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의료법 저촉 사유로 법사위서 반려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를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13일 국회 법사위는 전체회의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골자로 상정한 보험업법 일부개정 법률안에 대해 심의했다.

개정안은 보험금 청구를 위한 전산시스템을 구축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요청하면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전산화 방식으로 중계기관을 통해 보험사에 전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안건에 대한 심의에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정안이 의료법 21조 2항 및 약사법 30조 3항을 언급하며 해당 법의 취지와 충돌할 우려가 있어 상임위원회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 해당 법을 2소위로 보낼 것을 주장했다.

환자 진료정보 등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과 보험사가 축적된 개인의료정보를 토대로 보험 가입 거절, 보험금 지급 거절 등 소비자에게 불리한 결정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는 간소화 법안을 반대하는 의료계의 입장을 토대로 한 것이다. 의료계는 심평원과 보험개발원의 집적성·보안성 등을 문제 삼아 중계기관으로서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의료계가 주장하는 보험 가입 거절과 보험금 부지급까지 확산 문제는 명분에 불과하다. 정작 소비자단체는 청구 절차가 단순해지면 소비자 불편이 줄 것이라며 법안 도입을 촉구하고 있는 중이다.

현재 실손보험금 수령을 위해서는 가입자가 직접 진료 영수증, 진단서, 진료 세부내역서 등 종이 서류를 병원에서 발급받아 직접 보험사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보험업계는 청구 간소화를 통해 업무 효율화와 인건비 절감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간소화가 이뤄지면 되면 의료 이용 소비자가 늘어나는데 되려 의료계 수입도 늘어날 수 있다.

비급여 항목은 병원마다 책정하는 가격이 다르며 일부 병원의 주요 수익원인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로 심평원으로 진료정보 등이 전송되면 비급여 항목 가격이 고스란히 드러날 수 있다.

개인정보 및 의료정보 유출이 우려된다고 하는 주장은 일부 핀테크 업체가 대형병원과 제휴를 맺고 청구 간소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순적이다.

핀테크와 간소화 서비스 제휴도 대형병원 위주로만 이뤄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의원급 동네 병원 등에는 해당 서비스가 갖춰지지 않은 곳이 많아 청구 간소화 서비스가 간절한 노인들은 혜택을 볼 수가 없다.

전산화되지 않은 실손보험 청구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병원과 보험회사 모두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있고 그 정도가 감내할 만한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실손보험은 국민의 80% 이상이 가입하고 있음에도 청구 과정이 복잡하고 어려워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건강보험공단과 보험사 통계를 활용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과 2022년 청구되지 않은 실손보험금은 각각 2559억원, 2512억원으로 추정된다.

보험사 실손보험 실적 자료에 따르면 2021년에는 12조4600억원, 2022년에는 12조8900억원이 지급됐다.

과거 지급된 보험료를 기초로 추정했을 때 올해에는 지급되는 보험금이 13조3500억원, 미지급 보험금이 3211억원 규모로 각각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3년간 연평균으로 보면 약 2760억원 규모의 실손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은 셈이다.

제도가 시행되면 보험금 청구가 편리해지고 미청구 보험금이 줄어들게 되는 등 보험업에 대한 신뢰 회복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의료계가 주장하는 개인정보 문제는 개정안에 업무외 데이터 사용 혹은 집적 금지, 외부 누설 금지, 처벌 조항 등 여러 안전장치를 마련하면 충분히 해소 가능한 문제다.

의료계는 간소화 법안을 반대하며 보험료를 내고 보험금 받을 권리가 있는 보험 소비자의 편익을 침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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