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만 남긴 외도 남편 사망하자 소송…"상속 포기한 채무, 유류분 계산서 빼야"

생명보험금 수익자가 상속권자가 아닌 제3자로 지정된 뒤 1년을 초과한 시점에 전체 재산 상속이 시작됐다면, 이 보험금은 상속권자의 몫이 아니라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아울러 대법원은 상속인이 빚만 떠안게 됐다는 등의 이유로 상속을 포기했다면 유류분을 계산할 때 순상속분액을 '0원'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계산법도 처음으로 제시했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씨가 사망한 남편 B씨의 동거인 C씨를 상대로 "유류분을 돌려달라"며 낸 소송 상고심에서 A씨가 청구액 중 상당 부분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B씨의 유일한 상속인이다. 남편 B씨는 C씨와 동거하면서 부인을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으나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라 기각됐고 이후 B씨는 사망했다.

이제 부인 A씨와 동거인 C씨 사이에는 B씨의 재산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의 문제가 남게 됐다.

B씨가 숨지기 전 생명보험 수익자를 C씨로 미리 변경해뒀기 때문에 사망 보험금 12억8000만원은 C씨의 몫이 됐다.

사망 당시 B씨의 적극재산(은행 대출 등 채무를 반영하지 않은 재산)은 모두 12억1400여만원이 있었는데 여기에서 예금 등 2억3000만원은 A씨가, 사업 지분 환급금 9억8400만원은 C씨가 각각 상속받았다.

그런데 A씨에게는 B씨의 채무 5억7000만원도 남겨졌기 때문에 A씨는 사실상 3억4000만원의 빚만 넘겨받은 처지가 됐다.

A씨는 상속한정승인(상속 포기) 신고를 한 뒤 "C씨가 받은 사망 보험금 12억8000만원 또는 B씨가 낸 보험료가 '유류분'을 산정하는 기초재산에 포함돼야 한다"며 17억여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민법은 모든 상속인에게 법정 상속분의 일정 비율을 보장해 특정 상속인이 유산을 독차지하지 못 하게 하는데, 이를 유류분(遺留分)이라 한다.

이번 재판의 쟁점 중 하나는 사망 보험금을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포함할지를 따지는 문제였다.

민법 1114조에 따르면 증여가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에 포함되려면 상속이 개시되기 전 1년 동안 이뤄진 것이어야 한다. 다만 증여 당사자 쌍방(B씨와 C씨)이 유류분 권리자(A씨)에게 손해를 입힐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상태에서 증여가 이뤄졌다면 상속 개시 1년 이전의 증여도 계산에 들어간다.

1심은 사망 보험금 12억8000만원을 유류분 계산에 넣을 수 없다고 봤다. B씨가 보험 수익자를 C씨로 변경한 날이 증여일인데, 이는 B씨가 숨지기 2∼4년 전에 있었던 일인데다 당시로서는 B씨와 C씨에게 A씨의 유류분을 침해하려는 '악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반면 2심은 두 사람이 A씨의 유류분 침해 가능성을 알고 있었다고 보고 12억8000만원을 유류분 계산에 포함했다.

A씨의 순상속분이 얼마인지를 놓고도 각기 다른 판단을 내놨다. 1심은 A씨가 상속 포기를 했으니 순상속분액은 0원이라고 봤지만, 2심은 유류분 계산을 다시 하려면 A씨의 순상속분액을 '-3억4000만원'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류분을 계산할 때 '빼기'를 하는 순상속분액이 '마이너스'가 됐으니 A씨로서는 3억4000만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1심은 B씨의 전체 기초재산액을 6억3000여만원으로 계산한 뒤 A씨는 유류분 비율(50%)만큼인 3억1000여만원을 C씨에게서 받을 수 있다고 판결했다. 기초재산액을 넓힌 2심은 A씨가 12억6000여만원까지 받아 갈 수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1심의 계산이 옳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서 B씨와 C씨가 A씨의 장래 손해를 알고 보험 수익자 변경을 했어야 보험금을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넣을 수 있는데 정황상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상속분보다 상속채무가 더 많은 A씨가 한정승인을 했으므로 '마이너스'분을 유류분액에 '플러스'로 바꿔 넣어서는 안 되고 '0원'으로 계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 출처=픽사베이)
(사진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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