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집잡기’ 아닌 ‘사전예방’ 역할 할까

금융감독원이 기존 종합·부문검사 체계를 정기·수시검사로 개편하기로 했다. 검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보험사들은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 등을 통해 검사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금감원 종합검사, 3년 만에 사실상 폐지

금융감독원은 올해 금융 사고 예방과 사전적 점검 및 지도 기능을 보강하기 위해 검사 체계를 종합 및 부문 검사에서 정기 및 수시 검사로 전면 개편한다고 27일 밝혔다.

이찬우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이날 '검사 및 제재 혁신 방안' 간담회에서 "주기적인 정기검사 체계로의 전환을 통해 검사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금융사별 특성에 맞춰 핵심 및 취약 부문에 검사 역량을 집중해 검사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종합검사는 2015년 진웅섭 전 금감원장 당시 금융사 자율성 확대를 기치로 단계적으로 폐지됐다가 2018년 윤석헌 전 금감원장 취임 이후 부활했다.

종합검사는 20∼30명의 인력이 3∼4주간 금융사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들여다보는 검사다. 부문검사는 10명 이내의 검사역들이 1∼2주간 특정 사안만 점검한다.

반면 정기검사는 일정 주기에 맞추되, 시장 영향력 등이 큰 금융사는 검사 주기를 상대적으로 짧게 운영한다. 예를 들어 자산 규모 상위 보험사의 경우 3년 내외 등이다. 수시검사는 사고나 리스크 요인 발생 시 특정 사안을 살피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존 종합검사 시 검사 범위 등에 대해 막연했던 부분이 있었다”며 “정기검사도 현행 종합검사와 비슷하나, 조금 더 세부적인 기준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산 규모 상위 보험사의 경우 정기검사 주기를 3년 내외로 발표했지만, 검사국에서 세부적인 방침을 마련하면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며 “3월 초 논의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그간 종합 검사는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검사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금융사의 불안을 가중하고, 금융 사고에도 선제 대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소수의 인원으로 금융사 경영 전반을 들여다볼 수 없다는 점도 문제였다.

보험업계는 이번 검사체계 개편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우선 보험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내부 감사를 통해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금감원은 필요한 경우 금융사가 자체적으로 감사를 벌이고 이를 금감원에 보고하는 ‘자체감사 요구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금감원이 금융회사에 자체감사를 요구하면, 금융회사는 감사를 실시하고 조치사항과 함께 금감원에 보고하는 일종의 ‘자율 감독제’다.

또한 수시 테마검사를 통해 신사업 진출 금지 등의 제재도 피할 수 있다. 특정 범위 내에서 검사를 진행하면 해당 사안에 대한 개선안을 마련하면 되나, 종합검사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부분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예컨대 삼성생명의 경우 전날 금융위원회로부터 암 입원보험금 미지급이 보험업법을 위반했다고 판단, 과징금 1억5500만원을 부과받았다. 이로 인해 삼성생명과 자회사는 1년간 신(新)사업에 진출할 수 없게 됐다.

종합검사가 정기검사로 전환되면 검사 기간도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종합검사는 본검사만 약 한 달이 소요되는데, 결과 도출 과정에서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보니 사실상 검사 기간 동안 보험사의 발이 묶인다는 단점이 있었다.

◇ 정기검사 전환, 우려의 시선도

일각에서는 정기검사 전환이 금융당국의 검사 기능 약화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부문검사로는 파악하기 힘든 금융회사 내부 비리 등의 적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시장 변동성이 커지며 금융의 영역이 넓어진 상황에선 저인망식 검사도 필요한데, 부분검사나 테마검사만으로 대응하긴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종합검사가 정기검사로 전환돼도 크게 달라질 게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를 통해 금융사가 위험에 대한 사전예방을 강화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기검사 역할이 사전예방을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오히려 제출할 서류들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번거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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