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 이어 DB손보도 특별 시상 제공키로
장기인보험 끼워팔기 필연적…승환계약 우려도
과거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을 집중적으로 판매해 온 손보사들이 잇따라 4세대 실손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높은 손해율에 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돈’을 들여 낮을 손해율이 예상되는 상품으로 갈아태우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장기인보험 설계가 불가피한데, 포화된 시장에서 신계약을 유치를 위해 승환계약도 대거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DB손보도 4세대 전환에 팔 걷어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은 이달 ‘4세대 실손전환 활동 우수PA’ 목표 달성 지원안을 내걸었다.
지원안 내용을 보면 2013년 3월까지 판매된 1, 2세대 실손보험 상품을 4세대 계약전환용 실손보험으로 전환에 한해 이뤄진다.
구 실손보험 단독 전환 건에 대해서는 전환 실손보험료의 200%, 구 실손보험 전환에 추가 계약건이 붙으면 전환 실손보험료의 400% 지급을 약속했다. 여기서 추가 계약건은 장기인보험을 말한다.
DB손보 관계자는 “전속채널에서만 시행되고 있다”며 “4세대 실손보험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설계사가 단독 실손보험을 팔았다고 해서 보험사가 수수료를 이처럼 책정해 지급하는 건 이례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실손보험은 대체로 보험사와 설계사 모두에게 돈이 안 되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일부 소비자의 모럴해저드로 이미 높은 손해율을 경험했다. 실제 실손보험 손해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31.0%로 3년 전(121.8%)보다 10%p 가까이 급등했다. 100원의 보험료를 받아 131원을 지급했다는 설명이다.
설계사 입장에서도 돈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예컨대 월 보험료 5만원짜리 실손보험료 계약을 받아도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1만원 미만이다.
이런 가운데 보험료의 200%, 400%를 수당으로 지급한다는 건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태우기 위해 파격적 조건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앞서 현대해상이 먼저 보였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11월 ‘4세대 실손 활성화 시상’으로 4세대 실손보험 판매 실적에 따라 스타일러, 김치냉장고, 갤럭시탭 등 고급 가전제품을 지급하기도 했다.
손보업계에서는 과거 실손보험 판매량이 많았던 현대해상과 DB손보의 경우 손해율 부담이 타사 대비 크기 때문에 더 공격적으로 4세대 전환을 유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화재는 현대해상과 DB손보보다 1·2세대 실손보험에 대한 부담이 없는 만큼, 4세대 전환에 따른 이익 구조를 따지는 것으로 보인다. 4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할 경우 50% 보험료 할인을 해줘야 하는데, 기존 실손에 대한 부담이 없는 만큼 전환에 따른 4세대 실손보험의 향후 손해율 악화 가능성이 있어서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현대해상과 DB손보의 경우 무조건 1·2세대를 4세대로 전환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갈아태우는 전략을 단행했을 것”이라며 “반면 삼성화재는 계산기를 두드려보면서 고객 이탈 등을 신중히 따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승환계약 유도 건 많을 수도
다만 4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승환계약이 대거 발생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험사들은 실손보험이 돈 안 되는 상품인 만큼 단독 계약을 대체로 거부한다. 이에 장기인보험을 끼워팔도록 권고하는데, 가구당 보험 가입률 98%를 넘긴 상황에서 기존 계약을 해지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금 청구가 없는 소비자의 경우 4세대 전환이 유리한 만큼, 설계사들의 많은 접촉이 있을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보장분석을 이유로 기존 계약을 해지토록 하는 승환계약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