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주력 상품 규제·상생금융안에 진땀
역대 최고 실적에도 고금리·M&A이슈 잔존

올해는 금융당국의 금융권 압박이 상당한 해였다. 잦은 상품 규제는 물론 상생금융 동참이 요구됐다. 해묵은 과제의 해결과 미래 먹거리 사업의 실마리가 풀리기도 했다.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한 2023년을 되짚어 본다. <편집자 주>

금융당국의 제재로 생명보험사 주력 판매원이 동력을 잃었다.

고금리와 인수합병(M&A), 상생금융안 등 문제는 내년에도 생보업계 주요 과제로 남게 됐다.

역대 최대 매출을 갱신한 가운데, 신임 생보협회장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 규제

금융감독원은 지난 9월부터 생보사들의 10년 미만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이 100%가 넘지 않도록 제재했다.

단기납 판매 경쟁이 과열될 경우 보험료 납입 완료 후 승환계약 유도 가능성이 크다는 점과, 높은 환급률만을 강조하며 저축성 보험인 것처럼 상품을 설명해 판매하는 사례가 발생해 관련 민원이 증가할 수 있어서다.

또 금융당국은 만기 후 해지가 급증하면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보험사들의 미래이익을 측정하는 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을 단기에 확대할 수 있어, 생보사들은 해당 상품에 관심을 보였다.

이에 완납 시 환급률이 100%가 넘는 단기납 종신보험을 앞다퉈 내놓으며 판매에 열을 올렸지만, 이번 금감원의 조치로 실적 급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종신보험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생보사들은 그나마 남아있던 주 판매원을 잃었다"고 말했다.

◇ 상생금융 상품 내놓은 생보사들

올초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시작으로, 금융당국은 은행업권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며 상생금융안 마련을 요구했다.

보험업계에도 이러한 기조가 확산했지만, 장기상품을 판매하는 보험업의 특성상 은행업권에 비해 상생금융 상품 개발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상생금융 압박이 이어지자, 하반기부터 대형 생보사들을 중심으로 상생금융 상품이 하나둘씩 출시됐다.

한화생명은 청년들을 대상으로 5년 만기 저축보험 상품인 '2030 목돈마련 디딤돌저축보험'을 지난 8월 출시하며 보험업계에서 가장 먼저 상생안을 내놨다.

삼성생명은 한화생명 다음으로 부채 대물림을 방지하는 신용생명보험 상품인 '인생금융 대출안심보험'을 상생금융안으로 출시했다. 

신한라이프는 지난 11월 청년들의 안정적인 노후 준비를 돕기 위해 결혼·자녀 출산 시 보너스 적립액을 제공하는 '신한아름다운연금보험' 상품을 출시했다. 

지난 1일 교보생명도 자립준비청년을 대상으로 한 '교보청년저축보험'을 출시하며 건강관리를 위한 특화 서비스를 상품에 함께 탑재했다. 

◇ 고금리 저축보험 리스크 남아있어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저축보험 고금리 경쟁 여파가 올초까지 지속됐다.

생보사들은 2012년 세제개편안이 시행 되기 전 판매 경쟁을 벌였던 10년 만기 저축보험 상품 가입자들의 만기환급금 이탈을 막기 위해 지난해 말 5년 만기 고금리 저축상품을 앞다퉈 출시했다.

저축보험의 경우 보장성보험에 비해 단기간에 많은 자금을 챙길 수 있지만, 금리가 내려갈 경우 보험사들은 역마진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과당 경쟁을 인지한 금융당국은 생보사들의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저축보험 금리 마지노선을 6%까지 두며 자제령을 내렸다.

올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일각에서는 생보사들이 6%가 넘는 저축보험을 출시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며 판매 경쟁 재점화를 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생보사들은 저축보험의 공시이율을 오히려 낮추며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이전만큼 경쟁이 격화되지는 않았다.

◇ 소문만 무성했던 생보업계 M&A 시장

올해 생보업계 매각 도전이 번번이 무산됐다. 

KDB생명은 2014년부터 새 주인을 찾기 시작했으나, 올해 진행된 다섯 번째 매각 시도마저 불발됐다.

하나금융지주가 지난 7월 보험업 강화를 위한 비은행 비중 확대를 위해 KDB생명 본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하며 보험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두 달 가량 실사 작업을 진행하던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10월 인수를 최종 포기했다.

KDB생명의 낮은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과, 과거 판매한 고금리 저축성보험에 대한 역마진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된다.

산업은행은 KDB생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지난 5월 2,16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인수하는 한편, 지난 9월 1,427억원 규모의 KDB생명 유상증자에도 참여하는 등 매각 성사 의지를 보였으나 이번에도 고배를 마셨다.

또다른 생보업권 매물인 ABL생명도 지난 11월 인수를 검토해왔던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계획을 철회하면서 연내 매각 시도가 무위로 돌아갔다.

ABL생명의 최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그룹이 지난 7월 진행한 입찰에 노틱인베스트먼트와 파운틴헤드프라이빗에퀴티가 참여했으나 이후 두 운용사 모두 검토를 중단했고, 지난 9월 재진행한 입찰에 나섰던 오션프론트파트너스마저 발을 뺐다.

◇ 제36대 생보협회장 인선 완료

지난 11일 제36대 생보협회장으로 김철주 회장이 취임했다.

김 회장은 취임식에서 생보업계가 어려운 상황에 있다고 지적하며 △생보 본업 경쟁력과 사회안전망 역할 강화 △신시장 진출을 통한 생보사 수익 기반 다각화 △고객신뢰 제고와 사회적 책임 확대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김 회장은 1963년생으로 과거 재정경제원(현 기획재정부) 시절부터 경제분석과장, 종합정책과장 등을 거쳐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 경제정책국장, 기획조정실장을 지내고 대통령비서실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일했다.

이후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ADBI) 부소장을 역임한 뒤 2021년부터 금융채권자조정위원장으로 지냈다.

김 회장의 임기는 2023년 12월 9일부터 2026년 12월 8일까지 3년이다.

◇ 생보업계 찰나의 '1위' 변동

한화생명이 신계약 실적에서 사상 최초로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을 넘어섰다.

지난 6월 기준 한화생명의 자회사 및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 신계약 실적 합계는 239억원으로, 삼성생명의 방카를 제외한 전속 보험설계사 및 자회사, GA 실적 185억원보다 54억원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화생명이 GA를 중심으로 전개한 단기납 종신보험 매출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9월 기준 한화생명의 자산규모는 109조원으로, 삼성생명(261조)에 비해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 생보업계, 역대 최대 순익 달성

보험사들의 3분기 누적 당기 순이익이 11조원을 넘기며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22개 생보사의 3분기 누적 당기 순이익은 4조3,9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조4,556억원(49.4%) 증가했다.

보장성보험 판매 증가에 및 회계제도 변경 등으로 보험손익은 개선된 반면, 금리 상승 등으로 투자손익은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3분기 누적 수입보험료는 76조4,588억원으로, 보장성보험 판매 증가 등에 따라 전년 동기 1조2,283억원 대비 1.6% 감소했다.

(사진제공=freepik/rawpix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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