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보험 기준 사각지대 양상, 실질 소득감소 확인 방안 검토 필요

[보험매일=최석범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보험설계사의 소득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험설계사는 고객과 직접 대면해 상품을 설명하고 판매하는 게 일반적인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예비 보험소비자가 외출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의 일환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독려하고 대다수 국민 따르는 분위기도 대면채널 보험설계사의 영업활동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전국보험설계사노동조합은 기자회견을 갖고 소득이 전년 대비 30~50% 감소한 보험설계사가 대부분이고 90% 이상 줄었다고 호소하는 보험설계사도 있다며 정부에 실질적인 생계지원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3월부터 중앙정부와 일부 지방자체단체는 대면영업 악화로 피해 입은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직종의 생계를 지원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생활안전자금 융자에 관해 소득 기준을 한시적으로 적용하지 않겠다고 했고, 경상남도 창원시는 재난소득을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산재보험 가입을 한 자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지급기준인 산재보험 가입여부가 문제가 되는 것은 보험설계사 가운데 가입자가 10분의 1수준에 불과해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송옥주 의원이 공개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산재보험 가입현황(2017~2019.7)’에 따르면 2019년 7월 기준 산재보험에 가입한 보험설계사의 수는 전체 종사자 34만 2607명 가운데 3만 7542명으로 10% 수준이다.

최초 정부와 지자체가 산재보험 가입 여부를 기준으로 삼은 이유는 실제로 활동하는 주체인지 확인하기 위한 최소한의 절차인 것으로 보인다. 활동하지 않는 보험설계사가 지원정책의 수혜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는 공감한다.

하지만 지원대상에 보험설계사를 올려놓았으면 산재보험 가입률이 적은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했어야 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대책이 실효성이 없다면서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부정수급을 막고 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방법으로 지원신청 서류에 소득내역(최근 2개월)을 제출토록 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최근 2개월 간 소득을 꼼꼼히 살펴보고 생계 위협이 느껴질 정도로 소득이 감소한 설계사를 선별해 지원해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소득감소 폭이 크다고 대상자로 선정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 통념상 인정되는 기준을 잣대로 삼고 선정해야 한다. 월 수수료 수입이 1000만원인 보험설계사가 500만원으로 줄었다고 선정해서는 안된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대상자가 실질적인 혜택을 받지 못하면 ‘빛 좋은 개살구’ 밖에 되지 않는다. 산재보험 가입여부가 향후 정부 및 지자체의 정책지원 기준으로 자리 잡으면 사각지대가 전국 각지에서 발생할 게 불보듯 뻔하다.

산재보험 가입여부 기준은 보험설계사의 정책수혜의 장벽이 될 수밖에 없다. 정책입안 과정에서 보험설계사가 가진 특수성이 충분히 반영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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