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지식 악용, 사기 행위 무더기 적발
고액 금융 자산, 판매 자격 쉽게 주어져

최근 금융감독원 보험사기대응단이 설계사들의 보험사기 행위 연루, 가담에 대해 연달아 무더기 제재 조치를 취했다.

적발된 규모만 24개 보험사와 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 31명이다.

지난 15일 31명의 설계사에게 취해진 제재 내용을 보면 허위로 진료서를 발급받아 보험금을 청구하고, 음주운전을 한 후 졸음운전 중 사고가 난 것처럼 허위로 사고를 접수한 행위가 있었다.

보험설계사들의 보험사기 가담 행위가 더 충격적인 건 보험영업을 하는 과정에서 습득한 지식을 악용해 보험금을 편취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설계사들은 교육을 통해 보험 상품의 특징은 물론 보험금을 청구하고 받는 과정까지의 정보를 보험사 및 GA를 통해 제공받아 지식을 습득한다.

물론 보험사와 GA들이 보험사기 행위 자체를 교육하지 않는다. 다만 고객 접점과 신뢰 확보를 위해 보험금 청구도 대리하는 일이 있기 때문에 서비스 차원에서 더 쉽고 빠르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재량껏 습득한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보험설계사들은 모두가 경쟁자다. 내가 신계약을 받아내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빼앗아 갈 수 있다는 교육을 받으면서 그러한 인식이 자리 잡는다.

문제는 그 경쟁자가 45만여명으로 너무 많다는 것. 전체 인구의 0.87% 비중인데, 거의 100명당 1명꼴로 보험설계사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 설계사가 이렇게 많은 건 낮은 진입 장벽과 보험영업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대거 모집하는 행태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우선 설계사 자격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생명‧손해보험협회에 시험 신청을 해야 하는데, 이 숫자만 매년 2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자격시험 탈락자가 재응시하는 경우가 포함됐다고 해도 너무 많은 수준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중 합격률은 60~65% 가량이다.

설계사 자격시험은 연령 제한도 없다. 회사별로 자격 요건이 주어지는 연령대가 다르기는 하지만 높은 연령대도 설계사를 할 수 있다.

자격시험 합격 허들도 굉장히 낮다. 생명‧손해보험 설계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60점을 넘으면 가능한데, 협회에서 제공하는 시험 문제들은 비슷한 유형이 반복되기 때문에 눈에 익은 답을 고르면 수차례 이내 자격을 획득할 수 있다.

예컨대 기자가 과거 변액보험 자격 시험장을 방문했을 때 70대 노인의 변액보험 모의고사 시험지에 동그라미 표시가 빼곡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젊은 사람도 어려운 형태의 변액보험을 판매하기 힘든데, 소비자들이 과연 ‘가입을 희망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남겼기는 부분이다.

과거 한 생보사 상품 임원은 “보험은 집 다음으로 고액의 금융 자산”이라고 말했다.

월 보험료 20만원짜리 계약을 가입해서 20년간 낸다는 가정이면 총 4800만원 이상의 가치를 갖는 게 보험이다.

이 때문에 보험은 신중히 가입하고, 나에게 맞는 걸 가입해야 한다.

하지만 너무도 많은 설계사들이 수수료를 위해, 소비자는 배제하고 불완전판매와 승환계약 등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보험설계사라는 직업을 갖기에 문턱은 너무도 낮다. 이 낮은 문턱이 정부의 고용지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보험사들도 새로 유입되는 설계사들이 신계약을 창출할 기회가 있기에 문을 활짝 열어놓고 반기고 있다.

다만 전문 지식을 갖추고 양심을 속이지 않고 소비자를 생각하는, 보험설계사가 아닌 재무설계사를 양산할 수 있어야 한다.

설계사는 보험사와 GA의 영업력을 좌우한다.

그렇기에 방대한 양의 모집이 아닌 소수 정예의 조직을 구성할 수 있도록, ‘아무나’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닌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설계사가 모집될 수 있도록 진입 문턱을 조금이라도 높여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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