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율 100% 넘어…이전만큼 전환 독려도 어려워져

도돌이표, 사전적 의미로 악보상 어느 부분을 되풀이해서 연주하도록 지정하는 표를 말한다.

최근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을 보면 이와 같은 도돌이표를 반복하고 있다.

손해보험사들이 판매한 실손보험의 상반기 손해율이 121.2%로, 지난해 118.9%보다 웃돌고 있다.

이 같은 수치를 간단히 설명하면 보험사가 100원의 보험료를 받아 121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면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손보험은 출시된 시기에 따라 1~4세대로 분류한다.

세대별로 보면 1세대는 지난해 124.9%에서 올해 121.5%로 소폭 손해율이 떨어졌고, 2세대는 111.5%에서 110.7%로 소폭 감소했다.

2017년 일명 ‘착한 실손보험’으로 출시된 3세대는 지난해 131.4%에서 올 상반기 156.6%로 급등했고, 2021년 7월 출시된 4세대는 89.5%에 115.9%로 2세대 손해율을 넘어섰다.

4세대 실손보험 출시된 지 불과 2년이 채 경과하기도 전에 적자가 발생한 셈이다.

실손보험은 세대를 거듭할수록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자기부담 비율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보험사가 운용하기 용이해지는 듯 했다.

이에 4세대 실손보험의 가닥을 잡은 금융당국과 손해보험사들도 출시 직후 기존 1‧2‧3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를 4세대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했다.

금융당국은 실적을 위해, 보험사는 앞서 판매된 손해율 관리를 위해서다.

실제 금융당국은 4세대 전환 실손보험에 대해 50%의 보험료를 할인해주도록 했고, 보험사들은 이에 더해 추가 시책(인센티브)도 내걸 정도였다.

예컨대 1‧2세대 실손보험 판매량이 많았던 A손보사는 실손 전환 활동 우수 설계사에게 단독 건에 대해서는 200%, 장기인보험 연계 시 400%까지 추가 시책을 지급했다.

이 같은 시책 규모는 최대 700%에 달할 정도였다.

또 다른 B사의 경우 계약 전환용에 한정해서 정신질환자도 인수 가능토록 인수기준을 변경하기도 했고, 전환 실적에 따라 고급 가전제품을 지급하기도 했다.

이전에 판매한 실손보험 가입자 수를 줄이고, 4세대 전환 계약자를 늘리는 동시에 수익성이 높은 장기인보험 매출까지 높이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하지만 4세대 실손보험도 손해율이 100%를 넘어서면서 전환을 적극적으로 장려할 수도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4세대 실손보험보다 손해율이 높은 1‧3세대의 경우 상품 구조도 다르다 보니 전환을 독려할 수는 있지만, 전환해도 100%를 넘는 손해율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이전까지만 해도 4세대 전환을 하면 기존 1‧2‧3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상대적으로 안정화되고, 4세대를 어느정도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면서도 “하지만 이제 4세대 손해율이 적자 수준으로 바뀌면서 전환을 적극적으로 독려하기에도 애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존 자기부담금이 없거나 적은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가 많은 것보다 4세대로 전환하는 게 여전히 더 유리한 게 사실이지만,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독려할 수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4세대 실손보험의 경우 보험료 인상을 곧장 반영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3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이 급등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데,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의 4세대 실손의 보험료 인상을 금융당국이 승인할 지 여부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5세대가 빠르게 출시될 필요성을 언급한다.

하지만 5세대 실손보험 출시를 벌써부터 고민한다면, 금융당국도 4세대 실손보험이 실패작이라는 걸 인정하는 셈이다.

출시 2년 만에 계륵이 된 4세대 실손보험, 보험료가 ‘착하다’고 한 3세대 실손보험 ‘꼴’이 나지 않으려면 적정 수준의 보험료 인상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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