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운용 방식에 따른 수익률 낮아
디폴트 옵션까지…보험권 연금 축소

3대 연금의 한 축을 담당하는 개인연금 중 연금저축의 보험사 해지가 눈에 띈다. 금융권 연금저축 신계약이 증가한 반면, 보험은 줄었고 해지 계약 비중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보험사 연금 부문의 낮은 수익률이 지적받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 이탈이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일각에서는 보험 부문 연금사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해지 절반 이상은 보험에서 발생

1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1년 연금저축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 은행, 증권사 등에서 거둬들인 연금저축 신계약 건수는 174만9000건으로 1년 전(59만4000건)보다 195.5%(115만5000건) 늘었다.

같은 기간 보험사 신계약은 12만6000건에서 11만6000건으로 되려 6.6%(1만건) 감소했다. 은행권 신계약이 ‘0’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신계약은 증권사에서 증가한 셈이다.

보험사 해지 계약(19만7000건→15만2000건)도 줄었지만, 여전히 타 업권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전체 중 보험사 해지 계약 비중은 2020년 70.6%에서 지난해 55.6%였다.

지난해 기준 해지 금액은 전체(3조4732억원) 중 65.7%(2조2812억원)을 차지했다.

연금저축 상품은 업권별 운영 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제외하면, 연소득 5500만원 이하인 가입자 기준 400만원 한도로 16.5%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그럼에도 보험사 연금저축의 해지 비중이 유독 높은 건 업권 특성상 보수적인 자산운용을 하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대부분 장기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자산을 운용한다. 만일 공격적으로 자산을 운용할 시 발생하는 사고로 인해 돌려줄 보험금이 사라질 수 있어서다.

보험업계는 업권 특성상 원금을 보장하는 만큼 수익률이 낮고, 높은 사업비 지출로 원금회복 기간이 길다는 점, 금리 연동형 수익률을 높이는 기대감이 없다는 점을 최대 단점으로 꼽고 있다.

실제 보험업권 수익률은 지난해 기준 생명보험 1.83%, 손해보험 1.63%로 보험사 자산운용수익률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대로 증권사 연금저축펀드는 과감한 투자에 따른 기대수익률이 높다. 수수료 보수도 낮고, 스스로 펀드를 선택할 수 있으며, 저축금 조절도 가능하다. 원금 보장은 안 될 수 있지만, 높은 수익률로 인한 연금액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셈이다.

지난해 증권사 연금저축펀드 수익률은 13.45%로 보험업권 대비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 보험사 연금사업 갈수록 위축

일각에서는 보험사의 연금사업 부문이 점진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내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시행되면 저축성보험은 대부분 보험사에 부채로 인식하는데, 보험사들이 부채를 감축하기 위해 저축성보험의 판매 비중을 자체적으로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보수적인 운용에 따른 수익률이 저하되면서 소비자의 자발적 이탈이 더해지면 빠른 속도로 연금사업이 축소될 수 있다.

앞서 금융권에서는 퇴직연금 수익성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도입 논의가 있었다. 디폴트옵션이란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도 운용지시를 하지 않을 시 사전에 지정한 방법에 따라 퇴직연금을 자동 운영하는 제도다.

이 같은 제도는 보수적 운용으로는 연금 재원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오는 6월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보수적으로 자산을 운용해 온 은행, 보험업계는 퇴직연금 사업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권 연금저축은 장점보다 단점이 유독 부각되고 있어 갈수록 신규 가입이 줄고 있다”며 “장기간 운용하는데 원금 이상의 노후 자금을 원하는 소비자의 특성상 위험을 감수하고 수익률을 기대하며 펀드로 가입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PIxabay)
(사진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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