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는 투자이익 방어, 손보는 車·기후 리스크에 흔들

국내 주요 보험사들이 3분기 누적 실적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간 실적 격차가 다시 한 번 뚜렷하게 드러났다. 

생보업계는 투자이익 회복과 신계약서비스마진(CSM) 확대 덕에 대체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 반면, 손보업계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과 자연재해 영향 등으로 수익성이 약화되는 구조가 재확인됐다.

<> 생보업계, 투자수익 회복, 신계약 포트폴리오의 질적 개선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보사 가운데 가장 높은 실적을 거둔 곳은 삼성생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생명은 3분기 누적 순이익이 2조2천322억원으로 전년 대비 3.1% 늘었다. 

배당과 대체투자 등 운용부문의 견조한 수익이 지속되면서 대형 생보사 특유의 안정적 손익구조가 유지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교보생명도 8천844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해 안정적 성장세를 이어갔다. 

미래에셋생명은 1천638억원으로 전년 대비 134% 넘게 증가하며 생보사 중 가장 두드러진 성장률을 보였다.

 보장성 중심의 신계약 확대가 보험영업이익을 높였고, 운용손익 개선도 동반된 결과로 풀이된다. 

한화생명 역시 3천74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415% 증가했다. 

비용 구조 개선과 CSM 기반 수익성 회복 효과가 실적을 견인했다.

신한라이프는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5,14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0.1% 증가한 반면 동양생명은 1,099억 원으로 전년 대비 55.1% 급감했다. 보험영업손익과 신계약 수익(CSM) 모두 20% 이상 줄며 전방위 부진이 확인됐다.

ABL생명 역시 709억 원으로 소폭 개선세를 보였지만, 전반적인 흐름은 둔화였다.

투자·운용 부문에서 호조를 보인 가운데 연납화보험료(APE)도 증가세를 보이며 역대급 실적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생보 업권의 실적 개선은 공통적으로 투자수익 회복, 신계약 포트폴리오의 질적 개선, CSM 확대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시장 변동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생보사들은 부동산·대체투자, 배당수익 등 다양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유지해 단기 충격을 흡수했다. 

보장성 중심의 상품 구조 개편과 계약 관리 효율화도 이익 체력을 높인 요인으로 꼽힌다.

<> 손보사, 보험영업 손익 부진으로 고전

반면 손보업계는 보험영업 손익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메리츠화재는 3분기 누적 순이익이 1조4천511억원으로 전년 대비 2.8% 감소했다. 

매출 규모와 시장 지위는 견고하지만 자동차보험·일반보험의 손해율 상승이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삼성화재도 1조7천836억원으로 4.4% 줄었고, 현대해상은 1천832억원으로 14% 감소했다. 

흥국화재 역시 1천59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감소했고, DB손해보험은 1조1천999억원으로 24% 줄며 손보사 중 가장 큰 폭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한화손보는 3분기 누적 순이익이 2,942억원으로 전년 대비 14.9% 감소했다.

3분기 단독 순이익도 716억원으로 21.3% 줄었다. 자동차·일반보험 사고 증가와 함께 장기보험 금리 예실차 악화가 수익성 하락의 주요 요인이었다.

롯데손보의 3분기 누계 순이익은 9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97억원에 비해 42.0% 늘었다. 누계 영업이익은 1,29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892억원에 비해 45.0% 증가했다. 누계 보험영업이익은 369억원으로 장기보장성보험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KB손해보험은 누적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한 7,669억원을 기록했고 하나손보는 323억 원의 적자를 기록해 이익 전환에 실패했다.

NH손해보험도 전년 대비 12.1% 감소하며 전체적으로 둔화세를 면치 못했다.

손보사들의 실적이 흔들린 배경에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가 가장 크게 자리한다. 

최근 기후 이변, 교통량 증가, 정비·부품 단가 상승 등이 겹치면서 일부 손보사는 분기 기준 자동차보험이 적자 전환하는 상황도 나타났다. 

자연재해·집중호우 등 기후 리스크에 따른 보험금 지급 증가, 실손보험 청구 증가에 따른 의료비 부담 확대도 손보사들의 수익 기반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투자이익이 장기적으로 안정적 수익원 역할을 하고 있지만, 보험영업 부문의 손실을 완전히 상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따른다.

<> 업권별 대응 전햑 차별화 필요

보험업계 전체로 보면 생보는 운용수익 회복과 CSM 중심의 체질 개선을 기반으로 ‘안정적 상승 곡선’을 그린 반면, 손보는 자동차보험 중심의 손해율 악화와 기후위험 확대라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하며 업종 간 온도차가 더욱 확연해진 분기였다. 

금융당국의 자동차보험 적정 요율 논의, 실손보험 손해율 관리 강화 기조, 재보험 구조 조정 등이 향후 손보사 실적의 주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업권의 수익 기반이 생보는 장기적 투자수익과 CSM 중심으로 이동하고, 손보는 언더라이팅 관리 능력에 따라 기업별 실적 편차가 커지는 국면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업권별 대응 전략의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이어 “생보는 장기 자산의 듀레이션 관리와 대체투자 비중 조정 등 안정적 운용전략이, 손보는 위험 기반 요율 조정·보상관리 고도화·기후 리스크 대응체계 재정립 등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보험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각사 경영전략이 실적 격차로 드러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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