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가격 하락→RBC 비율 ‘뚝’…주력 상품 운용 난항까지

금리가 오르면 생보사는 과거 판매한 고금리 상품의 역마진을 일부 해소할 수 있다. 자산을 운용한 투자수익률도 높아져 호재다. 다만 단기간 급격히 오른 금리로 생보사에 금리 인상 역풍이 불면서 미친 영향에 대한 사안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지난해부터 이어진 국내외 기준금리 인상은 보험사 투자이익을 높여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단기간 급격히 오른 금리는 생명보험사의 건전성을 끌어내리고, 주력 상품 운용을 어렵게 하는 계기가 됐다.

◇ 떨어진 채권 가치…RBC 비율 하락세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네 차례에 걸쳐 0.5%에서 1.5%까지 올렸다. 여기에 올해 연말까지 최소 2.0%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기준금리 인상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을 결정하면서 선행됐다. 미국 기준금리는 0.25~0.5%로 현재 1.0%포인트 차이가 난다.

금리 선물시장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해 2.4%까지 올린 후 내년에는 3.5% 수준까지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

기준금리가 단기간 급격히 오르면서 생보사는 비상이 걸렸다. 금리가 점진적으로 오르면 채권 재분류를 통해 대응할 수 있지만, 짧은 기간에 오르다 보니 대비할 여력이 없었던 탓이다.

보험사는 대부분의 자산을 채권에 투자한다. 이 채권은 금리가 오르면 상대적 가치가 떨어진다. 채권 가치가 하락한다는 건 보험사의 건전성과 직결되는 문제다.

보험사는 소비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지급여력(RBC) 비율을 건전성 지표로 본다. 채권 금리가 하락하면 RBC 비율이 떨어지면서 건전성에 문제가 생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리가 오르기 시작한 지난해 보험사 RBC 비율은 246.2%로 전분기 말(254.5%) 대비 8.3%포인트 하락했다.

문제는 올해 금리가 더 오른다는 점이다.

대형사인 한화생명의 경우 1분기 RBC 비율이 161.0%로 작년 말(184.6%)보다 23.6%포인트 더 줄었다.

이에 금감원은 최근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를 소집해 RBC비율 관리와 업계‧건의를 듣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 상품 운용도 어려워

금리 인상은 생보사의 주력 상품 운용에도 변칙으로 작용했다.

대표적으로 변액보험이다. 변액보험은 보험료의 일부를 펀드나 채권 등에 투자해 발생한 수익을 해지환급금이나 보험금에 더해주는 상품이다.

문제는 금리가 인상되면서 주식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생보사들은 변액보험을 판매한 이후 판매 시점의 예정이율보다 투자수익률이 떨어지면 그 차액만큼 보증준비금을 쌓아야 한다. 보증준비금 규모가 커지면 이차손실을 늘어난다.

즉, 금리 인상이 국내외 주식시장 지수를 떨어뜨리면서 투자수익률이 하락했고, 손실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의 생보사 상품 예정이율 인상 압박도 부담이다. 예정이율이란 보험료를 운용해 보험금을 지급할 때까지 얻을 수 있는 보험사의 예상 수익이다. 이율이 올라가면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험료로 가입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생보사들에 예정이율 ‘자율 점검’을 요구하는 건 최근 시장금리가 올라서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연 3.30%로 지난해 말(연2.25%)보다 1.05%포인트 올랐는데, 보험사의 운용 여건이 나아졌으니 이율을 높여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생보사들은 현재 금리 인상으로 RBC 비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가운데, 내년 새 회계기준도 도입돼 당장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새 회계기준과 신지급여력제도 도입에 대비하기 위한 자본확충이 시급하다”며 “복합적으로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이익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예정이율을 올릴 여력이 없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Pixabay)
(사진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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