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 파이프 휘두르고... 심장마비로 사망사고 까지
금융당국 TF팀 조직 개선대책 마련키로

보험사 직원들이 과도한 민원과 폭행에 시달리고 있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 직원들이 일부 소비자들의 도를 넘는 민원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심지어 사망에 이르는 사건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원 관련 사건·사고는 폭행, 재물손괴, 사망 등 다양한 유형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악성 민원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 대처키로하는 등 개선책 마련에 나섰다.

◇민원과 폭행에 속수무책

보험사 보상팀장 A 씨(1974년생)는 민원 스트레스로 인한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재작년 9월 사망했다. A 씨는 민원인과 통화 후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점심 식사를 하지 않고 직원들이 떠난 사무실을 배회하다가 갑자기 앞으로 넘어지듯 쓰러졌다. 그 후 응급실로 후송되었으나 결국 사망했다.

A 씨는 사망한 날 동료에게 “민원인으로부터 계속 전화가 오고 소송 관련 불만을 가진 민원인이 한 밤중에도 전화를 해 잠을 잘 수가 없고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기운이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행정법원은 “고인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할 때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서울행정법원 2020구합67933)

B 씨(1992년생)는 지난해 10월 보험사의 보상처리 과정에서 불만을 품고 보험사 사무실을 찾아가 노트북 등 보험사 물품 20개를 쇠 파이프로 부쉈다. B 씨는 1시간 후 다른 보험사 사무실을 찾아가 보험금 지급 문제 등에 대해 항의하면서 업무용 PC 등 18개의 물품을 발로 차고 던져 손괴했다.

울산지방법원은 특수재물손괴, 업무방해 등 이 밖에 혐의로 기소된 B 씨에게 징역 8월을 선고했다. (울산지방법원 2020고단4834)

보험사 직원 C 씨는 올해 1월 고속도로 사고 현장에서 사설 견인차 기사에게 폭행당했다. C 씨가 차주를 대신해 보험사와 연결된 정비소로 가겠다고 하자, 견인차 기사는 이에 불만을 품은 것이다. C 씨는 20분 정도 이어진 폭행으로 코뼈 골절 등 전치 3주를 진단받았다.

보험사 관계자는 “금감원에 제기된 소비자 민원은 보험사 직원 인사 고과 및 성과 평가에 적용되기 때문에 악성 민원이라도 온몸으로 막아내는 수밖에 없다”며 “현재 금융당국이 실시하고 있는 소비자보호실태평가와 관련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출처=PIXABAY
출처=PIXABAY

◇금감원도 예의 주시 중

금감원은 보험사 민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TF를 준비 중이다. 또한 보험사, 생·손보 협회 관계자 등 보험업계 관계자들과 논의해 민원 실태를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준비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최근 악성 민원에 대한 평가 결과가 해당 직원의 성과평가로 이어지는 실태를 점검하고 금소법 시행에 맞추어 소비자보호 실태평가 제도를 보다 합리적으로 개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2015년 말 금감원 및 6개 금융 협회가 모여 공동으로 ‘문제행동 소비자 대응 매뉴얼‘을 제정했고, 매뉴얼에서 정한 판단 기준 및 증빙 근거에 따라 악성 민원은 민원 건수 산정에서 이미 제외하고 있다“며 “보험사가 악성 민원을 직원 성과 평가에 적용한다면 이는 보험사 자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TF를 결성해 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며 ‘악성 민원 관련 보험사 직원의 성과 평가 적용 현황’, ‘민원건수 관련 실태평가 제도 개선’을 중점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금융 민원 중 보험 민원이 과반수

금감원이 지난 4월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민원은 9만 334건으로 전년 대비 9.9% 증가했다. 이중 보험 민원은 5만 3,294건으로 전체 금융민원의 58.9%를 차지했다.

생명보험 민원은 21,170건으로 전년대비 4.1%(+832건) 증가했다. 민원 유형별로 보험모집관련 민원(52.6%)이 가장 많았고, 보험금 산정 및 지급(17.5%), 면부책 결정(11.5%) 순으로 많았다.

손해보험 민원은 32,124건으로 전년대비 4.1%(+1,278건) 증가했다. 민원 유형별로 보험금 산정 및 지급이 가장 큰 비중(44.2%)을 차지했고, 계약의 성립 및 해지(9.8%), 보험 모집(7.0%) 순으로 많았다.

올해 1분기 보험사 자체 민원과 대외 민원을 합친 민원건수는 15,670건이다. 이는 손해보험사 민원 9,278건과 생명보험사 민원 6,392건수를 합친 수치다.

1분기 민원 건수는 이전 분기 대비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여전히 1만 5천 건을 상회했다.

정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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