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당국·보험업계, 대응 TF 구성…근절방안 마련될까

[보험매일=김은주 기자] “뒷쿵 보험사기가 늘면서 민원까지 덩달아 많아져 이래저래 골치가 아프네요.”

상반기 일명 'ㄷㅋ(뒷쿵)'으로 불리는 자동차 고의충돌 보험사기까지 유독 더 극성을 부리면서 보험업계 한숨이 깊다.

보험사기 의심 정황이 포착되어 보험금 지급을 미루고 조사를 시작하면 해당 계약자가 바로 당국에 민원이 제기하는 바람에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다는 것이다.

민원 내용이나 성격이 무엇이든 민원 발생 자체가 부담스러운 보험사 및 담당 직원 입장에서는 의심 사례가 발생해도 적극적으로 조사하지 못하고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는 일부 하소연도 나온다.

실제로 앞서 지난달 19일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사태 국면을 틈타 온라인상에 ‘일자리․급전 필요한 분’ 등의 구인광고를 가장하거나 ‘하루 일당 25만원+’고액의 일당을 미끼로 보험사기 공모자를 모집하는 사례가 판치자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한 바 있다.

누가 봐도 상식적인 수준을 벗어난 제안이라 대다수는 누가 저런 얄팍한 꾐에 넘어갈까 싶을 수도 있겠지만 사회경험이 거의 없다시피 한 순진한 청소년과 사회초년생들 그리고 당장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놓여 물불 안 가리는 저소득층이 이러한 보험사기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이전에는 가족 혹은 지인들과 서로 짜고 고의로 자동차 사고를 내고 교통사고 보험금을 타내는 식이었다면 이제는 익명의 사람들끼리 공모하여 자동차 고의 접촉사고를 낸 후 사전 약정한 대금을 수취하거나 보험금을 청구하는 방식이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자기부담금만 내면 사고 후 보험료 할증 부담이 없고 적발 위험도 적은 렌터카나 공유차량이 주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보험사기 수법이 갈수록 지능적·조직적으로 변모함에 따라 보험사들은 더더욱 보험사기를 잡는데 애를 먹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8,809억원, 적발인원은 9만2,538명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매일 평균 254명, 24억원 규모의 보험사기가 적발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기가 점점 정교해지면서 적발이 쉽지 않다”며 “보통 보험사기 적발 건수는 발생 건수의 1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손해보험사 대다수가 높은 손해율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손해율 상승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보험사기 근절은 업계 내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 중 하나로 떠오른다.

진화하는 보험사기에 대책 마련을 위해 AI기반의 보험사기 대응 시스템을 구축 등 보험업계도 팔을 걷어 붙였다.

일부에서는 블로그, 카페, SNS 등 온라인상에서 보험사기로 추정되는 내용의 핵심 키워드 및 데이터를 추출해 내는 웹크롤링(Web-Crawling) 기법을 활용하기 위한 첫 시도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 이후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금융감독원 보험사기대응단과 손해보험협회, 보험사가 함께 모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뒷쿵 공격수 알바 구인 등 보험사기를 조장·유인하는 콘텐츠에 대한 모니터링 및 보험사기 조사 협의, 대책 마련 등을 강구하기 위한 것으로 17일 오후 TF 첫 회의가 열린 것으로 알려진다.

보험사기에 보험이 멍들고 있다. 보험사기로 잘못 나가는 보험금이 늘어난다는 건 그만큼 선량한 보험가입자의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점점 보험사기가 만연해지고 있는 시대 속 보험사와 선량한 가입자의 피해를 방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남들도 다하는데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에 빠져 불특정 다수의 일반인들이 스스로 범죄자의 길에 들어서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업계 내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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