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출신 기관장의 전문성도 물음표···관행 개선돼야

2020년 1월 신임 보험연수원장으로 취임한 민병두 전 국회의원은 정희수 전 생명보험협회장에 이은 보험연수원의 산하기관 독립 이후 두 번째 정치인 출신 원장이다.

업계는 국회 정무위원장을 지낸 민 원장의 금융 관련 경험을 높게 평가해 원장후보추천위원회(원추위)에 단독 추대한 것으로 봤지만, 일각에서는 보험연수원이 정치인 출신을 잇따라 선임한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연수원의 업무는 지극히 보험업 내부적인 것이기 때문에 정치권 인사의 영향력이 필요치 않은 자리”라며 “헌데 정치권 인사를 영입하는 의도를 알 수 없을뿐더러 이들로 인해 그간 유관 부서들의 인사 문제까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제부터는 실마리를 풀어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시간이 흐르고 임기 만료가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민 원장의 후임은 확정되지 않았으며, 현재 보험연수원은 별도 직무대행 없이 현행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총선 공천에 낙마한 인물들을 금융공기업 장의 자리에 앉히는 기존 관행을 고려했을 때, 공천이 끝나고 나서야 후보 선정에 진전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보험연수원은 부원장 자리도 공석인 상황이다. 고봉중 전 부원장이 물러난 뒤로 부원장 선임을 무기한 중단했으며, 이는 정희수 원장 재임 시절 보험연수원의 내부 승진 문화를 약속한 데서 기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통상 생명·손해보험협회에서 번갈아 선임되던 선례에서 벗어난 경우로, 당초 유력 부원장 후보였던 김홍중 생보협회 수석 상무의 거취가 불분명해지자 현재 협회 내부 인사 교체도 정체된 상황이다.

이런 정치적 이슈로 인한 인선 지연은 비단 보험연수원에서만 보이던 것이 아니다.

보험개발원과 보험연구원도 2022년 각각 임기가 만료된 원장 선임 절차가 지연된 바 있다.

새해 벽두가 지나 주요 업무 계획 수립이 완료됐을 상황에서, 이런 기관장 후임 인선 지체는 전문기관에서 세워둔 계획을 추진하는 데에도 저해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보험설계사 위탁교육 및 민간자격시험 등을 실시하는 보험연수원의 장으로 굳이 정치인을 선임했다는 부분에서도 의문점이 남는다.

보험연수원은 보험사로부터 받은 분담금을 재원으로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는 보험 전문기관으로, 교육 지원 측면에서 보험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업계를 대변하는 목적을 어느정도 가진 생·손보협회나 연구원, 연수원 등에 비해 정치인 출신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비록 정무위원장 경력을 통해 업계에 관해 어느 정도 통찰력을 보유하고 있겠지만, 보험 관련 업무 수행 능력이 전무한 인물을 원장으로 선임한 점은 보험연수원의 설립 목적에 부합하지 않다.

보험연구원은 2019년 역사상 첫 내부 출신 원장으로 안철경 전 부원장을 임명했다.

2012년부터 원내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쳐온 안 원장은 활발한 연구활동으로 국내 보험산업의 싱크탱크 기능을 충실히 이끌어 낸 업적을 인정받아 연임까지 성공했다.

이는 보험업계 전문 기관이 정치 사안에 따르지 않은 인선에도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선례로 보여진다.

그간 반복된 정치인 출신의 기관장 선임으로 보험 유관기관에 보이지 않는 낙하산 인사 지적도 끊이지 않았던 상황이다.

최근 공천 절차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총선 경쟁이 불붙은 가운데,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험산업의 미래를 위해 기존 반복되던 인사 관행을 되돌아보는 시간도 가져보는 것도 필요하다.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내부 출신 인재들이 충분한 상황에서, 굳이 정치권 인물 영입을 위해 인사 일정을 미뤄야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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