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기자수첩
‘못 타면 바보’ 보험사기 인식 전환부터연성 보험사기도 엄연한 범죄, 선량한 보험가입자 피해로 이어져
김은주 기자  |  halojoo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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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2.06  09: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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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매일=김은주 기자] 마지막 반전이 주는 짜릿함에 중독되어 학창시절 어느 해인가 여름방학 내내 밤잠 설치며 추리·범죄·미스터리 소설책 꽤 여러 권을 탐독한 적이 있다. 그 때 읽었던 책 중 유독 생생하게 느껴지던 섬뜩함 때문인지 아직도 기억에 또렷하게 남아있는 작품이 하나 있다. 바로 보험사기를 주제로 일본인 작가 기시 유스케가 쓴 ‘검은집’이라는 작품이다.

주인공은 보험사 직원이다. 쇼와생명 교토지사에서 보험금 심사 업무를 하고 있는 주인공 신지의 사무실로 어느 날 ‘자살도 보험금이 나오느냐’ 묻는 의문의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불길한 직감에 신지는 매뉴얼대로 응대하지 않고 자신의 불행한 개인사까지 털어놓으며 자살을 만류한다. 전화를 건 상대방은 주인공의 이름을 물어본 뒤 전화를 끊는다. 그렇게 둘의 악연은 시작된다.

해당 소설은 거액의 보험금을 타기 위해서라면 신체를 훼손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아이까지 살해하는 사이코패스 범죄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실 자살보험금이 지급되는지 물었던 이유 역시 가족을 자살로 위장해 죽이기 전 치밀한 사전조사였던 셈이다. 이 소설은 그 어떤 귀신이나 괴물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사실을 ‘보험금’을 노리는 인간의 광기를 통해 생생하게 증명한다.

영화나 드라마 혹은 뉴스 등 미디어를 통해 우리가 인식하는 보험사기의 형태는 대부분 이런 흉측한 모습을 띠고 있다. 보험금을 타기 위해 사람의 목숨을 해치거나 화재나 교통사고를 일부 저지르는 식의 아주 끔찍한 강력한 범죄 말이다. 때문에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나’ 혹은 ‘우리’에게 보험사기는 전혀 무관하고 이질적인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우리나라는 현재 수입보험료만 놓고 보면 세계 7위의 보험대국이다. 문제는 시장이 단기간 비약적인 외형 성장을 이룬 것과 달리 보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나 문화는 그다지 성숙하지 못하다는데 있다.

보험도 가입되어 있으니 다친 김에 며칠 허위로 입원하거나 의사의 권유로 불필요한 검사와 치료를 받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의식했든 하지 못했든 이 역시 보험사기의 범주에 들어간다.

보험사기는 사전 계획 여부에 따라 연성 보험사기(Soft Fraud)와 경성 보험사기(Hard Fraud)로 구분된다. 사전 계획을 통해 사고를 위장하거나 일어나지 않은 사고에 대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범죄행위는 경성 보험사기이다. 연성 보험사기는 보험금을 청구할 때 손실을 과장하거나 사실을 왜곡하는 행위를 뜻한다.

2017년 보험연구원의 보험소비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벼운 교통사고 이후 불필요하게 오래 병원에 머무르는 연성 보험사기를 목격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 53.5%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을 보험사기범으로 처벌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32.0%로 집계됐다. 연성 보험사기범을 처벌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난 것으로, 이는 우리사회 심각한 모럴 해저드의 단면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 같은 인식 부족은 최근 연성 보험사기 증가 추세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요인으로도 지적된다. 실제로 지난해 금감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적발된 보험사기는 대부분(90.3%) 손해보험 분야에서 발생했으며, 보험사기 유형을 보면 고의 사고로 인한 보험사기는 감소했지만 사고 내용 조작이나 피해 과장 수법이 늘고 있다.

더욱이 연성 보험사기는 범죄라는 자각 없이 일상적으로 이뤄지다보니 공식 통계에 제대로 잡히지 않은 경우까지 포함하면 더욱 많아진다. 연성 보험사기는 경성 보험사기에 비교해 입증·적발도 쉽지 않다.

보험사기로 인해 매해 엄청난 액수의 보험금 누수가 발생한다. 보험사가 온전히 짊어져야 할 손해일 뿐 우리와 상관없다 외면하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는 ‘보험료 인상’이라는 아주 직접적 손해로 선량한 보험가입자에게 되돌아온다. 불필요한 보험금 지급은 손해율과 실적 악화로 인한 보험료 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보험사기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강화될수록 오히려 선량한 가입자들이 보험금 지급을 지연‧거절 당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여지도 커진다.

보험금은 ‘눈 먼 돈’이 아니다. 보험사기에 대한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곧 우리에게 다시 돌아온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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