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매일=김은주 기자] 최근 보험사들이 앞다퉈 디지털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사업모델을 가지고 전략을 수립해야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특히 금융당국이 과거 전통적인 보험상품과 판매채널을 위한 보험규제를 과감히 버리고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규제를 마련해야 하며, 보험산업이 자유 경쟁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14일 보험연구원 김규동 연구위원, 김윤진 연구원은 ‘보험산업의 디지털 전환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동안 보험회사는 신규 진입자와 시장 변화로 인한 위기의식이 크지 않았으며 디지털 전환을 위한 투자에 소극적인 편이었으나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이 새로운 경쟁자로 등장을 예고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이에 보험회사들 중 디지털 조직을 정비하고 확대하는 곳이 증가하고 있으며, 향후 디지털 전환 투자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보고서는 보험회사의 디지털 전환은 보험가치사슬의 분절화(Fragmentation)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는 장기 사업모델 수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기술과 데이터가 외부 회사에 종속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술과 데이터의 외부 의존도 증가와 보험가치사슬의 분절화는 보험회사의 일관된 장기 경영전략 수립에 어려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보고서는 보험회사의 시장 진입이 증가하고 규제가 대폭 완화될 경우, 보험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탄력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규동 연구위원은 “캐롯손보는 보험시장 진출 이후 퍼마일(Per-mile) 자동차보험 등 새로운 형태의 보험상품을 출시하여 관심을 받고 있다”며 “향후 카카오페이의 디지털 보험회사 설립과 소액단기보험회사 설립 조건 완화로 인한 시장진입 증가는 보험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타 금융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이어서 디지털 전환을 위한 규제 개선이 신중히 진행되어 왔던 보험 정책 및 행정도 최근 금융당국의 규제개선 의지가 매우 강해 보험시장에서 많은 변화가 기대된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디지털 보험회사 및 소액단기보험회사 등 새로운 보험업 허가 정책 마련, 헬스케어 서비스 활성화, 실손의료비 청구 전산화, 보험회사의 본질적 업무 위탁 방안 검토, 비대면 인증 서비스 활성화, 모집채널 전면 재정비 등 지금까지 보험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더디게 했던 규제들을 전면 정비할 계획이다.

김 연구위원은 “금융당국은 과거 전통적인 보험상품과 판매채널에 적합한 보험규제를 과감히 개선하고,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며 “또한 보험산업의 인공지능(AI) 적용에 대한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규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소비자 보호를 위하여 보험판매 시 설명의무를 엄격히 요구하고 있으나, 보험금이 소액이고 보장도 단순한 보험상품에 대해서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어 모바일을 통한 간단한 보험상품 판매에 장애가 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새로운 기준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빅테크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 우위로 인한 독과점 구조 가능성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보험모집행위에 대한 기준을 행위별로 새롭게 정립하여 온라인 플랫폼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보험서비스들을 규제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또한 “보험산업의 특성으로 인해 보험회사가 적극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추구하지 않으면 변화가 더딜 수밖에 없으므로 적극적인 디지털 전환 노력과 장기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며 “수입보험료와 같은 외형 성장 위주의 전략을 고수할 경우, 단기 경영성과에 반영되지 않는 디지털 전환에 적극적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