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매일=신영욱 기자] 지난달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금융소비자들과 보험업계 관계자들의 분통을 터지게 만드는 일이 발생했다.

제371회 국회 정기회 제2차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 예정돼있던 실손청구 간소화 법안의 심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다. 실손청구 간소화 도입 관련 법안은 앞서 지난 10월 진행된 법안심사소위에서도 안건에는 포함됐으나 논의 진행에는 실패한 바 있다.

실손청구 간소화 도입 진행이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의료계 때문이다. 현재의 시스템으로 인한 3800만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불편은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재 진행형’인데 이들의 뜻은 완고하다. 무조건적인 반대만을 외치며 독불장군식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그들의 사전에 ‘협의’란 단어는 없는 것일까?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서 양측의 의견이 엇갈릴 경우 ‘협상’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다.

그러나 의협을 필두로 한 반대파들은 오로지 ‘도입 반대’만을 외쳐 아집을 부리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이는 실손 청구 간소화를 간절히 바라는 소비자들과 보험사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해 금융위 등에서 추진한 실손보험 심사 사업부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위탁하는 방안에 대해 의료계는 심평원의 개입을 이유로 ‘퇴짜’를 놓았을 때 보험사들은 그들의 의견을 수용해 ‘대행업체’라는 새로운 추진안을 내놓았다.

게다가 보험업계에서는 시스템비용을 부담하겠다는 의지까지 보이고 있지만, 의료계 등 간소화 도입 반대 입장을 표하는 이들은 도통 대화의 길을 열지 않는 모습이다.

물론 이들의 반대에도 나름의 이유는 있다. 환자의 정보를 아무런 통제 없이 보험사가 수집할 수 있게 되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말의 협상 의지도 없이 비판과 반대만을 외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들이 말하는 이유는 표면상의 근거일 뿐이고 그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절로 들 수밖에 없다.

실손보험을 이용하는 당사자인 소비자들이 필요성을 외치고 있음에도 무조건적인 반대만을 외치는 그들의 모습은 누가 봐도 부자연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실손청구 간소화 시 의사들이 비급여 항목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모두 오픈해야 하는 상황이 오는데 이를 허용하기 싫어 반대하는 것 같다”고 의견을 표했다.

배홍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 역시 "무엇이 더 맞는 것인지 뻔한 상황임에도 반대를 하는 것은 청구 간소화가 이루어졌을 때 공개되는 무엇인가를 보여주기가 싫어서가 아닌가 한다"며 "기업으로 치면 경영상황을 전부 보여주게 되는 상황인데, 병원 내부 상황을 모두 보여줘야 하는 것이 꺼려져 반대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고 말한 바 있다.

배 국장에 따르면 금소연에서는 이러한 내용의 인터뷰를 TV 방송에서도 몇 차례 진행한 적이 있으나, 의협 측은 반박이나 해명은커녕 의심에 대해 어떠한 반응도 없이 침묵만을 유지했다고 한다. ‘침묵은 긍정’이라는 표현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반대파의 진짜 의중이 무엇인지는 그들만이 알고 있으며, 선택 역시 그들의 몫이다. 선택은 자유지만 그 책임까지 그럴 수는 없다. 집에 남았던 오상은 죽었고 도망친 오자서는 살아남았던 것처럼 그에 따른 결과 역시 오롯이 본인의 몫이라는 사실을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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