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기존 사업자는 반대…정부, 공급확대 대책으로 검토

베이비부머 세대의 노인 진입 등 급속한 고령화로 증가하는 요양·돌봄 수요에 대응해 노인요양시설에 대한 임대(임차)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그러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요양시설 임대를 허용하면 보험사 등 민간 사업자가 요양 사업에 진출하는 길이 열리고 시설 난립을 부추겨 입소 노인의 피해를 키울 것이라는 반대 목소리도 크다.

국민건강보험은 1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신 노년층을 위한 요양시설 서비스 활성화 방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현행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10명 이상의 노인 요양시설은 건물·토지를 소유한 사업자만 설치할 수 있고 임차는 허용되지 않는다. 임차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한 건물·토지에 대한 공공 임차만 가능하다.

정부는 요양 수요 증가에 대응해 이런 임차 규제를 풀어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4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연구 용역을 발주한 데 이어 이날 공청회가 개최됐다.

이 연구를 맡은 문용필 광주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이날 공청회에서 "기존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사회보험 방식의 보편적 서비스"라며 "경제적 수준이 되는 일부 신 노년층은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더 나은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어 현행 표준화 서비스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서비스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 교수는 구체적 방법론으로 민간 요양시설 임차 허용을 제시했다. 그는 "임차를 허용해 공급이 부족한 지역에서 공급 확대를 유도할 수 있다"며 "다양한 욕구를 반영한 맞춤형 시설 서비스를 확대하고 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경제력이 높은 계층이 많이 거주하는 서울 강남권 지역은 지가가 높아 현재 요양시설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거주지 또는 인근에 요양시설 임차를 허용해 공급을 늘려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고 문 교수는 분석했다.

문 교수는 "국공립 시설을 확대하고, 수가 인상을 통해 추가 공급을 유도하는 방안도 함께 필요하다"며 "다만 소요되는 국가 재정을 고려하면 민간 시설 임차 허용을 통한 진입 장벽 완화가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민간 요양시설 임차를 전면 허용하면 시설 난립이나 신규 개설·폐쇄 사례 증가로 서비스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간 요양시설 임차를 시범사업으로 서울, 광역시 등 대도시에서 비영리법인을 우선해서 시행하며 점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관리감독, 영리화시 재지정 취소 등 안전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민간 요양시설 임차 허용 방안에 대해 반대론도 크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토론에서 "비영리법인을 우선으로 하는 시범사업을 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대규모 투기적 금융 자본이 시장에 진입해 장기요양제도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참여연대,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 협회 등은 이날 공청회장에서 요양시설 임대 허용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 단체는 민간 보험사의 요양서비스 시장 진출에 따른 영리화를 집중적으로 우려하고 있다. 기존 요양시설 사업자들도 임대 허용은 민간 기업에 대한 특혜 소지가 있고 과잉 공급을 유발한다고 반발한다.

참여연대는 "요양시설 임대를 허용하면 시설의 갑작스러운 폐업, 영세 시설의 난립 등으로 입소 노인의 피해가 매우 커질 것"이라며 "시설이 늘면 노인들이 불필요하고 과도하게 입소하게 돼 장기요양재정수지가 악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건보공단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인 인구에 진입하면 요양 수요가 증가한다"며 "또한 살고 있는 곳에서 노후 생활을 보내길 선호하는 이들 신 노년층의 다양한 욕구를 반영한 요양시설 활성화 관련 제도 개선 사항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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