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에 귀책사유 비율 규정 없어도 보험환급금 일부 줘야"

보험 상품을 위탁 판매한 카드사가 '불완전 판매'로 적발돼 보험사가 손해를 본 경우 카드사로부터 일정 부분 피해를 변제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 보험사가 B 카드사를 상대로 낸 수수료 반환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사와 B사는 2003년 6월 보험대리점 계약을 체결했다. B사가 A사의 보험 종목을 위탁받아 보험 모집 업무 전반을 수행한다는 내용으로, 당시 전화 판매 방식으로 퍼지고 있던 '카드슈랑스'(보험사와 카드사의 연계 판매 보험 상품) 형태였다.

금융감독원은 2014년 이런 위탁 보험 모집을 검사해 카드사들의 '불완전 판매' 사실을 대거 적발했다.

고객에게 보험이 아니라 은행의 적립식 저축 상품이라고 안내하거나 중도 해지에 따른 원금 손실 가능성을 알리지 않은 점, 공제 금액 설명 없이 마치 납입 보험료 전체가 적립되는 것처럼 안내한 점, 이자 변동 가능성을 고지하지 않은 점 등이 문제가 됐다.

B사는 다른 카드사들과 함께 적발됐고, 금융감독원은 A사가 보험 계약자들에게 보험료 환급을 해줘야 한다는 행정지도를 했다. 이에 A사는 B사에게 지급한 수수료를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B사가 A사에 수수료를 반환하라고 판단했지만, 2심은 B사의 손을 들어줬다.

A사와 B사의 보험대리점 계약은 '보험 계약 조건 등의 변경, 무효, 효력 상실 또는 해지 등'에 의해 A사가 가입자로부터 받은 보험료의 전부 또는 일부를 환급하는 경우 B사가 그 환급금만큼의 돈을 A사에 즉시 줘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2심은 여기에서 '보험 계약 조건 등의 변경, 무효, 효력 상실 또는 해지 등'이라는 조건으로 A사가 돈을 돌려받으려면 전적으로 B사의 책임으로 문제가 발생한 상황이어야 한다는 해석을 내놨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는 A사의 책임도 있으므로 이 같은 계약 내용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런 2심의 판결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문제가 된 보험대리점 계약엔 두 회사 사이의 위험 부담이나 귀책 사유 비율 등에 관한 규정이 전혀 없는데, '전적으로 B사의 책임'인 경우만 A사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축소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A사와 B사의 귀책 사유 등을 따져 책임 비율을 정할 수 있다며 재판을 다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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