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로 가입자 유도…과도한 대출, 계약 해지 리스크 유발

최근 한 생명보험사가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을 최초로 받는 고객 대상으로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내용을 보면 이벤트 기간 중 일정 금액 이상 대출을 받을 때 이벤트 쿠폰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는 추첨을 통해 상품을 전달한다.

해당 생보사는 이달 초 금리확정형 상품에 대한 약관대출에 적용되는 최고금리를 기존보다 인하한 바 있다. 지난 1일 대출 최고금리를 9.9%에서 5.95%까지 3.95%포인트 낮췄다.

이외에도 농협생명 역시 약관대출 최고금리를 기존 9.5%에서 6.5%로 3%포인트 인하한 바 있다. 다른 보험사도 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같은 조치들을 금융당국이 강조하고 있는 상생금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금리를 낮춰 상생금융에 동참하고 고물가, 고금리 시대에서 소비자의 부담을 낮추고 권익을 보호하고자 하는 의도로 해석한 것이다.

실제로 6.5% 이상의 고금리로 대출을 받고 있는 대출자의 비율이 높은 곳은 여전히 많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 5월 기준 87.4%의 약관대출 고객이 6.5% 이상의 금리를 적용받고 있다. 이어 푸본현대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DB생명 등도 고금리 대출자의 비율이 절반이 넘었다.

문제는 약관대출은 경기가 침체될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성격이 있는데 이를 권유하는 이벤트를 한다는 점이다.

약관대출은 가입한 보험의 해약환급금 내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대출 심사가 따로 없는 데다 중도상환 수수료나 연체이자도 없어 급전 마련 수단으로 이용된다. 대출금의 규모는 일반적으로 해지환급금의 50~95% 수준이다.

약관대출 규모는 올해 2조원 넘게 늘면서 사상 처음 50조원을 돌파했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적용 대상에서 예외 조항으로 빠져 있는 특성상 앞으로도 증가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약관대출은 팍팍해진 가계가 최후의 보루로 받는 대출로 일명 '불황형 대출'로 불린다. 약관대출의 규모가 커진다는 건 금리 인상 여파와 경기침체로 취약차주들의 수요가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약관대출은 보험사와 계약자 모두에게 이익이 없는 성격을 가진다. 계약의 유지와 상환이 온전히 이뤄진다는 전제면 보험사는 이자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금리 인상으로 약관대출 원금과 이자가 해지환급금을 초과할 경우 보험계약을 예정보다 빨리 해지해야 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삼성화재는 건전성 강화 차원에서 일부 상품에 대한 약관대출 한도를 기존 해지환급금의 60%에서 50%로 낮춘 바 있다.

대출 이자를 장기간 미납해 해지환급금을 넘어가는 경우도 보험 계약은 해지된다. 약관대출이 증가할수록 보험사는 계약해지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둬야 하는 것이다.

소비자 또한 과도한 약관대출을 받을 경우 금리 인상을 버티지 못할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다. 금리가 오르면 상품에 적용하는 이율은 그대로지만, 보험사가 이익을 취하는 가산금리가 덩달아 오르기 때문이다.

약관대출의 이자를 낮추며 상생금융에 일조한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불황형 대출을 권장하는 듯한 이벤트는 아쉬움을 남긴다. 약관대출은 가계가 힘들 때 최후의 보루 성격으로 받는 대출인데 급전이 필요한 계약자들의 의존도가 높아지면 부실 차주가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최고 금리 인하를 상생금융 차원이라고 내세우기엔 인하가 절실한 다른 일반 대출도 많고 여전히 금리는 높은 편이다. 취약차주 보호를 위해서도 불황형 대출 가입을 장려하는 분위기는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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