 위험을 분산시켜 사회의 안정을 유지해 온 가장 오래된 금융제도다. 그러나 지금, 그 제도가 흔들리고 있다. 세계보험연맹(GFIA)은 지난 1일 ‘보험 가입 가능성의 도전에서 기회로: 보호로 가는 길’(Pathways to Protection: From Challenges to Opportunities in Insurability) 보고서에서 ‘보험 가능성(Insurability)의 위기’를 경고했다.기후재난과 사이버공격, 지정학적 갈등이 겹치며 보험의 기본 전제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문제는 단순히 보험의
금융감독원이 금융소비자보호처를 ‘총괄본부’로 격상하고, 원장 직속의 금융소비자위원회까지 신설하는 조직 개편에 나섰다. 금융소비자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는 선언이자, 지난 수년간 이어져 온 ‘소비자 보호 미흡’ 비판에 대한 응급 처방이다. 문제는 이 변화가 보험업계에 가장 직접적이고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보험산업은 금융권 민원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만큼 소비자 갈등이 집중돼 있고, 불완전판매·보험금 지급 지연 같은 이슈는 업계의 고질적 문제로 자리 잡았다. 금소처가 총괄본부로 격상되면 민원과 분쟁 조정은 단순 중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보험회사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과거 보험사는 ‘위험을 나누는 금융기관’이라는 정의 속에 스스로 모든 절차와 고객 접점을 책임졌다. 계약, 청구, 심사, 보상, 고객 응대까지 직접 챙기며 안정성을 무기로 삼았다.그러나 2025년 현재, 글로벌 보험사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있다. 더 이상 모든 업무를 내부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무너졌다. 비용 절감, 기술 혁신, 규제 대응—이 세 가지 키워드가 보험사의 생존 공식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특히 주목해야 할 흐름이 보험 아웃소싱(Insurance Outso
금융감독원 개편을 둘러싼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공공기관 지정 논란,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 감독·검사 기능의 위상 재조정까지, 금감원의 정체성과 권한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변화가 한꺼번에 몰아치고 있다.17년 만에 국회 앞에 선 노조의 집회는 그 저항의 상징이자, 조직 운명을 건 정면 충돌의 서막이다.그런데, 보험업계의 눈에는 이번 사태가 다른 결로 비치는 것은 왜일까?금감원은 독특한 존재다. 정부 조직도 아니면서, 금융사들이 내는 ‘갹출금’으로 운영하면서, 감독 대상이 곧 재원 제공자라는 구조적 '모순'을 갖고 있는 참 이
OECD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Protection Gaps in Insurance for Natural Hazards and Retirement Savings in Asia)는 아시아 주요국에서 자연재해 보험과 은퇴저축 분야의 ‘보호 격차(Protection Gap)’가 심각하다고 경고했다.이 보고서의 내용은 한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 위험이 커지고, 초고령 사회 진입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보험과 연금의 사각지대 해소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자연재해 보험 격차, 한국도 예외 아니다OECD 보
세계 재보험 시장이 거대한 구조적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145년 역사의 글로벌 재보험사 뮤니크리(Munich Re) 이사회 멤버 슈테판 골링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헤지펀드와 패밀리 오피스 등 민간 자본의 급격한 진입이 전통적인 재보험 구조를 흔들고 있다”고 경고했다.그가 지적한 문제의식은 단순히 글로벌 시장만의 이슈가 아니다. 기후위기와 재해 빈발로 리스크 관리에 직면한 국내 보험업계에도 직접적 함의를 던진다.전통적으로 재보험은 ‘보험사의 보험’으로 불리며 수 세기 동안 대형 재난에 대한 안정적 보장 구조를 형성해왔
