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 지정률 1%대 불과 '유명무실' 지적…"의무화 등 제도 개선 방안 모색 중"

[보험매일=김은주 기자] 치매보험 상품에 가입한 100명 중 8명 정도만이 지정대리인 제도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명의 치매 환자 중에 92명은 본인이 직접 보험금을 청구해야 하는 셈이다.

특히 삼성화재, DB손보,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 보험사의 경우 치매보험 대리청구인 지정 비율이 1%대 수준에 그치고 있어 피해 예방을 위해 의무적으로 지정대리인을 기입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금융당국도 의무화하는 방안 등을 포함한 제도 개선 및 보완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영향 및 시급한 현안 처리 등으로 인해 후순위로 밀리면서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 대형보험사 치매보험 대리청구인 지정률 1%대

5일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보험사별 치매보험 상품 가입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35개 보험사의 대리청구인 지정 비율은 8.27%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도 6.28%를 기록한 것에 비해 1.99%p의 증가하긴 했지만 여전히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대형 보험사일수록 지정대리인 제도 활용비율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삼성화재, DB손보,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국내 주요 4개 보험사의 치매보험 대리청구인 지정 비율은 1.26%로 전체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삼성화재에서 판매한 17만5,947건의 치매보험 중 대리청구인이 지정된 건은 총 1,218건으로 0.69% 수준에 그친다. DB손해보험 역시 치매보험 7만5,126건 중 647건인 0.86%만이 대리청구인을 지정하고 있어 1%를 하회한다.

한화생명은 37만6,793건 중 5,286건, 교보생명은 26만388건 중 4,049건으로 각각 1.40%, 1.55%의 가입자가 대리청구인 제도를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 (자료출처=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실)

◇ 금융당국, 의무화 방안 "검토 사항 중 하나"

혼수상태, 중증치매 발병 등을 대비하여 사고 전 미리 보험금을 대신 청구할 수 있는 인물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보험금 지정대리인 청구제도’ 혹은 ‘보험금 대리청구인 지정제도’라고 부른다.

특히 치매보험은 보장내용의 특성을 고려할 때 치매로 진단받은 본인 스스로 보험금을 청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의사소통 능력과 인지 기능이 떨어져 청구절차를 버겁게 느끼거나 심한 경우에는 본인이 치매보험에 가입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4년부터 보험사들이 치매보험 약관에 보험금 대리청구인 지정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명기하고 이를 계약자에게 반드시 안내토록 제도화했으나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지정률은 10% 밑을 맴돈다.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일 뿐인데다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가입자들이 지정대리인 청구제도가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 탓이다.

이에 전재수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 이어 올해도 치매보험 계약 시 지정대리인을 의무적으로 기입하도록 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 의원은 “우리나라 65세 이상 치매환자수는 81만명에 달하며 지난해 상반기 신규치매보험 가입건수는 3.1배, 경증 치매보험 가입건수는 5.5배 증가했다”며 “가족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 치매보험을 선택한 가입자들이 정작 보험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의무화와 관련해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보험사들은 대리청구인 지정을 강제할 경우 향후 계약자의 변심으로 인한 문제나 민원·분쟁 발생 여지가 크다는 점 등을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대리청구인 지정이 어려운 독거노인들의 가입 불편도 문제로 지적한다.

금융감독원 특수보험1팀 관계자는 “의무화에 따른 효익이 더 클지 부작용이 더 클지를 판단해야 하는 단계”라며 “효익이 더 크다면 의무화하겠지만 부작용이 더 크다면 지정률을 높일 수 있는 다른 대안을 찾을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코로나19로 대면 만남이 어려운 상황에서 시급한 업무 처리에 비해 우선순위가 밀리긴 했으나 꾸준히 의견 수렴 및 검토를 하고 있던 사안”이라며 “업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친 뒤 이른 시일 내 정확한 방향을 정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보험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