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진료·비급여 관리 강화로 선량한 가입자 피해 막아야

[보험매일=김은주 기자] 개인적으로 치과 치료를 제외하고 올해 병원에 간 횟수는 0회. 최근 10년간의 기억을 돌이켜 봐도 스스로 병원에 가는 일은 손에 꼽을 정도의 사건이다.

기껏해야 가벼운 감기, 배탈, 혹은 출근길을 서두르다 발목이라도 삐끗해야 비로소 병원을 찾게 되는데 이런 경우 대부분 병원비는 약값을 포함해도 1만원 내외로 해결된다. 

병원에 가는 횟수가 적고, 가더라도 진료비가 소액이라 아직 ‘실손의료보험’의 혜택을 보지 않고 넘기는 해가 더 많지만 그렇다고 잘 가입해둔 실손보험을 깨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기필코 없다.

미래에 일어날지 모를 사고 혹은 병원 방문이 잦은 노후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내 인생에 실손보험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실손보험에 가입한 약 3,500만 명 중 대다수가 이러한 생각으로 지금 이 순간 까지도 착실히 보험료를 납입하고 있을 테다.

문제는 국민 의료비 부담을 경감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실손보험이 점점 상처투성이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일부 과잉진료와 비급여 의료 증가, 의료비 상승 등으로 인해 보험금 지급이 늘면서 손보사들의 1분기 실손보험 손해율은 137.2%로 전년 동기 131.3%에 비해 5.9%p 증가했다. 이는 전년도 말 보다도 2.6%p 악화된 수치다.

손해율이 100%를 넘는다는 건 보험사 입장에서 거둬들인 수익에 비해 나가는 지출이 많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130%를 넘긴 실손보험 손해율로 인해 보험사 적자구조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는 걸 의미한다.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 문제는 사실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보험사들은 꽤 오랜 기간 실손보험의 높은 손해율을 떠안고 살았다. 10년 전에도 실손보험 손해율은 이미 100%가 넘었다. 이후 2015년 122.1%, 2016년 131.3%로 손해율이 점차 증가하며 만성적자 상품으로 전락했다.

물론 보험사들도 꾸준히 실손보험료를 인상하긴 했지만 손해율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 만큼은 아니었다. 결국 선량한 소비자에게 부담은 부담대로 전가된 채 최근에는 실손보험의 지속가능성까지 위협하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생명보험사 대다수는 최근 몇 년 사이 자사 실손보험 상품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최근 코로나19 국면에서도 보험사들은 실손보험에 의해 울고 웃는 형국이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병원 방문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그 반사효과로 실손보험 손해율이 반짝 개선되는 효과를 누렸던 보험사들은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실손보험 청구가 급증해 속앓이 중이다.

긴급재난지원금으로 고가 도수치료나 한의원 추나요법 등의 비급여 진료를 받은 뒤 보험금으로 돌려받는 것이 일종의 꿀팁인 것처럼 퍼지면서 ‘현금깡’의 수단으로 실손보험이 악용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모두 불필요한 과잉진료 및 비급여 진료 영향으로 실손보험이 얼마나 상처 받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보험업계는 불필요한 과잉진료와 비급여 진료비 증가로 인해  더 이상 선량한 가입자들의 보험료 부담이 늘어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라도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령화에 따른 소비자의 의료보장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손보험의 안정적인 공급은 개인을 위해서도 국가를 위해서도 반드시 지속되어야 한다.

손해율 악화로 파생되는 실손보험료 인상과 실손보험 지속가능성 불투명 등의 문제는 모두 선량한 가입자에게 어떤 식으로든 부담을 주게 된다. 실손보험 손해율 안정화를 위해 정부와 이해 관계자들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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