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니어를 보면 한국 시니어 미래가 보인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이 20%를 초과하는 초고령 사회 문턱까지 왔다. 17개 광역시·도 중 8곳은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초고령 사회의 세상은 얼마나 달라질까?

사회보장비 급증 등의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잇따른 노인 폄하 발언 등에서 보듯 세대 갈등 심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초고령 사회의 세세한 현상 파악에서 이미 접어든 일본 등 해외사례 등을 통해 과연 실(失)이 더 많을지 알아본다. (편집자 주)

#1 최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일본 시니어 성인물 배우들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50대 후반에 성인물 배우를 시작한 도다 에미(여성, 65세), 83세이던 2017년 세계기록(GWR)에서 최고령 성인물 배우로 인정받은 도쿠다 시게오(남성), 80대 초반에 데뷔한 오가사와라 유코(여성, 88) 등.

“현재 (일본에서) 노년층 소비자들이 성에 대한 욕구와 구매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노인 여성 성인물 전문 제작사 프로듀서의 분석도 덧붙였다.

#2 작년 5월 ‘89살 할머니도 씩씩하게 살고 있습니다’는 번역서(인디고)가 출간됐다. 전 세계 20만 팔로워와 매일의 일상을 나누고 있는 89세 오사키 히로코의 에세이다. 그녀는 결혼해 런던에 사는 외동딸과 매일 연락하기 위해 78세에 컴퓨터를 배우고 트위터를 하기 시작했고, 매일 아침 빠지지 않고 하는 태극권과 공원 산책으로 하루 8000보를 걸으며, 넷플릭스로 좋아하는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최애 아이돌 BTS의 곡을 들으면서 기분 좋은 목욕 시간을 즐긴다고 했다.

인생의 황혼기에 ‘뒷방 늙은이’가 아닌 또다른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가고 있는 일본 노인들의 얘기다. 일본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기 전부터 이같은 노인의 삶에 대한 태도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일본은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1970년 7.1%(고령화사회), 1995년 14.5%(고령사회), 2007년 21.5%(초고령 사회)로 높아졌고, 2021년엔 29.1%로 201개 국가·지역 중 가장 높았다.

2016년 발행된 ‘2020 시니어 트렌드’(사카모토 세쓰오, 한스미디어)는 일본 시니어들이 어떻게 ‘또다른 삶’의 주인공이 되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내년 초고령 사회로 넘어가는 우리나라의 시니어(노인) 트렌드를 미리 들여다볼 수 있다.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50세 이상이 시청률을 좌우하는 티브이 드라마가 2013년 2편이 나온 데 이어 2014년과 2015년에는 이들의 시청률이 20%에 달하는 드라마가 출현했다. 하지만 방송국과 스폰서 기업들은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 노인들이 많이 시청하는 것에 달가워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마도 이들은 2012년 1월 니혼게이자이(일본경제)신문이 1면에 실은 ‘시니어(60세 이상) 소비 100조엔 돌파’라는 기사의 의미를 간과했을지 모른다. 일본 60세 이상의 시니어 소비는 폭발적인 성장세로 개인 소비의 46%에 달했고, 50세 이상으로 확대하면 개인 소비의 60%(140조엔)에 달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일본의 ‘고령사회 백서’(내각부, 2015년)에 따르면 전 세대 저축 평균액이 1739만 엔인 데 비해 65세 이상의 고령자 평균은 2377만 엔으로 1.4배나 많았다고 한다. 더욱이 일부 부유층 노인에 따른 착시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일본 정부가 11년 만인 2012년 고령사회 대책 전반을 수정한 내용이다. 즉, ‘고령자의 의욕과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고령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고 의욕과 능력이 있는 65세 이상의 사람은 ‘도움을 주는 쪽’이 되도록 국민의 의식개혁을 꾀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은퇴 후 노인의 삶을 ‘조연’에서 ‘주연’으로 일본 정부의 방침을 바꾸면서 사회 전체가 그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2013년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평균나이 76세)를 시작으로 노인이 주연인 드라마가 속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데 이어 올 설 대목에 배우 윤여정(76) 주연의 ‘도그데이즈’와 나문희(82)·김영옥(86) 주연의 ‘소풍’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어 관심을 끈다.

[이미지 출처=더가이언 웹사이트 캡처]
[이미지 출처=더가이언 웹사이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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