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의료자문 후 보험금 삭감·지급 거절
“과잉치료, 구상 청구하면 문제 없어”

# A씨는 최근 갑상선암을 진단받아 갑상선 고주파 절제술을 받았다. 담당 설계사 B씨는 고주파 절제술이 과거에는 수술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2017년에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아 보험약관에서 수술비 지급대상에 포함됐다며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고 답변했다. 병원에서는 종양이 커서 2회 이상 수술받아야 한다고 했고 A씨는 의사의 권유에 따라 2회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보험사는 과잉진료로 보고 수술비 지급을 거절했다. A씨는 억울하고 당황스러웠다. 

보험사들이 갑상선암 또는 결절에 대한 고주파 절제술을 과잉진료로 보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례가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결절 크기에 따라 여러 번 반복 시술이 필요할 수 있음에도 일부 보험사들이 자체 의료자문을 통해 과잉진료로 판단, 수술비 지급을 거부하고 있어서다. 보험사가 회당 1000만원이 넘는 고액의 수술비가 부담돼 면책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갑상선암 환자에 유독 까다로운 보험사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일부 보험사들이 2회 이상의 갑상선 고주파 치료를 과잉치료로 보고 수술보험금을 면책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갑상선암과 관련된 보험금 논란은 다양한 방식으로 지속돼 왔다. 

약관에 따르면 수술이란 ‘의료기구를 사용하여 생체에 절단(특정 부위를 잘라내는 것), 절제(특정 부위를 잘라 들어내 없애는 것) 등의 조작을 가하는 것’을 말하며 ‘흡인, 천자 등의 조치 및 신경 차단은 제외한다’고 기술돼 있다. 여기에 보건복지부 산하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 또는 이에 준하는 기관으로부터 안전성과 치료효과를 인정받은 최신 수술기법도 수술에 포함된다. 

고주파 절제술은 종양 내부에 가느다란 바늘을 삽입한 후 고주파를 발사해 종양을 괴사시키는 치료법으로, 보험사는 해당 치료법이 절단, 절제 등의 조작을 가하지 않아 약관상 수술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고주파 절제술이 2017년 제3차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에서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되면서 신의료기술로 인정을 받자 보험사는 과잉진단·치료를 문제 삼고 나섰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갑상선암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수술하지 않고 경과 관찰을 하며, 갑상선 결절의 치료 기준은 외국에서 1cm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0.5cm로 기준이 더 까다롭다는 게 보험사의 주장이다. 

또 건강검진이 보편화되면서 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된 갑상선 질환에 대해 일부 병원이 치료를 남발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액보험의 경우 특별한 단서 조항이 없으면 수술을 받을 때마다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사실을 악용해 불필요하게 여러 번에 걸쳐 치료를 함으로써 보험금이 줄줄 새고 있다고 지적했다

◇ 암 보험금, 보험사 횡포 여전
소비자와 손해사정사들의 주장은 다르다. 고주파 절제술의 경우 종양의 성격과 크기에 따라 치료를 여러 번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암은 크기에 상관없이 치명적일 수 있고, 주치의들도 갑상선암이 미분화암으로 암의 성질이 변하면 5년 생존율이 14%까지 낮아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착한 암이라고 불리는 갑상선암도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 치료가 어려워지는 만큼 조기진단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 손해사정업계 관계자는 “과잉진료가 문제가 된다면 소비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고 난 후 과잉치료를 한 병원에 구상 청구를 하면 되는데, 소비자가 갑상선 관련 치료만 받으면 과잉진료인 것으로 확대해석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다”며 “애꿎은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작성자 불이익 원칙은 보험약관이 다수의 계약자를 대상으로 동일한 내용의 약관을 보험사가 작성해 표준화한 것이기 때문에 약관내용의 해석이 불명확할 경우 보험회사에 불리하게 해석한다는 원칙이다. 다수의 계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에서 최종적으로 적용하는 원칙이다.   

그러나 보험사가 암 보험금 분쟁 시에 보험의 원칙, 소비자들의 정보 부족 등을 악용해 보험금을 삭감하거나 면책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2018년부터 최근 3년간 접수된 암 보험 관련 피해구제 신청 451건을 분석한 결과,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과도하게 적게 지급한 사례가 88.2%(398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진단비’ 관련 피해구제 신청이 64.3%(256건)로 가장 많았고 이어 ‘입원비’ 21.1%(84건), ‘수술비’ 8.3%(33건) 등 순이었다.

암 종류별로는 ‘대장암’이 전체 27.3%(123건)로 가장 많았고 ‘갑상선암’이 19.5%(88건)로 뒤를 이었다. 이어 ‘유방암’ 13.3%(60건), ‘방광암’ 5.1%(23건) 등이 순으로 이어졌다. 

(사진 출처=Pixabay)
(사진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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