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신 수석

언컨택트는 비접촉, 비대면으로 타인과 직접적으로 접촉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사람은 사회적 동물로 타자와의 접촉이 필수인 탓에 감염병이 발생하면 창궐하기 쉽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우리 일상은 교육, 의료, 비즈니스 활동 등 전 분야에서 큰 충격을 받고 있으며 갑자기 닥친 ‘언컨택트’의 시대가 낯설기만 한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금 우리 사회가 IT와 통신기술 발달로 비접촉, 비대면 소통이 상당 부문 가능하다는 점이다.

언컨택트 시대로 고통받는 산업이 대부분이지만 한편에서는 호황을 누리는 산업도 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 기업과 택배를 비롯한 배달업체 등이 그들이다. 기업체의 경우 재택근무, 드라이브스루 서비스, 사무실 없는 회사가 큰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개인의 일상 변화는 두드러진다. 식당에 직접 가는 것보다 음식배달 앱으로 주문을 하고, 대형마트에 가는 것보다 동네 마트나 쿠팡, 아마존에서 물품을 주문하게 되었다. 영화관이 아닌 집에서 넷플릭스로 영화를 관람하고, 포털사이트나 유튜브를 활용해서 정보를 검색한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결혼식장, 장례식장도 종전에 비해 크게 간소화되어 가족과 가까운 친척, 친구만 모이는 형태로 축소되었다. 얼마 전 딸아이 생일에 비록 친구들이 모이는 파티는 없었지만, 아이 휴대폰에는 친구들부터 받은 기프트콘이 가득했다. 지역공동체는 직접 대면보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소통이 보다 활성화되고 있다. 그러나 원치 않은 언컨택트로 인해 혼술, 혼밥 등 나 홀로 활동이 많아졌고, 격리나 소외로 인한 우울증 증가, 심리상담 치료 및 반려동물의 역할도 커졌다.

언컨택트 사회를 향한 흐름은 이미 선진국에서 진행되고 있었던 세계적 추세이다. AI를 탑재한 가사로봇, 반려로봇, 연인로봇, 섹스로봇이 등장하여 사람의 자리를 대신하려고 한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초중고 학교에서는 온라인 학습이 시도되었고, 대학에서는 사이버 대학방식의 수업이 진행 중이다. 특히 해외 대학의 경우 다국적 출신의 학생들을 상대로 한 온라인 수업과 온라인 시험 및 화상 면접 시험까지 문제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성공 경험은 향후 초중고 학생들이 특정요일에 학교에 가지 않고도 온라인 수업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고, 해외 유학생의 경우 본국에서 일정 기간 학습이 가능하도록 했다. 반면 자유로운 해외여행, 국제학술회의, 올림픽개최 등은 상당 기간 어렵게 되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역사를 살펴보면 2002년 사스(중국), 2012년 메르스(사우디), 2019년 신종 코로나19(중국) 순으로 연속적인 발생이 있어 왔다. 문제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출현이 이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향후 또 다른 신종 바이러스 발생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일부 학자들의 의견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은 기후변화, 지구 생태계의 변화로 인해 바이러스가 기존의 서식지에서 동물(박쥐)를 매개로 뛰쳐나온 현상으로 제2, 제3의 신종 코로나 발생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각국 정부와 기업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각종 대책과 탄소배출절감 노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이번 비대면(언컨택트) 경험들이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하는 온라인 기업들의 위상을 크게 키웠다.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유튜브) 같은 온라인 기업들은 대부분 승자독식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오프라인 기업들은 수요자가 폭증하면 설비와 인력을 늘려야 하지만 온라인(IT) 기업들은 기존 시스템으로도 이용자들을 거의 무한대로 늘릴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얼마 전 대형 기업의 매각대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현대산업개발(HDC) 컨소시엄은 아시아나 항공을 약 2조 5,000억 원에 인수한 반면,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미미한 배달앱 1위 업체, 배달의 민족은 독일 딜리버리 히어로에 4조 7,000억 원에 매각되어 일반적인 상식을 뒤집었다.

보험업계도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예외는 아니다. 대면 영업을 주로 하는 설계사나 보험대리점들은 고객면담이 어려워지자, 대안으로 보험계약을 유선으로 안내하고 설계하는 상황이 일반화되었다. 우선 설계요약서를 이메일이나 휴대폰으로 보내면 계약자가 이를 검토 후 동의하고, 취급자가 다시 청약서를 휴대폰으로 보내 전자서명을 받는 방식이다.

자동차사고 보상부문에서는 요즘 젊은 세대들이 직접면담을 불편해하는 성향으로 인해 이미 몇 년 전부터 대면보다는 유선으로 하는 합의절충이 선호되었고, 녹취합의와 팩스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 코로나 사태와 더불어 이런 비대면 합의 방식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언컨택트 사회를 지향하는 방식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이번 일로 변화된 추세는 코로나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성공적인 비대면 경험이 향후 언컨택트 사회를 크게 앞당길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흐름을 놓치거나 무시하는 기업이나 개인은 어려움에 직면하고, 언컨택트 문화에 대응하여 효율적인 시스템을 갖추는 개인이나 기업은 새로운 기회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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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신 수석

삼성화재(1992~2018)근무, 유튜브 '보험작가TV' 방송, 손해사정사, 도로교통사고감정사, 보험조사분석사, 시인/수필가('19년 샘터문학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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