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 단체행동에 해당 장면 편집·삭제, “유사사례 없도록 만전 다할 것” 사과

[보험매일=최석범 기자]SBS가 최근 논란이 된 보험설계사 폄하에 대해 공문을 통해 사과했다. 보험설계사 1200여명의 온라인 항의서명과 함께 발송한 내용증명에 대해 ‘공식사과’를 입장으로 내놓은 것이다.

보험설계사들은 SBS의 공식사과에 환영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한 후속조치가 이행되는지 지켜본다는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설계사 혐오 논란은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보험설계사의 권익문제’가 대두되면서 권익단체의 필요성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보팔이’, ‘보걸’ 폄하에 공동대응에 SBS 사과

지난주 양대 보험설계사 커뮤니티 보만세(보험설계사 만만세), 보험인은 SBS에 1284명의 항의서명과 함께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굿 캐스팅’ 14화 중 일부 장면에 보험설계사를 혐오하는 표현이 여과 없이 노출됐고 이에 대한 사과방송과 재발방지, 후속조치를 약속받기 위한 목적에서다.

이 드라마 주인공인 황미순(김지영)은 극중 국가정보원 요원이지만 보험설계사로 위장하여 활동하고 있는데, 문제는 14화 분 방송에서 동급생들이 주인공 딸에게 학교폭력을 하며 몸을 잡고 억지로 얼굴에 화장품을 칠하는 등 장면이 나오면서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얘 화장품 살 돈이 없어서 그래, 얘네 엄마 아파트에서 보험 팔러 다니는 ‘보팔이’잖아” “야 ‘보팔이’가 아니라 ‘보걸’ 보험구걸”이라고 보험설계사를 폄하하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해당 소식을 접한 보험설계사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단체행동에 이르게 됐다.

보험설계사들은 웃고 넘어갈 사안이 아니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항의서명을 온라인으로 접수, 설계사 1284명의 동의를 얻었다. 여기에 법무법인을 통해 내용증명을 작성토록 해 발송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섰다.

내용증명은 SBS가 보험설계사가 불편함, 모멸감, 자괴감 등 인격권 침해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고 사과방송을 할 것, 편견이나 반감을 일으킬 소지가 있는 혐오표현을 하지 않겠다는 재발방지 약속, 폄하표현 편집삭제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이런 가운데 3일 SBS가 공문을 통해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한 것. SBS는“논란이 된 드라마 속 대사는 해당 극의 갈등을 최고조로 이끌기 위한 하나의 장치이자 표현에 불과했다”면서 “해당 직업군(보험설계사)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아니었다. 너른 이해와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사진=SBS 홈페이지 캡쳐

이어 “해당 장면은 요청한대로 삭제편집해 방송 및 인터넷 상으로 다시보기(VOD) 서비스를 통해 노출하지 않도록 즉각 조치했다”면서 “당사는 향후 드라마 제작에 직간접적인 표현에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다하겠다”고 사과했다.

◇SBS 공식사과에 OK “후속조치 이행되는지 지켜볼 것”

SBS의 공식사와과 후속조치를 약속받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한 보험설계사 커뮤니티는 일단은 만족한다면서도 후속조치가 실질적으로 이뤄지는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보험인’ 대표 관리자 최재선씨는 “SBS가 보험설계사들의 항의서명과 내용증명에 공문으로 사과를 했다. 문제의 장면을 삭제 편집하고 방송과 인터넷 상으로 다시보기 서비스에 노출되지 않도록 했다고 한다”면서 “실제로 해당 조치가 이뤄졌는지 확인하고 앞으로도 유사한 일이 발생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험설계사들은 SBS를 상대로 싸움을 위한 싸움을 한 게 아니다. 설령 법원까지 가서 승소를 한들 상처뿐인 영광 아니겠느냐”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보험설계사의 권익을 대변하는 단체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덧붙였다.

‘보만세’ 운영진 진원일씨 역시 “보험설계사 한명 한명이 SBS에 항의할 때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우리가 뭉쳐 한 목소리를 내니 큰 울임이 돼 SBS를 움직였다. 이번 사건에 대해 가만히 있지 않고 서명운동에 동참한 보험설계사님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SBS의 공식사과와 후속조치 소식에 보험설계사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보험설계사는 “너무 뿌듯하다. 함께할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게 너무 든든해지는 소식이다”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우리의 권익은 우리가 지키는 것이다. 수고하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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