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진료 권리는 그대로, 돈맥경화 거슬리는 것”

최근 손해보험업계와 한의사업계가 교통사고 환자의 첩약 진료 횟수 조정에 대해 각자의 입장을 강하게 주장하며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이 빚어진 계기는 한약 첩약 부분에서 지출되는 보험금이 말도 안되게 많은 반면, 실제 첩약을 복용하는 환자 비중이 약 25%에 달한다는 점에서 조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교통사고 경상 환자에 대한 첩약 1회 최대 처방일수는 10일이었다.

이 같은 기준으로 한의계는 한방진료비를 명목으로 과도한 첩약 진료를 했고, 악용 사례가 많아지면서 2015년 한방진료비 비용이 약 3600억원에서 2022년까지 1조5000억원 가량으로 317% 급증했다.

한방진료비에서 보험금 누수가 심했다는 건 자동차보험 손해율 전반에 악역향을 미쳤다는 걸 의미한다.

자동차보험은 의무가입 보험인데, 한의계의 이 같은 보험금 편취 행보는 선의의 가입자에게 보험료 인상이라는 피해로 돌아갔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2021년부터 분쟁심의원회에서 안건을 논의하고, 한의학 전문기관 연구용역도 거친 이후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국토교통부가 주관해 한의‧보험업계 간담회를 열고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논의를 통해 국토부는 현행 1회 10일 기준을 5일로 축소하고, 필요 시 5일씩 추가 처방이 가능토록 하자는 방안을 내놨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단체 조사 결과 첩약 환자 4명 중 3명은 전부 복용하지 않고 버리거나 방치하고 있어 막대한 자원 낭비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한한의사협회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경상환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축소하고, 한의사의 진료권도 제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1회 10일은 학회 의견과 동의보감 방약합편 등 기성 한의서에 기재된 처방 등을 충분히 고려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자금의 흐름을 막는 일명 ‘돈맥경화’를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주장한 경상환자의 치료받을 권리는 여전히 존재한다. 환자가 아픈 상태에서 치료를 원하면 여전히 한의원을 방문할 수 있다. 치료 자체를 못 하게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소비자의 개인 자금이 쓰일 수 있고, 그럴 경우 한의원 방문이 뜸해질 수도 있다.

이런 점이 보험업계가 주장하는 한의업계에 돈맥경화가 발생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5일로 축소한 경우 소비자가 치료를 더 받겠다고 하면 5일의 추가 처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절대 치료받을 권리가 축소되지 않는다.

진료권 제한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진료를 못 하게 하는 게 아니고 막대한 손실을 야기하는 자원을 아끼자는 의미기 때문이다. 진료는 여전히 할 수 있다.

한의업계는 국토부가 나서서 보험사의 이익을 대변하고, 배를 불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복지 단체가 아닌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일정부분 배를 불릴 수는 있다.

다만, 보험사의 배를 불린 건 소비자가 가입한 상품의 보험료를 운용해 얻은 이차익과 사고 관리로 얻은 사차익, 사업비를 아껴 얻는 비차익 등의 이익이지 병원비 지출을 줄여 얻은 게 아니다.

보험업계는 잘못된 관행으로 낭비되고 있는 자원을 줄여 선의의 가입자에게 피해가 전가되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일 뿐, 보험사의 이익 구조를 모르는 채 단순한 논리를 주장하는 것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분노하는 것으로만 보일 뿐이다.

보험 보장 한도에 대한 개정으로 한의업계가 반발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수입이 급격히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행보에 대해 괜한 소비자 걱정을 끼워 넣지 말았으면 한다.

저작권자 © 보험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