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어던지는 ‘디지털’ 타이틀…포트폴리오 재구성 분주

업계의 관심을 끌며 출범했던 디지털 손해보험사의 적자 늪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대부분 단기소액보험, 자동차보험 등 수익성이 낮고 손해율 관리가 까다로운 상품을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자 개선을 위해 디지털 손보사는 주력 상품 고도화에 나서거나 장기보험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편집자 주>

디지털 보험사를 표방했던 신한EZ손해보험이 지난해 장기인보험 상품을 첫 출시한데 이어 올해는 장기보험 관련 정규직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하나손해보험은 올해 초 장기보험 전문가인 배성완 대표가 취임한 이후 관련 시장에 주력하곘다는 입장을 밝혔다.

◇ 장기보험 중심 성장 기반 마련 노력

신한EZ손보는 지난해 첫 장기보장성 상품인 ‘운전자보험 신한이지’를 출시한 바 있다. 상품뿐만 아니라 올해 인력 채용에도 나서는 점을 미뤄볼 때 수익성에서 유리한 장기보험 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EZ손보는 이달 장기보험 계약관리 담당자를 모집한다는 내용으로 정규직 채용 공고를 진행하고 있다.

공고에 따르면 담당업무는 △장기보험 신계약 프로세스 개발 및 시스템 운영 △신계약, 제도개선 등 상품정보 반영 △보험료 및 해지환급금 계산 및 시스템 운영 △착오계약, 소급계약, 미납/과오납 등 입출금 관리 등이다. 관련 업무 3년 이상의 경력을 지원 조건으로 내걸었다.

같은 기간 장기보험 언더라이팅(UW) 기획/운영 담당자 경력직도 채용 모집한다. 담당업무는 △장기보험 계약인수전략 수립 및 심사업무 △위험 속성/담보별 손해율 분석 기반 UW시스템 유지 및 관리 △질병 매뉴얼, 툴 시스템 관리 △상품경쟁력 분석 및 손익관리 등으로, 경력은 5년 이상이 지원 조건이다.

하나손보는 미니보험을 축소하고 건강보험 상품을 주력으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하나손보는 지난해 건강하면 더 좋은 하나의 보험을, 올해는 하나 가득 담은 3.5.5 간편건강보험을 장기보험 상품으로 출시한 바 있다.

배성완 하나손보 신임 대표이사는 올해 초 취임사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장기보험으로 전환하고 영업경쟁력을 강화해나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배 대표는 삼성화재 입사 후 2019년 장기보험부문 기획팀장(상무)을 역임한 뒤 2021년 부사장으로 승진해 장기보험부문장(부사장)을 지낸 인물로 대표적인 보험영업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신한EZ손보와 하나손보의 사업방향은 장기보험 판매가 계약서비스마진(CSM) 확보에 유리하다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손보사가 주력 중인 미니보험은 수익성이 낮아 향후 장기보험 상품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장기보험은 가입 금액이 크고 꾸준히 보장된다는 점에서 CSM 확보에 유리하다”라며 “디지털 보험사를 표방했다해도 종합손보사 라이센스를 보유했으면 충분히 확대해볼 만한 시장이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 적자 문제 ‘심각’…대면 채널 강화 필요성

디지털 손보사들은 출범 당시 보험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주목을 받았지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신한EZ손보는 지난해 3분기 52억원 당기순손실을 냈다. 전년 동기 74억원 손실 대비 소폭 개선된 셈이지만 여전히 적자다. 하나손보 역시 지난해 3분기 36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며 보험업계에선 비대면 시장이 전보다 활성화됐지만 여전히 대면 영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사이버마케팅(CM)을 주력 채널로 하는 디지털 손보사에겐 불리한 영업 환경인 셈이다.

장기보험상품 판매에 주력하기 위해 향후 디지털 손보사들은 대면 채널 강화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나손보의 경우 전속설계사 수가 2016년 99명에 불과했지만 2021년 133명, 2022년 162명, 2023년 9월 기준 192명을 기록하는 등 지속 증가하고 있다.

디지털 보험사를 표방했던 신한EZ손해보험이 지난해 장기인보험 상품을 첫 출시한데 이어 올해는 장기보험 관련 정규직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출처=픽사베이)
디지털 보험사를 표방했던 신한EZ손해보험이 지난해 장기인보험 상품을 첫 출시한데 이어 올해는 장기보험 관련 정규직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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