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신 수석

삼성생명 2층 고객센타에는 420여일 째 고립투쟁을 하고 있는 ‘보암모’ 암환자들이 있다.

‘보암모’란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이다. 이들 회원들이 요양병원 암입원급여금 지급을 요구하며 본사 고객센터를 1년 이상 점거, 농성하며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 동안 대법원은 ‘20. 8월 삼성생명과 보암모 공동대표 A씨간의 암보험금 개별소송에서 보험사의 손을 들어주었고, 금융감독원은 ’20년 12월 암 보험금 부당지급 안건 등에 대한 제재심을 통해 삼성생명에 '기관 경고'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보암모는 수많은 암보험 분쟁 현장에서 태어나서 최전선에서 싸우는 암환자들의 대표인 셈이다. '암 보험금 부당지급 안건'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암 환자의 요양병원 입원을 '암의 직접 치료'로 보고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지를 두고 보험 가입자와 생명보험사 간의 분쟁이 불거지자, 당시 금감원은 각 보험사에 말기 암 환자, 종합병원 항암치료 병행 환자, 암 수술 직후 환자 등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권고했다.

대부분의 보험사는 요양병원 입원비를 지급했고 삼성생명도 금감원의 권고를 받아들였으나, 요양병원의 입원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고 판단되는 건에 대해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상품설계과정에 이들 환자들에게 대한 입원비지급은 제외하고자 하였고, 이를 지급하면 보험금누수가 발생하고 대수의 법칙이 무너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 삼성생명의 입장이었다.

초기 암보험은 생명보험사에서 판매하였고, 특히 업계 1위 삼성생명은 업계 2, 3위 생명보험사 자산을 합친 것보다 더 많다. 처음에 금감원 권고에 순응했던 하위 보험사들도 삼성생명으 따라 점점 지급심사를 까다롭게 하고 있다. 요양병원 입원이 단기간이고 소액이면 쉽게 지급되지만, 입원기간 장기화로 고액이 되면 심사가 까다롭게 되어 태도가 바뀐다는 것이다.

2019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한국인 사망원인 1위는 암이고, 전제 사망자의 27.5%가 암으로 사망한다고 한다. 이는 전년도(2018년) 대비 2.5% 증가한 수치이고 유형별로 보면 폐암(36.2명), 간암(20.6명), 대장암(17.5명), 위암(14.9명), 췌장암(12.5명) 순으로 높다. 1990년대 중반부터 보험사들이 경쟁적으로 암보험 상품을 내놓으면서 다수 국민들이 암보험에 가입하였고 시장은 크게 확대되었다. 국민의 1/5이 암보험 계약자이고, 암보험은 실손보험과 더불어 국민보험이 되었다. 2000년 중반부터 암 발생률이 올라가면서 보험사의 수익률이 악화하자 지급심사가 엄격해졌고 분쟁이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주된 쟁점은 암 환자의 요양병원 입원치료를 두고 '암의 직접 치료'로 판단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2013년에 한국소비자원은 '암의 직접적인 치료목적'이라는 약관내용과 관련해 문구의 모호성으로 인해 보험금 지급 분쟁이 이어지자 암보험 관련 '피해예방주의보'를 발령하였다. 그럼에도 분쟁이 지속되자 2015년에는 금융당국에 '암보험 약관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관련 아래와 같이 구체적 사례를 포함시켜 개정할 것을 건의했으나 반영되지는 않았다.

△후유증 및 합병증 치료라 할지라도 의사의 소견상 암치료가 주된 목적인 경우 △말기암 환자 치료 △암이 전이되거나 재발된 경우 △암 합병증 발병시 수술하지 않으면 생명유지가 불가능한 경우 △항암치료시 병실부족 등으로 부득이 하게 요양병원에 입원한 경우.

암보험은 태생적으로 문제를 가지고 태어났다. 보험상품 설계 당시에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이후에 많이 발생했다. 우선 생활습관의 변화로 암 발생 환자가 급격히 늘었고, 의료기술의 발달로 암의 조기검진이 가능해지자 암환자 생존율도 늘어났다.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1990년대에 비해 30%가량 증가하였고 전체 환자의 70%를 넘었다.

요양병원에서 오랜 기간 입원치료를 받고 완치되는 암 환자들이 크게 늘어난 것은 환자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지만 당시에 존재가 미미하였던 요양병원의 역할이 커진 것은 보험사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보험사는 손해율이 나빠지자 지급심사가 까다롭게 하였고, 분쟁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2017년부터 격화된 암 환자 분쟁현장에 몇몇 국회의원들도 다녀갔지만 해결이 되지 않았다.

초기 암보험약관에는 ‘암 입원보험금’에 대해 ‘암 치료를 목적으로 한 입원’으로 규정되어 있었으나 문구해석을 놓고 분쟁을 겪으면서 ‘암 입원보험금’과 관련한 약관은 ‘암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는 입원’, ‘암의 직접적인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입원’으로 개정되었다.

분쟁기간 동안에 몇몇 대법원 판례도 나오고 금감원 권고사항도 나왔지만 일관적인 것은 아니라서 그 경계선은 더욱 모호해진 느낌이다. 게다가 가입기간별 약관문구의 차이, 암의 유형과 환자들의 상태에 따라 치료방법도 다양하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판단해야할 부분이다.

금감원 권고사항이 강제력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암환자들은 『최초 약관대로 전부 지급』을 요구하고 있고, 보험사는 일부 건에 대해 절충안으로 50%지급하거나 부지급하면서 법원판결에 따르자는 입장이다. 암환자들은 법원판결로 갈 의사가 없고, 금감원이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기관경고’를 의결하였고 조만간 금융위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지만 ‘기관경고’가 이 상황을 해결하는 것도 아니다. 암보험과 같은 대규모 분쟁, 극한 대치가 장기간 발생할 경우 법원판결 이전에 양측의 합의를 통해 임시조정 기구의 마련도 고려해 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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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신 수석

삼성화재(1992~2018)근무, 유튜브 '보험작가TV' 방송, 손해사정사, 도로교통사고감정사, 보험조사분석사, 시인/수필가('19년 샘터문학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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