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매체사 보유한 곳과 거래, 조건 좋으면 의심해봐야

계약상 지급하기로 한 데이터베이스(DB) 중 일부만 제공하고 잠적하거나 회사를 파산하는 ‘먹튀’ 사례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거래 시 주의사항이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초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를 몇 곳이 억대의 ‘먹튀’ 피해자가 된 상황. <보험매일>은 DB 유통 및 판매 관련 전문가의 말을 빌려 DB 거래 시 유의해야 할 점을 정리해봤다.

◇확실한 매체사 보유한 곳과 거래 필요

6일 DB 유통·판매 전문가는 GA가 ‘먹튀’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확실한 매체를 가진 업체와 거래하는 게 중요하고 조언했다. 여기서 매체는 DB 추출의 원천이 되는 곳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수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대형 포털 카페, 다수의 회원을 보유한 각종 기업 홈페이지 등이다.

확실한 매체를 보유한 곳과의 거래가 중요한 건 DB 추출과 공급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매체사가 없는 업체는 과거 개인정보 유출사태 때 확보한 정보라든지 제3자 동의를 받지 않은 정보로 DB를 제작·공급한다.

더욱이 불법으로 DB를 추출하지 않기 때문에 향후 발생 가능한 개인정보 문제에서 보다 자유로울 수 있다.

전문가는 “매체사를 활용해 정상적인 방법으로 추출한 곳은 상대적으로 신계약 효율이 좋지 않다. 보험 뿐만 아니라 카드, 은행 등 다양한 곳에서 돌았기 때문”이라면서도 “매체사가 없는 건 효율성이 높을 수 있지만 DB 수량이 나오지 않아 먹튀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자가 아닌 판매회사와 거래하는 것도 ‘먹튀’ 피해를 예방하는 방법 중 하나다.

DB의 판매구조는 판매업자가 DB를 추출·제작해 거래처에 공급하고 여기서 잔여분은 유통업자에게 넘기는 식으로 구성된다. 유통업자는 여러 업체로부터 DB를 확보해 보험설계사 혹은 GA지점에 판매한다.

유통업자가 GA와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매월 100개씩 공급하겠다고 가정하자. 유통업자는 DB판매회사 A, B, C, D, E사에서 각각 20개씩을 일정 금액을 주고 확보하고 이를 합쳐 해당 GA에게 공급하는 식이다.

‘먹튀’는 유통업자가 판매업자로부터 DB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할 때 발생하는데 판매업자와 직접 거래하면 이 같은 상황에 직면한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 사진=픽사베이

◇계약조건 좋으면 ‘먹튀’ 의심 필요

전문가는 DB공급계약 조건이 지나치게 좋으면 반드시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DB공급계약 조건이 좋은 건 시장에 형성된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DB를 제공하는 게 대표적이다. 여기에 A/S(사후관리) 조건이 파격적이라면 반드시 의심해야 한다는 얘기다.

DB 시장가 속에는 콜센터 직원 인건비, 녹취 콜시스템 구축비용, 광고비가 포함된다. 더욱이 매체사 회원 20만명을 활용해 추출할 때 0.7~0.8% 수준 밖에 안나온다. 즉 DB가 일정 수준의 가격 이하로 떨어질 수 없다는 얘기다.

DB ‘먹튀’ 피해를 입은 초대형 GA가 계약한 업체 역시 시장보다 DB가격이 저렴하고 A/S(사후관리) 조건이 좋았다. 해당 판매업체는 보험설계사가 고객과 미팅을 하지 못할 경우 100% 다시 DB를 제공하겠다는 조건을 걸었다.

전문가는 “판매업체의 ‘먹튀’ 사례가 증가하면서 DB 제작·판매의 구조를 잘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먹튀’를 하고도 배째라 식으로 나오면 받을 길이 없다. 판매매업자의 ‘먹튀’는 GA에게 바로 손실로 돌아온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문가는 “먹튀 피해를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DB의 질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안목도 필요하다. 기껏 받은 DB가 질이 안좋으면 피해로 이어진다. 거래 전 DB 제작·판매 상황을 잘 아는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최석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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