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부지급률 등 비교 공시…"제도 본질적 문제부터 해결되어야"

[보험매일=김은주 기자]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을 부당하게 거절하거나 삭감하는데 의료자문제도를 악용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달부터 보험사별 의료자문을 통한 보험금 부지급률 등이 새롭게 공시됐다.

투명성을 확보 및 보험사의 자정 노력 유도를 통해 소비자 신뢰를 높인다는 취지이지만 금융당국을 통한 의료자문 기구 설립 등 공정성 확보를 위한 본질적인 개선 작업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의료자문 실시율·보험금 부지급률 등 공개

이달부터 생명·손해보험협회를 통해 보험사별 의료자문 실시 건수, 의료자문인 소속기관뿐 아니라 보험금 부지급률 등이 비교 공시되고 있다.

의료자문 제도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금융당국이 보험업감독업무 시행세칙을 개정하고 의료자문 공시제도를 강화한데 따른 것이다.

의료자문이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피보험자(소비자)의 질환에 대해 전문의의 소견을 묻는 것을 말한다.

의룔자문 관련 비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7.1~12.31) 기준 의료자문 평균 실시율은 생명보험사 0.18%, 손해보험사 0.11%로 집계됐다.

생보사는 총 1만797건의 의료자문 실시했으며, 이중 의료자문을 통한 보험금 부지급 건수와 일부 지급 건수가 각각 2,166건, 3811건이다. 의료자문을 통한 보험금 부지급률은 20.06%, 일부 지급률은 35.29%이다.

손보사는 생보사에 비해 의료자문을 이용해 보험금을 안 주거나 삭감하는 경우가 적은 편이다. 의료자문을 통한 손보사의 보험금 부지급률은 3.23%이며, 보험금 일부 지급률은 27.93%로 나타났다.

2만6,580건의 의료자문을 실시하여 이중 859건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으며, 7,425건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일부만 지급했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보험국장은 “의료자문 실시율만 보면 0.1%대로 적은 것처럼 보이지만 건수로 따지면 몇 만 건에 해당하여 많은 수치”라며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허투루 넘길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 “감독당국 내 의료자문위원회 등 설치 필요”

본래 의료자문은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의학적 전문소견이 필요하거나 대립이 있어 객관성 확보가 필요한 경우에 한해 실시하는 제도이다.

문제는 일부 보험사들이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에서 정한 ‘보험사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되는 사항’에 국한하지 않고 의료자문을 남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소비자가 제출한 진단서에 객관적인 반증 자료 없이 일방적으로 선정한 의료기관에 자문의 소견만을 통해 보험금 지급을 거절·삭감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어 공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는다.

이에 보험사와 고객 간 보험금 지급 논란을 줄이기 위해서 약관에 의료자문에 대한 명확한 근거 조항을 만들고 보험사 주체가 아닌 금융당국을 통한 의료자문 절차나 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보험국장은 “필요한 경우 공정성이 갖춰진 제3의 의료기관을 통해 실시되는 의료자문은 몇 건이 됐든 전혀 문제 될 일이 아니다. 문제는 자문의가 환자를 전혀 보지도 않은 채 보험사가 보내 준 서면 자료만 보고 소견을 내고 이를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 거절 수단으로 악용하는 경우”라며 “보험사들이 일방적으로 실시하는 의료자문은 근거도 없고 절차상에도 문제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오 국장은 이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공시 내용을 강화하는 것 보다는 보험사가 의료자문제도를 보험금 지급 거절에 악용할 수 없도록 약관에 명문화시키는 작업이 더욱 절실하다”며 “또한 의사협회 혹은 금감원 내 의료자문위원회 등을 설치하여 제3자 입장에서 객관성 있게 제도가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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