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신 수석

최근 유튜브와 TV 방송에서 차량 자기부담금 문제 관련하여 연일 원색적인 표현이 나오고 있다. 보험사가 “자기부담금을 떼먹었다, 꿀꺽했다” 또는 “쉬쉬하고 있다가 요구하는 사람들에게만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등 듣기에도 민망할 정도이다. 

유튜브 변호사님은 승기를 잡은 듯 바둑으로 치면 무슨 묘수라도 발견한 것처럼, 상법과 대법원판결을 원용하면서 떼먹은 돈 2,000억 원을 내놓으라고 보험사를 윽박지르고 있다.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님 말씀으로는 보험사가 돈을 떼먹었다고 하던데 정말인가요?”

이는 언론 보도를 접한 20년 장기고객이 보험사에 전화해서 하는 말이라고 한다.

내용은 다소 복잡하다. 쌍방과실 사고에서 본인 차량의 수리비가 100만 원 발생하면, 차주 A(피보험자)가 자기부담금을 20만 원 부담하고, A 보험사는 상대 보험사(B)에게 과실분 50%에 해당하는 구상금(50만 원)을 청구해 왔었다. 이런 방식은 자동차종합보험이 생긴 이래 30년 이상 해오던 방식이다.

그런데 최근 법원은 자동차보험 구상소송에서 상대 보험사(B)에게 50만 원이 아닌 30만 원만 A보험사에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나머지 20만 원은 차주 A의 몫으로 남겨둔 것인데, 그 법적 근거는 2015년 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4다46211)로서 피보험자의 배상받지 못한 손해가 있으면, 상대 보험사는 이를 ‘우선적으로’ 피보험자에게 보상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그러나 이 판결은 일부손해를 보상한 화재보험의 구상 다툼이었다. 예를 들면, 화재로 총 2억의 손실이 발생했으나, 일부 보험에 가입한 피보험자가 1억 원의 보험금을 수령했을 때, 피보험자는 나머지 1억 원을 가해자로부터 우선 변제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다. 이는 상법 682조에 나오는 피보험자의 권리로 보험사도 이의가 없다.

그런데 모변호사가 유튜브에서 이 판례를 자동차보험에서 원용하여 피보험자(차주)가 최초 부담한 자기부담금(20~50만 원)을 상대 보험사에서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과 손해보험사의 입장은 단호하다. 주장에 반발하는 근거는 3가지 정도이다.

1. 2015년 대법원판결은 화재보험(일부 보험)의 예이고, 자동차보험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자동차보험은 상법에서 말하는 일부 보험이 아니며 처음부터 보험금액과 보험가액(실제 가치)이 일치하는 전부 보험이다. 즉 1억 원짜리 차량의 경우, 보험금액을 1억 원으로 하여 계약을 하지, 5천만 원이나 6천만 원으로 하여 계약(일부 보험)을 체결하지 않는다. 자동차 보험사는 차량손해 100%를 보상하고 피보험자는 계약상의 책임에 따라 자기부담금을 (소액) 부담하는 것이다. 특히 자동차보험에서는 아직 자기부담금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없다.

2. 화재보험(일부 보험)에서 일부 손해를 보상받은 피보험자에게, 보상받지 못한 잔액 1억 원은 감당키 어려운 금액이다. 이때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자가 가해자에게 우선적으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 보험제도의 효용이 반감된다.

그러나 자동차보험 자기부담금은 보상받지 못한 손해가 아니라 보험금액과 보험가액이 일치하는 전부 보험으로 보험사가 고객의 손해를 100% 보상한 것이고, 단지 계약에 따라 피보험자가 자기부담금을 지불하는 것이고 또한 개인이 감당할 만한 수준이다.

3. 다음은 자동차보험의 특수성이다. 화재 사고와 달리 자동차 사고는 20~50만 원짜리 소액 사고가 매일 무수히 발생하는데, 이렇게 자기부담금제도를 없애버리면 업무(보험)의 비효율이 발생한다. 즉 소(少) 손해가 많이 발생하는 자동차보험 특성상 자기부담금제도를 없애면 보험처리 대상의 증가로 손해사정비용이 상승하고 결국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진다. 자기부담금은 보험료 할인요소로서 현재의 보험료에 기반영되어 있다. 또한 자기부담금제도는 피보험자의 모럴리스크를 줄이는 장치로서 사고예방과 손해방지에 기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보험사끼리 과실소송은 많았지만, 자기부담금제도를 쟁점으로 한 소송이나 판결은 없었다. 보험사와 손해보험협회는 법률학자나 보험학자로부터 자문을 받고, 대법원까지 갈 태세이다. 금감원도 보험사와 비슷한 입장으로 소손해면책(자기부담금)제도는 유지되어야 하며, 문제가 있다면 약관 개정 등을 통해서 개선한다는 입장이다. 향후 대법원판결이 어떻게 날지 장담 못하지만, 상법의 682조의 제정취지와 보험이론(소손해면책)를 고려하면, 보험사의 입장이 더 합리적으로 보인다.

보험업계는 향후 법원에서 자동차보험의 특수성을 부각하여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보험사가 대법원에서 패소한다면, 3년 이내 사고처리를 받은 (쌍방과실)피보험자들은 자기부담금을 상대 보험사에 청구할 수 있어 기분이 좋을지는 모르지만 보험 제도의 효율성은 떨어지고 다음 연도에 크게 할증된 보험료를 받아볼 것이다.

보험사는 직원을 더 채용해야 하고, 고객은 두 군데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해야 한다. 이는 우리 사회가 정부청사 세종시 이전 문제, 카풀-택시 분쟁, 원전 등의 문제 두고 벌인 논란과 유사한 성격으로 보인다. 애매한 법률원칙에 얽매여 유튜브 변호사님의 주장처럼 보험사가 패소한다면 우리 사회는 또다시 효율성이 낮은 방향으로 뒷걸음질 치는 것은 분명하다.

현재 고객들의 전화가 빗발치지만 자기부담금을 내어주는 보험사는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화해)은 붙이라고 했는데, 유튜브 변호사와 언론은 기업과 소비자들 간의 싸움을 붙이고 소모적인 이슈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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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신 수석

삼성화재(1992~2018)근무, 유튜브 '보험작가TV' 방송, 손해사정사, 도로교통사고감정사, 보험조사분석사, 시인/수필가('19년 샘터문학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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