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보험 한도 경쟁에 자기부담금 신설
직전 상품 구조보다 안 좋아져…절판까지

“7월부터 운전자보험이 안 좋아질 수 있으니 지금 가입해야 합니다”

보험영업을 하는 설계사들의 상품 안내장이나 이들이 운영하는 블로그 및 SNS 등을 보면 요즘 흔하게 볼 수 있는 표현이다.

현재 손해보험업계에서는 7월부터 운전자보험 특약 중 교통사고처리지원금(교사처)과 변호사선임비 등에 대해 20%의 자기부담금이 신설되는 게 기정사실화 돼 있다.

운전자보험 특약에 자기부담금이 신설된 계기는 무엇일까.

변호사선임비 특약은 지난해 10월 DB손해보험이 업계 최초로 출시하고, 같은해 11월 손해보험협회로부터 3개월의 배타적사용권을 부여받았다.

이 담보는 타인의 사망 및 중대법규 위반 사고에 대해 실제 변호사 선임에 따른 비용을 경찰조사 후 종결(불송치), 약식기소 또는 불기소 종결 시에도 보장하면서 인기를 얻었다.

이에 DB손보의 단독 판매 기간이 만료되면서 손보사들은 너도나도 동일 유형의 상품을 선보였다.

문제는 경쟁사들이 인기 담보를 신설하면서 가입 가능한 한도를 점진적으로 높이면서 발생했다.

처음 5000만원이었던 가입 한도는 7000만원으로 올랐고, 이후 1억원까지 올랐다. 처음과 비교하면 두 배 확대된 셈이다.

DB손보가 해당 특약을 선보인 이후 인기를 끌었던 만큼, 이후 소비자들에게 더 큰 가입 매력을 제공해 매출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한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계에서는 변호사들의 배만 불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불필요한 변호사 선임을 조장하고 변호사 선임비용 부풀리기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도 가입 한도가 치솟자 지난 3월 ‘형사합의금 및 변호사선임비용 가입금액 운영 시 유의사항’을 통해 해당 특약의 보장 한도가 실제 발생할 수 있는 변호사 수임료보다 높을 수 있다고 주의를 요구했다.

이에 가입 가능한 한도는 다시 5000만원으로 내려갔다.

이전과 동일한 수준으로 조정됐지만, 달라진 건 자기부담금 20%가 남았다는 점이다.

손보사들의 경쟁이 심화하기 직전의 상품과 비교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되려 상품 구조가 더 안 좋아진 셈이다.

예컨대 이전에는 5000만원 한도로 가입하면 고스란히 가입금액을 보장받을 수 있었지만, 자기부담금이 생긴다고 예고된 7월부터는 5000만원의 비용에 대해서는 20%인 1000만원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이는 손보사들이 매출 경쟁을 위해 한도를 높이지 않았다면 자기부담금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란 걸 의미한다.

손보사 매출 경쟁으로 소비자의 금전적 부담이 생겼다.

그런데 여기에 손보사들은 운전자보험이 더 안 좋아질 수 있다는 걸 절판마케팅으로 이용하고 있다.

설계사들에게도 이러한 절판마케팅은 곧장 실적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결국 보험사와 설계사는 한도 경쟁과 절판으로 돈을 벌었다.

변호사선임비 특약이 처음 개발됐을 당시에는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보완하기 위한 차원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잇따른 욕심에 모럴해저드 위험률을 높였고, 결국 자기부담금까지 신설되면서 이전에는 없었던 소비자 부담까지 생겼다.

높은 한도로 가입을 원하는 소비자가 많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타사와의 경쟁에서 매출을 끌어오기 위한 욕심에 없었던 기준이 생기고 이전보다 못한 상품으로 퇴보한다면 무의미한 경쟁이 될 수도 있다.

저작권자 © 보험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