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 나이 상한선 조정 등 방식 다양… "결국 임시방편, 적정 수준 보험료 인상 필요"

[보험매일=신영욱 기자] 2020년 보험업계는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올해 초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보험산업의 전통적인 영업방식인 대면영업에 대전환을 가져왔고, 비대면 채널의 성장을 가속화했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상품(DLF·DLS) 사태 재발방지의 일환으로 제정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은 보험업계에 큰 충격을 줬다. 높은 과징금과 과태료 내용을 두고 보험협회는 회원사의 의견을 종합해 의견을 마련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초년도 모집수수료 1200%룰을 앞두고 원수보험사 전속채널의 자회사형 GA로의 이전을 현실화했으며 보험제조와 판매의 분리를 더욱 앞당기고 있다. 보험매일은 2020년 보험업계 이슈를 결산하는 특집을 전개한다. 여덟 번째는 ‘높아지는 실손보험 가입 문턱’이다.

◇실손보험 판매 보험사 중 다수가 올해 가입 문턱 높여

올해의 경우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 중 다수의 가입 문턱이 이전보다 높아졌다.

한화손해보험은 올해 방문 진단 심사 기준을 기존 41세에서 20세로 하향했다. 이전까지 20대~30대의 경우 질병 발생 위험도와 관계없이 서면 심사를 통한 실손보험 가입이 가능했다면,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의미다.

롯데손해보험 역시 지난 1월부터 만 21세 이상이 단독 실손보험에 가입할 경우 방문 진단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전까지의 경우 서류를 통한 문진 심사로 가입이 가능했다.

또 메리츠화재는 지난 1월 기존 66세 이상이던 방문심사 적용 기준을 61세 이상으로 하향조정했다.

일부 보험사들의 경우 실손보험의 신규 가입 연령 상한선을 내리는 방식으로 가입 문턱을 높였다. 삼성생명이 대표적이다.

삼성생명은 기존 70세였던 실손보험 가입 나이 상한선을 60세로 대폭 낮췄다. 현대사회가 100세 시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 분명하다.

이밖에 가입 연령 한도를 하향한 보험사로는 한화생명과 동양생명이 있다. 한화생명은 기존 65세에서 49세로, 동양생명은 60세에서 50세로 가입 연령을 조정했다.

◇가입 조건 상향도 결국 임시방편… 적정 수준 보험료 인상 필요

실손보험 판매 보험사들이 가입 조건을 까다롭게 함으로써 사실상 디마케팅(demarketing)을 펼치는 배경에는 떨어질 줄 모르는 높은 손해율이 자리 잡고 있다.

디마케팅이란 자사의 상품과 서비스 등에 대한 고객의 수요를 기업이 의도적으로 감소시키고 싶을 때 실행하는 마케팅을 뜻한다.

지난해 실손보험 손해율은 134.6%로 역대 최악을 기록했다. 손해율이 100%를 넘었다는 것은 보험사에 납입된 보험료보다 보험금으로 지급된 금액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의 경우 손실액의 규모가 2조4,313억원에 달했다. 전년도인 2018년(1조3,342억원)과 비교하면 82.2%(1조 971억원) 높아진 수준이다.

이 같은 손해율 개선을 위해서는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 다만 보험료 인상을 마음먹은 대로 진행하는 것이 어렵다 보니 가입 문턱을 높이는 임시방편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보험업계에서는 평균 21%의 내년도 실손보험료 인상을 요구했지만, 금융당국에서는 평균 인상률 10%~11% 수준의 답변을 내놨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실손보험 손해율을 잡기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데 이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니 상품을 팔면 팔수록 손해가 발생하는 기이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보험사들이 가입 문턱을 높이는 것은 손해 발생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실손보험을 판매 중단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며 “다만 당국과의 관계가 있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판매를 유지하는 곳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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