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익 급감세·늘어나는 M&A 매물…"수입보험료 성장 중심 한계 도달"

[보험매일=김은주 기자] 보험영업에서 손실이 확대되면서 생명보험사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실적 급감과 외국계 생보사들의 철수 등 국내 보험시장 포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는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는 가운데 돌파구를 찾기 위한 업계 안팎의 중·장기적 대책 마련이 더욱 절실하게 요구되는 실정이다.

◇ 대형사·외국계 중심으로 순이익 ‘뚝’

2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9년 1~3분기 생명보험회사 경영실적(잠정)’에 따르면 3분기 기준 생보사 당기순이익은 3조573억원으로 전년 동기 4조384억원 대비 24.3%(9,811억원) 감소했다.

이는 수입보험료는 396억원 가량 소폭 증가한 상황에서 저축성보험 만기도래 등으로 인해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지급보험금는 크게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보험영업손실 규모가 지난해 16조8,702억원에서 올해 18조457억원으로 7.0% 확대됐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투자이익은 증가율이 0.8%에 그쳤고, 영업외이익은 변액보험 수입수수료 감소로 전년 동기보다 10.8% 줄어들었다.

특히 대형사와 외국계 생보사의 실적 악화가 두드러진다.

삼성·한화·교보 등 업계 빅3 업체의 순이익이 2조4,868억원에서 1조5,809억원으로 36.4% 감소했다.

교보생명은 전년동기 대비 21% 늘어난 순이익을 거뒀으나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각각 42.2%, 59.95% 순이익 하락한 결과다.

이에 따라 대형사가 전체 생보사에서 차지하는 순이익 비중은 61.6%에서 51.7%까지 축소됐다.

같은 기간 동양·푸본현대·라이나·메트라이프·카디프·ABL·처브라이프·AIA·푸르덴셜 등 외국계 9곳의 순이익 역시 16.3% 감소했다.

이는 미래에셋·흥국 등 중소형사와 신한·농협 등 은행계 생보사의 경우 순이익이 각각 3.7%, 25.7% 증가한 것과 더욱 비교되는 수치다.

◇ “성장 중심 경영, 이제는 한계”

국내 보험산업 위기론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고령화와 저금리 기조 등 악재만 산적한 상황에서 생명보험 수입보험료는 4년 연속 역성장이 전망될 정도다.

특히 최근 수익성과 건전성을 두루 갖췄다 평가되는 푸르덴셜생명의 M&A시장 등장은 국내 보험시장에 닥친 위기가 얼마나 큰 지 방증해준다. 그만큼 글로벌 보험업계가 국내 보험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은 최근 골드만삭스를 주관사로 선정, 한국 푸르덴셜생명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만약 현실화되면 한국 시장 진출 30년 만에 사업 철수다.

이밖에도 업계는 중국계 안방보험이 대주주인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잠재적인 시장 매물로 여기고 있다. 또한 산업은행 출자관리회사 중 하나인 KDB생명도 시장에 나와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으나 보험업황 악화로 상황은 녹록치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매번 ‘어렵다, 어렵다’ 말은 나왔지만 최근에는 정말 비상사태 수준”이라며 “내년에는 마이너스 실적을 내는 업체가 나올지도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생보업계 한파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는 가운데 과거와 같은 수입보험료 성장 중심의 경영방식으로는 한계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소비자 보장수요에 부합하는 상품을 개발하고, 상품개발 과정에서부터 민원·분쟁소지를 최소화하는 한편, 영업효율화 및 리스크 중심 경영으로 지속가능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험연구원 측 역시 성장성 중심의 경영을 탈피하고 기업가치 중심의 경영으로 전환 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을 내놨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구조적 저성장 환경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 치중하는 전략은 필연적으로 리스크 확대, 민원 발생 가능성 증가, 수익성 악화를 수반하고 지속가능성도 낮다“며 ”수입보험료 중심의 경영 전략에서 벗어나 장기 기업가치 중심으로 경영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시스템 구축뿐만 아니라 경영자 성과평가 기준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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