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빈곤의 상징이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이 20%를 초과하는 초고령사회 문턱까지 왔다. 17개 광역시·도 중 8곳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초고령사회의 세상은 얼마나 달라질까?

사회보장비 급증 등의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잇따른 노인 폄하 발언 등에서 보듯 세대 갈등 심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초고령사회의 세세한 현상 파악에서 이미 접어든 일본 등 해외사례 등을 통해 과연 실(失)이 더 많을지 알아본다. (편집자 주)

작년 1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대략적인 연금 2023(Pensions at a glance 2023)’ 보고서를 통해 2020년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이 OECD 38개 국가의 평균치(13.1%)보다 3배 이상인 40.4%로 가장 높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2018년 기초연금 지급 대상자를 확대하는 등 개혁을 했음에도 노인 빈곤에 효과적인 대처가 충분하지 않다’는 혹평까지 덧붙였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기초수급대상자(1분위 20%, 최하위)는 2006년 24.1%에서 2018년 31.5%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우리나라 노인의 미래는 암울한 것일까?

2019년 국민연금연구원은 ‘베이비부머의 소득, 소비, 자산의 구성과 분포 변화 연구’ 보고서에서 은퇴 대열에 대규모로 합류하는 1차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가 노인(65세 이상)으로 진입하면서 노인빈곤율이 이전 세대(1945∼1954년생)보다는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1차 베이비부머 세대는 높은 학력 수준을 바탕으로 노동시장에서 오래 종사하는 등의 높은 소득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진입에 따라 65세 이상 노인의 취업률은 2018년 31.3%에서 매년 상승해 2023년 37.3%로 6%p 증가했다. 이중 액티브시니어 세대(65~69세)의 고용률은 2019년 47.9%에서 2023년 51.1%에 달해, 이 세대의 절반 이상이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0세 이상의 고용률도 지난해 30%를 넘었다.

노인 소득의 주요 원천 중 하나인 공적연금 수급률도 매년 증가세다. 2022년 65세 이상 고령자의 공적연금 수급률 57.6%로 2019년 50.9%에 비해 6.6%p가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65~69세의 연금 수급률이 66.1%로 가장 높았고, 70~74세와 75~79세는 각 61.4%였고, 80세 이상 39.1% 순이었다.

미래에셋투자와 연금센터가 전국 2차 베이비부머(1968∼1974년생) 직장인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은퇴 준비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83.6%가 ‘현재 직장에서 퇴직한 후에도 재취업이나 창업을 통해서 소득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나, 65세 이상 노인의 취업률은 지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65세 이상 노인들의 취업률 증가로 자산도 늘어났다. 2022년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의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액은 4억5364만 원으로 전년 보다 4316만 원 증가했다. 이들이 보유한 자산 중에는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82.4%로 가장 높았던 반면, 저축은 12.4%로 타 연령대에 비하여 낮았다.

엘지경영연구원에 따르면 65~69세 노인의 경우 한국의 주택가격 상승기가 시작될 무렵인 40대에 내 집 마련으로 이전·이후의 어느 세대보다 자산을 빠르게 축적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국의 주택소유자 중 46.7%가 50~60대였으며 특히 12억 원을 초과하는 고가주택 소유자 중에서는 54.9%가 50~60대였다고 한다.

실제로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1975~2022년 중 우리나라 주거용 부동산 가격은 2318% 올라, 같은 기간 일본(107%)이나 미국(1247%) 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65세이상 노인의 소득의 증가는 소비 증가로도 이어져 내수경기 진작에도 한몫을 하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2019년 대비 2020년의 배달앱 서비스 결제 규모는 60대에서는 142% 증가했고, 온라인 카드 결제액 역시 60대 이상에서 55%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보유도 꾸준히 상승해 2023년 3월 말 기준 개인등록 자동차(법인 및 사업자 제외) 2184만여 대 중 60대 이상이 차주인 차량은 31.6%(690만7857대)로 2018년 12월 23.8%보다 7.7%p 증가했다.

이같은 시그널은 우리나라 노인의 빈곤율이 점차 개선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실제 통계청 등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은퇴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2020년 40.4%에서 2021년 39.3%로 1.1%p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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