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법안 논의 안건 순번 뒤로 밀려... 속 타는 보험업계

▲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도입 관련 법안의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 논의 진행이 다시 한번 무산됐다.

[보험매일=신영욱 기자] 드디어 그 끝을 보는가 싶었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도입전’의 결말이 다시 미궁에 빠졌다. 

◇ 실손청구 간소화, 정무위 법안심사 ‘또 뒤로’

21일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제371회 국회 정기회 제2차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통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도입 여부가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법안의 안건 순번이 뒤로 밀려나 버렸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두 시에 진행된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는 여야 3당에서 이미 처리를 약속한 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하 데이터3법)에 대한 논의로 시작됐다. 

문제는 이후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금융소비자보호기본법안 등이 다음 논의 순서를 차지하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와 관련된 보험업법 개정안은 뒷전으로 밀려버렸다는 점이다. 

회의 전날인 20일 오후까지만 해도 29번이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의 논의 순번이 하루가 채 안 된 21일 오전에는 42번으로 밀린 것이다. 

사실 최초 순번이던 29번이라 하여도 시간 관계상 논의 진행 여부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는데, 그보다 훨씬 뒤인 42번으로 밀려나며 사실상 안건 논의가 불가능한 상태가 된 것이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도입 관련 법안은 앞서 지난달 24일 열린 법안심사소위에서도 안건에는 포함됐으나 논의 진행에는 실패한 바 있다. 

◇ 의료계 반대 때문?…보험사 “소비자 편익만 생각하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보험업계의 해묵은 과제다. 도입 요구가 처음 나온 게 벌써 10년 전으로,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동안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국회라는 ‘통곡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발의되어 있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보험업법 개정안은 지난해 9월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으로 실손보험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보험사에 전자로 전송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게 하는 것과 전송업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용진 의원은 "법 개정을 통해 불편한 보험금 청구 방식을 개선해 보험소비자가 손쉽게 실손보험 혜택을 누리기를 기대한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밝혔다.

실제로도 복잡하고 번거로운 과정에 불만을 토로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올해 5월 녹색소비자연대 전국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실손보험에 가입한 1000명 중 52%가 복잡한 절차와 증빙서류 준비에 필요한 보험으로 인한 불편함을 이유로 보험금 청구를 포기했다. 

실손보험 가입자인 직장인 J씨는 “비급여 항목 진료에 대비해 실손보험에 가입했지만 막상 신청하려면 손이 너무 많이 간다”며 “게다가 내가 가입한 실손보험의 보험금을 받기 위해 내 진료에 대한 서류를 발급하는 데 왜 이렇게 비싼 비용을 병원에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 같은 소비자들의 불편함이 대부분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최근에는 소비자단체와 보험업계 물론 금융당국까지 합심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도입을 추진하면서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21일 정무위원회에서 법안의 안건 순번이 또 다시 뒤로 밀리면서 일각에서는 국회가 의료계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질타가 나온다.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의료계에서 반대를 하고 있어 도입이 지연되고 있는데, 자기 이익만 추구할 게 아니고 의료소비자들을 위해서라도 공개할 건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떳떳하다면 숨기는 부분에 대해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무조건적인 반대만을 외치고 있는 의료업계의 협상 테이블 참가를 촉구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보험사들은 가입자들의 편의를 위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추구하고 있다”며 “보험사 입장에서도 손실이 발생하는 부분이 있음에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간소화를 추진하고 그에 관한 시스템비용도 부담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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