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보험회사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보험사는 ‘위험을 나누는 금융기관’이라는 정의 속에 스스로 모든 절차와 고객 접점을 책임졌다. 계약, 청구, 심사, 보상, 고객 응대까지 직접 챙기며 안정성을 무기로 삼았다.
그러나 2025년 현재, 글로벌 보험사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있다. 더 이상 모든 업무를 내부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무너졌다. 비용 절감, 기술 혁신, 규제 대응—이 세 가지 키워드가 보험사의 생존 공식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흐름이 보험 아웃소싱(Insurance Outsourcing)이다. 'The Business Research Company'의 보험 아웃소싱 보고서(Insurance Outsourcing Services Global Market Report 2025)는 이 변화를 숫자로 확인시켜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보험 아웃소싱 서비스 시장은 약 350~45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하며, 2030년까지 연평균 10~15%의 고성장을 지속할 전망이다.
보험 아웃소싱은 말 그대로, 보험사가 본연의 핵심 업무를 제외한 다양한 영역을 외부 전문 업체에 맡기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 고객센터(15~20%)를 넘어, 클레임(청구) 관리(30~35%), 문서 처리·검증(20~25%), 규제 준수와 리스크 관리(5~15%), 백오피스 데이터·회계(10~15%) 등 보험사의 심장부와 맞닿은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다.
특히 AI와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PA), 머신러닝이 빠르게 도입되며, 단순 위탁을 넘어 기술혁신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웃소싱 서비스 업체의 약 40~50%가 AI 기반 자동화 기능을 이미 제공하거나 준비 중이다.
보험사가 외부로 눈을 돌리는 데는 세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비용 압박이다. 고금리·고임금 시대, 보험사는 인건비와 운영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외주화를 적극 검토한다. 아웃소싱을 통해 10~25% 수준의 비용 절감 효과가 가능하다는 내부 사례도 속속 등장한다.
둘째, 규제와 컴플라이언스다. 개인 정보 보호법, GDPR 등 글로벌 데이터 보호 규제는 날로 강화된다. 보험사는 복잡한 보고·감사·보안 요건을 내부 인력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전문성을 갖춘 외부 파트너와 협업이 더 안전하고 효율적이다.
셋째, 디지털 전환이다. 모바일 청구, 온라인 계약, AI 상담 등 ‘보험의 디지털화’는 속도를 높이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데이터 과학, 클라우드, AI 역량이 필수다. 이를 모든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보유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은 현재 글로벌 보험 아웃소싱 시장의 25~30%를 차지하며, 연평균 12~16%라는 가장 높은 성장률이 예상된다. 디지털 보험의 확산, 인구 고령화, 빠른 모바일 보급이 아웃소싱 수요를 폭발적으로 키우는 중이다.
한국 보험산업의 연간 총보험료 규모는 약 2,200억 달러로, APAC 전체 보험료의 8~10%를 차지한다. 이를 기준으로 추정하면, 한국의 보험 아웃소싱 서비스 시장은 2025년 약 7억~12억 달러, 2030년에는 13~20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자동차·건강보험 클레임 처리, 고객센터 및 다국어 지원, 규제 준수·데이터 보안 분야에서 수요가 크다. 개인정보 보호와 금융보안 규제가 엄격한 한국의 특성을 감안할 때, 보안·규제 대응 역량을 갖춘 국내·글로벌 BPO 업체가 성장의 핵심 주자가 될 것이다.
이 거대한 변화를 한국 보험사와 정책 당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아웃소싱은 단순히 비용을 줄이는 수단이 아니다. 파트너가 곧 브랜드의 얼굴이 된다. 데이터 보안·품질 관리·SLA(Service Level Agreement) 등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또 보험사가 IT 스타트업·AI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내부 인력은 핵심 리스크 관리와 상품 개발에 집중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단순 외주가 아니라 협력적 파트너십(collaborative partnership) 모델이 미래형이다.
금융 감독기관은 아웃소싱 확대에 따른 개인정보 보호·데이터 국외 이전 규제를 명확히 하고, 동시에 AI·데이터 분석 인재를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