보험산업은 단순히 ‘위험을 보장하는 사업’을 넘어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최근 미국 보험 데이터 솔루션 회사인 지웨이브(ZYWAVE)가 분석한 ‘위험 가속의 시대, 대응 전략 2025’(Navigating the Escalating Risk Trajectory 2025) 보고서는 이 변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핵심 메시지는 분명하다. 위험은 단순히 변하는 것이 아니라 가속화되고 있으며,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것이다.인공지능 시대의 새로운 그림자AI는 금융, 제조, 의료 등 모든 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혁신의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가 대형 보험회사에 부과하는 교육세를 두 배로 올릴 모양이다. 표면적 명분은 교육재정 확충이다. 교육세의 본질은 ‘목적세’다. 그러나 이름만 그렇지 사실상 ‘일반세’화된 세금이다.원래는 교육 분야 재정 보강을 위해 1982년 도입됐다. 세금 사용처는 여전히 불투명하고, 교육 외 영역으로도 얼마든지 전용될 수 있다. 일례로, 담배값에도 교육세는 붙어있다. 국민들이 담배를 피우면 피울수록 우리나라 교육 재정은 풍성해진다. 시쳇말로 ‘국민 몸 팔아‘ 교육에 이바지 한다는 거다. 교육에 이바지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웃자는 얘기다.◇ 교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가 법원이 상호관세 정책을 위법하다고 판단할 경우 미국 경제가 ‘대공황’ 수준의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보도에서, 미국 법무부가 연방순회항소법원에 제출한 서한을 인용하며, 패소할 경우 국민이 집을 잃고 사회보장제도와 메디케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트럼프 대통령 역시 SNS를 통해 “법원이 우리의 관세를 뒤집으면 대공황이 올 것”이라고 주장하며 사법부를 압박했다.이 같은 행보는 예산과 경제 구조상 과장이라는 지
인공지능(AI)과 가상비서, 그리고 무수한 스마트 디바이스가 인간의 일상을 재구성하고 있다.이제 ‘기술’은 도구를 넘어 상호작용의 주체로 진입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 속에서 인간다움을 유지한 채 기술과 공존할 수 있을 것인지 묻고 있다.글로벌 보험그룹 맵프리(MAPFRE)가 발간한 보고서 ‘상호작용의 미래’(The Future of Interaction)는 2035년을 가정해, 인간과 기술의 상호작용(인터랙션)이 어떤 방식으로 변화할 수 있는지를 4가지 시나리오로 예측했다.이 보고서는 특히 보험산업이 마주할 기회와 위기를 냉철하게
최근 몇 년 사이 해커들의 타깃이 변화하고 있다. 은행, 증권사, 카드사 같은 전통적 금융기관에서 보험사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보험사는 한 사람의 인생을 총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민감한 정보의 보고(寶庫)다.주민등록번호, 직업, 수입, 병력, 심지어 가족력까지 계약서 한 장에 담겨 있다. 특히 생명·건강보험 상품은 병원 이상의 의료정보를 요구하기도 한다. 국내 금융보안원은 “보험업권이 수집·보유하는 개인정보 및 건강정보가 타 금융업권 대비 다양하고 민감하다”고 2023년 보고서에서 밝힌 바 있다.이처럼 정보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5년 5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출생아 수는 2만309명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3.8% 증가했다.5월만 비교하면 2021년(2만1922명)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출생아 수는 지난해 7월부터 11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를 기록했다.초저출산에 시달려온 한국 사회에 반가운 소식임이 틀림없다. 과연 반등하고 있는 것일까?이번 증가세를 해석하는 데에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정부는 출산 장려 정책의 효과가 일정 부분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한다.2022년부터 시행된 각종 지방자치단체의 출
행동경제학은 보험 산업의 오랜 과제였던 ‘정보 비대칭’, ‘불신’, 그리고 ‘소극적인 건강 관리’ 문제를 해결하는 강력한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이는 보험사가 더 정확하게 위험을 평가하고, 고객은 더 공정한 보험료와 함께 개인화되고 투명한 경험을 누리는 선순환을 만들어낸다.생명보험 언더라이팅의 경우 가입자의 건강 상태나 생활 습관 등 민감한 정보를 바탕으로 위험을 평가한다.이때 고객이 자칫 정보 공개에 소극적이거나 심지어 왜곡하는 경우가 발생하곤 한다.이는 가입자가 보험료 인상이나 가입 거절에 대한 두려움, 혹은 ‘낙인효과’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