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감시위 설립 후속 조치.... 독립성·전문성 확보 기대

[보험매일=신영욱 기자] 삼성생명의 준법경영이 강화된다. 준법감시제도 정착을 위한 그룹 차원의 조직개편이 이루어진 것이다. 준법감시조직 위상을 높여 법률준수 문화를 더 강화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삼성화재에 이어 삼성생명도 준법감시조직 독립성 확보

30일 삼성그룹은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 SDI 등 10개 계열사의 준법감시조직을 대표이사 직속으로 승격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편 이전까지 대표이사 직속의 준법감시조직을 운영하는 삼성 계열사는 삼성화재가 유일했다.

이전까지 다른 계열사들의 준법감시조직의 경우 법무실과 법무팀 산하조직에 속했다. 이번 개편으로 그간 복잡한 단계가 거쳐야 했던 준법감시조직 보고체계의 단순해져 보다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회사 최고 의사결정자인 대표이사 직속이라는 점에서 조직 독립성 강화 효과도 기대된다.

동시에 대표이사가 직접 회사 내 법률 준수를 위해 나서기 때문에 조직의 권위 또한 한 차원 높아지게 됐다.

삼성은 이번 독립과정에서 준법감시조직의 전문성 확보도 꾀하고 있다. 계열사의 규모에 따라 변호사를 준법감시조직 부서장으로 임명할 예정인 것이다. 기존에는 변호사 자격여부와 관계없이 법무팀 임직원 등이 부서장을 맡아왔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30일 자로 준법경영조직을 신설했다”며 “기존에도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조직이 있었지만 준법경영 실행능력 강화를 위해 CEO 직속 임원급 조직으로 준법경영조직을 새롭게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준법감시위 내달 출범... 내부 외부 투트랙 감시체제 가동

이번 준법감시조직 개편은 삼성그룹의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법감시위)가 다음 달 초 공식 출범을 앞둔 가운데 이루어져 더욱 눈길을 끈다. 

국내 기업들이 운영하는 준법감시위를 살펴보면 조직의 성향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조직 개편 등을 건의하는 적극적인 성향과 준법 의식 강화에 집중하는 성향이다. 

삼성 준법감시위는 후자의 성향을 뛸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국내 주요 대기업 중 준법감시위의 기능을 하는 조직을 운영하는 곳은 한화, 롯데, 태광 그룹 등이다. 이중 그 조직의 활동이 가장 활발한 곳으로는 한화의 한화컴플라이언스위원회(한화컴플)가 꼽힌다.

지난 2018년 5월 출범한 한화컴플은 사외 독립기구로 이흥훈 전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출범 초기 한화컴플은 경영기획실 해체를 건의했는데, 김승연 한화 회장은 이를 수용했다. 한화의 경영기획실은 과거 삼성의 미래전략실과 같은 그룹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던 조직임에도 건의를 바로 수용함으로써 위원회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이흥훈 한화컴플 위원장은 교통비 등 소정의 품위 유지비 정도만 받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이 같은 원칙을 중요시 여기는 이유는 독립성 유지를 위해서다.

삼성의 준법감시위 역시 외부 독립기구라는 면에서 한화컴플과 유사한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의 준법감시위 설립 배경을 두고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나온 재판장의 주문에 따른 후속조치로 풀이된다. 당시 재판장은 '실효적인 준법감시체제 확립'을 삼성에 요구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감형을 받기 위한 보여주기 식 이벤트성 설립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지난 17일 공판 당시 재판부가 준법감시위를 운영 중인 기업에 대해 감형을 규정한 미국 연방 양형기준 제8장까지 언급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여주기 식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아직 출범도 안한 상태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단계”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보험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