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경제학은 보험 산업의 오랜 과제였던 ‘정보 비대칭’, ‘불신’, 그리고 ‘소극적인 건강 관리’ 문제를 해결하는 강력한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는 보험사가 더 정확하게 위험을 평가하고, 고객은 더 공정한 보험료와 함께 개인화되고 투명한 경험을 누리는 선순환을 만들어낸다.

생명보험 언더라이팅의 경우 가입자의 건강 상태나 생활 습관 등 민감한 정보를 바탕으로 위험을 평가한다.

이때 고객이 자칫 정보 공개에 소극적이거나 심지어 왜곡하는 경우가 발생하곤 한다.

이는 가입자가 보험료 인상이나 가입 거절에 대한 두려움, 혹은 ‘낙인효과’ 때문이다.

낙인효과는 어떤 사람이나 집단에 대해 부정적인 꼬리표나 ‘낙인’을 찍으면, 그 사람이 그 꼬리표에 맞춰 행동하게 되거나 혹은 그 낙인 때문에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전통적인 방식은 이러한 심리적 장벽을 간과했지만, 행동경제학은 인간의 인지적 편향을 역이용하여 솔직함을 유도한다.

예를 들어, ‘담배를 피우십니까?’ 대신 ‘대부분의 사람이 인생에서 한 번쯤 담배를 피울 수 있습니다.

그러한 경험이 있으신가요?’와 같이 질문을 재구성하면 보다 솔직한 응답을 유도할 수 있다.

또한, 광범위한 질문 대신 ‘혈압, 당뇨, 갑상선 질환 중 앓았던 경험이 있으세요?’처럼 구체적이고 세분화된 질문을 제시하거나, 신청 프로세스 초반에 ‘정직 서약’을 배치하는 것도 행동경제학적 통찰이 담긴 전략이다.

이는 고객이 느끼는 심리적 부담을 줄여 자발적으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돕고, 결과적으로 보험사는 더 정확한 위험 평가를 통해 공정한 보험료를 책정할 수 있게 된다.

보험 상품은 무형의 서비스이며, 보험금 지급이라는 최종 경험은 미래에 발생한다.

따라서 고객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보장받고 싶어 한다.

행동경제학은 이러한 심리를 이해하고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우선, ‘인지적 유창성’(Cognitive Fluency)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보험약관이나 상품 설명서를 쓸 때, 보험 전문 용어 대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상 언어로 풀어서 설명하고, 인포그래픽이나 플로우차트를 활용, 시각적으로 단순화하면 고객은 정보를 더 쉽게 이해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또한, 보험금 청구와 같은 민감한 과정에서 투명하고 예측가능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청구 접수부터 심사 진행, 지급 예정일까지 각 단계를 시각적인 ‘진행바’(progress bar)나 명확한 알림 메시지로 고객에게 알려주는 시스템은 고객의 불안감을 크게 줄여준다.

이는 고객이 모든 과정을 통제하고 있다고 느끼게 하여 보험사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단순히 보험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고객의 건강 증진을 유도하고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데에도 행동경제학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넛지’(Nudge) 전략이다. 고객이 건강 검진을 꾸준히 받거나, 웨어러블 

기기와 연동하여 일정 목표 걸음 수를 달성할 경우 보험료를 할인해주거나 포인트를 지급하는 건강 증진 프로그램이 그 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혜택을 ‘손실 회피’ 프레임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단순히 ‘할인 혜택’을 강조하기보다 ‘건강을 관리하지 않으면 받을 수 있는 추가 할인을 놓치게 됩니다!’와 같이 접근하면 고객의 행동 변화를 더욱 강력하게 유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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