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판매 우려 및 음성녹취 시스템 구축 미비로 활용도 낮아"

[보험매일=김은주 기자] 코로나19 영향으로 대면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험설계사들을 위해 금융당국이 비대면 영업을 한시적으로 허용토록 했지만 정작 영업현장의 활용도는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계사들이 보험계약 모집·체결 과정에서 대면 설명의무와 자필서명 등을 대신해 텔레마케팅(TM) 채널 처럼 녹취방식을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일부 완화해 준 것인데, 불완전판매 우려와 녹취 시스템 미비 등 다양한 문제점이 거론된다.

◇ 자필서명 대신 녹취방식 한시적 허용

20일 금융당국이 발표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금융규제 유연화 방안'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심각·경계 단계일 경우 대면 설명의무와 자필서명 대신하여 비대면 녹취방식 등이 허용된다. 보험 대면채널 모집 과정에서도 텔레마케팅(TM) 등 비대면 채널이 지키고 있는 규제를 준용하도록 허용한 것이다.

현행 보험업법령은 대면채널 모집 시 설계사가 설명의무을 이행하거나 청약서 자필서명 수령을 위해 계약자를 최소 1회 이상 대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자의 대면접촉 기피 및 대면영업 자제 권고 등에 따라 보험업계 대면채널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생명·손해보험협회는 보험설계사가 고객과 대면 접촉을 하지 않고도 보험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요청했고, 금융당국은 코로나19가 심각·경계 단계일 때에 한해 보험설계사의 비대면 영업을 허용한다는 비조치의견서를 회신 한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녹취내용 점검 및 청약철회기간 연장(+45일) 등을 통해 불완전판매를 방지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 “의도 좋으나 실효성 크지 않아”

코로나19 여파로 영업 환경이 극악으로 치닫고 있는 보험설계사를 배려하기 위해 당국이 대면접촉 없이 보험 모집을 할 수 있는 길을 일부 열어준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지만 결과적으로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는 곳을 찾기는 드문 상황이다.

일단 불완전판매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에서 업체들은 설계사의 비대면 영업을 권장하기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또한 이미 전자서명 등을 활용한 모바일청약 서비스가 현장 곳곳에서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는 만큼 굳이 자필서명을 음성녹취로 대체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음성녹취 활용 시 당사자 확인이나 개인정보 녹취 절차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라며 “불완전판매 우려 때문에 현실적으로 실무에서는 차라리 모바일청약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해답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생보업계의 경우 손보사에 비해 상품 구조가 복잡한데다 통상 보장기간이 20~30년으로 긴 고액 상품이 많다 보니 애초부터 비대면 영업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도가 높지 않다는 점이 활용도를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생보사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처럼 1년 단기로 가입하는 상품이 아닌 오랜 고민 끝에 신중하게 가입을 결정하는 생보상품 특성상 비대면 영업 활용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며 “단순히 자필서명이 문제가 아니라 설계사들이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고객과 대면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전화 음성녹취 시스템 등이 구축되어 있지 않은 업체들의 경우 당장 비대면 영업을 도입하고 싶어도 여건상 불가능한 문제도 벌어지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점은 현업에서 뛰고 있는 설계사들이 이용할 수 있는 음성녹취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곳이 다수라는 점“이라며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이는 현 상황에서 섣불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자칫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추이를 지켜보며 준비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원래 TM 영업을 하지 않던 업체의 경우 한시적 면책 기간을 이용하기 위해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혹여 회사에 TM 채널이 있다 하더라도 설계사 등 대면 채널과 운영되는 조직이 다른데 이를 극복하고 도입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은 문제”라며 “조금 더 현장의 상황과 맞는 대책이 나오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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