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AIA생명, 자회사 GA 설립…교보생명, 지주사 전환 속도
KB라이프생명 새로 출범…단기납 과열에 금융당국 제동까지

생명보험업계는 올해 상반기 각사별로 생존력을 강화하는 방향성을 확실히 했다.

업계 제판(제조와 판매)분리 기조에 맞춰 자회사 GA 설립을 추진하고 지주사 전환에 힘을 싣고 있으며, 통합사 출범으로 시너지를 확대해 상위사 도약을 계획하고 있다.

◇ 흥국·AIA도 자회사형 GA 설립

최근 3년새 보험사들의 자회사 GA 설립이 줄을 이으면서 제판분리는 업계 대세가 됐다.

이 같은 상황에 흥국생명도 판매자회사 ‘HK금융파트너스’를 지난 20일 공식 출범시켰다.

흥국생명은 당초 지난해 자회사 GA 출범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콜옵션 미이행 사태와 재무건전성 문제로 설립을 자진 철회한 바 있다.

HK금융파트너스는 흥국생명 전속 설계사 1300여명(올해 3월 기준)을 이동시킨 대형 GA다. HK금융파트너스 설계사는 비전속으로, 다른 원수사 제휴를 통해 타사 상품도 판매할 수 있다.

최근에는 외국계 생보사인 AIA생명도 자회사형 GA 설립 추진에 나섰다.

AIA생명은 지난달 금융감독원에 자회사형 GA 설립 인허가 신청서를 제출하고, 보험업에 정통한 대형 GA 부사장을 신임 자회사형 GA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AIA생명 직원의 자회사형 GA 이동을 촉진하기 위해 연봉에 15%를 더하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해 상반기에만 두 개 보험사가 자회사형 GA 설립과 추진에 나섰다는 건 업계의 기조가 GA에 맞춰져 있다는 걸 의미한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타사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면서 설계사 이탈을 막는 동시에 타사의 영업 전략을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판매 책임으로부터 원수사가 자유로울 수 있고, 임원 등 고위직의 안정적인 이동을 보장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GA의 영향력이 커진 가운데, 보험사의 방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이를 견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설계사를 보유한 보험사들은 제판분리 기조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교보생명, 지주사 전환 박차

재무적 투자자(FI)와 지분구조 문제로 분쟁을 지속하고 있는 교보생명은 금융지주사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 4월 대체자산운용사 파빌리온자산운용 자회사 편입을 완료했다. 자회사로 편입한 파빌리온자산운용은 사명을 교보AIM자산운용으로 바꿨다.

교보AIM자산운용은 부동산, 인프라 등 대체투자 시장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려 교보생명의 비보험 부문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손해보험사 인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교보생명은 최근 이사회에서 손보업 진출에 대한 안건을 논의했다.

교보생명의 손보업 진출은 2007년 교보자동차보험(현 악사손해보험) 매각 이후 16년 만이다.

교보생명은 현재 계열사로 교보증권, 교보악사자산운용, 교보문고, 교보리얼코, 교보자산신탁 등을 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교보생명이 손보업까지 진출하면 은행을 제외한 주요 금융업을 영위하면서 종합금융지주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에 대해 FI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아는데, FI들도 빠른 엑시트를 위해 협조하는 방향인 것 같다”고 말했다.

◇ 통합 KB라이프생명 출범…3위사 목표

올해 초에는 KB라이프생명이 공식 출범했다. KB라이프생명은 KB금융지주가 2020년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한 이후 계열사인 KB생명과 합병한 생명보험사다.

KB라이프생명은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 판매)와 GA채널 영업에 특화된 KB생명과 원수사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전속조직을 보유한 푸르덴셜생명의 통합 생보사다.

통합 과정에서 노사뿐만 아니라 영업방식이 상이한 만큼 분쟁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통합사의 초대 사장인 이환주 대표이사는 이 같은 장점을 살려 오는 2030년까지 KB라이프생명을 업계 3위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특히 KB라이프생명은 신한과의 금융지주 리딩컴퍼니 경쟁에서 역할도 중요해져 향후 경쟁력 강화를 통한 이익 기여도를 높여갈 예정이다.

한편, 자산 기준 생보업계 3위사는 현재 교보생명이다. 교보생명(107조) KB라이프생명(30조)의 자산 차이는 올해 3월 기준 77조원이다.

미래이익 가치를 나타내는 계약서비스마진(CSM)은 1분기 기준 교보생명(5조507억원)이 KB라이프생명(3조원 수준)보다 2조원 가량 많다.

◇ 흥행한 단기납 종신, 사실상 판매 종료

최근 3년새 생보업계에서 단기납 종신보험의 인기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보험사별 GA채널 매출 경쟁도 심화했다.

이에 보험사들은 보험료는 낮추고, 환급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잇따라 개정했다.

이 과정에서 대형 생보사들의 매출 경쟁이 심화했다.

생보업계 2위사인 한화생명이 단기납 상품을 매출 증진에 힘입어 월 매출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업계 1위 삼성생명이 높은 시책과 상품 경쟁력으로 수성에 성공했다.

대형사들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경쟁을 주도하자 금융당국이 제동하고 나섰다.

금융당국은 우선 단기납 종신보험의 성격상 저축성보험처럼 판매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소비자가 오인해 가입할 경우 불완전판매에 해당해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그러면서 단기납 종신 무해지 환급형 보험에 대해 7년납 완납 시점에 환급률을 100% 초과하지 않도록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생보업계 주력인 종신보험의 흥행을 주도한 단기납 상품의 판매 방식과 환급률 개정을 요구하면서 사실상 판매하지 말라는 의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단기납 종신보험이 시들어 가던 종신보험 시장을 이끌었는데,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금융당국이 제재하고 나선 것”이라며 “소비자에게 유리한 상품일 수 있는데, 반대로 생각하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건전성 측면에서 리스크가 높은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건전성 차원에서 제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기납 종신의 환급률을 조정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입할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흥국생명과 AIA생명은 올해 상반기 자회사형 GA를 출범하고, 설립을 추진하고 나섰다. (사진 제공=각사)
흥국생명과 AIA생명은 올해 상반기 자회사형 GA를 출범하고, 설립을 추진하고 나섰다. (사진 제공=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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