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시장 확보 위한 잇단 초간편심사보험 출시 행렬…리스크 관리 우려

[보험매일=김은주 기자] 저출산‧고령화로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장기간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보험사들이 새로운 시장 창출의 일환으로 유병자·고령자 고객 확보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병원 방문이 잦을 것이 불 보듯 뻔해 가입조차 꺼리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노년층이나 질병 이력이 있는 고객도 아주 간단한 심사만 거치면 보험 상품에 가입할 수 있도록 문호를 활짝 개방하고 있는 것인데, 이를 두고 한편에서는 리스크 관리 문제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된다.

◇ 유병자·고령자 시장 확보 ‘분주’

13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보험사들이 새 먹거리 확보를 위해 고령자 및 유병자를 대상으로 보험 가입 절차를 최소화한 상품인 ‘간편심사보험’ 및 ‘초간편심사보험’을 잇달아 시장에 내놓고 있다.

간편심사보험은 이름처럼 계약 심사 과정이나 제출 서류 등이 간소화되어 가입 절차가 간단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일명 '3·2·5' 고지로 불리는 ▲3개월 내 입원·수술·추가 검사 소견, ▲5년 내 암 진단·입원·수술, ▲2년 내 입원·수술 등의 사실만 없다면 보험 가입이 가능한 구조다.

대신 일반보험 상품보다 상대적으로 보험료는 분명 비쌀 수밖에 없으나 기존 보험가입이 어려웠던 고령자와 유병자 고객에게는 선택권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간편심사보험의 또 다른 이름은 '유병자보험'이다.

간편심사보험 시장의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면서 최근에는 ‘3·2·5’ 원칙마저 깬 ‘초간편심사보험’까지 등장하고 있는 추세다. 기존 최소 3가지를 알린 후 가입이 가능했던 것에서 이제는 1~2가지만 충족해도 가입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지난 7월 DB손해보험이 ‘1Q 초간편 건강보험’을 출시한 이후 KB손해보험은 ‘3.1만세 KB더간편건강보험’, 메리츠화재는 ‘간편한 3.1건강보험’을 들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또한 NH농협손해보험 ‘무배당 원패스초간편건강보험’, 신한생명 ‘신한초간편고지암보험’ 등 초간편심사보험 출시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 리스크 관리 ‘어쩌나’

잇단 간편심사보험 혹은 초간편심사보험 출시 경쟁을 두고 일각에서는 아직 손해율이나 리스크 검증이 확실치 않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저성장, 장기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보험사들이 더 이상은 젊고 건강한 사람만을 대상으로만 해서는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데 한계에 도달했다고 판단해 보험의 본질을 외면한 채 무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소비자단체 한 관계자는 “국내 보험시장이 포화상태이다 보니 새로운 고객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과거에는 없었던 유병자·고령자 간편심사보험 등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라며 “이러한 상품들이 보험사 단기실적 달성에는 유리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물론 기존 보험사 심사 기준에 맞춰서는 보험에 가입할 수 없던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준 완화로 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됐으니 이익일 수 있으나 보험은 개인 한 사람만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보험은 다수의 사람들이 미리 공동기금을 구성, 상호부조 성격의 제도인 만큼 손해율 상승 등 장기적으로 위험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데 보험사 임원 대다수가 단기 임기 내 실적 경쟁에만 몰두하다 보니 간편심사보험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험사들은 간편심사보험 시장의 과열 경쟁이 향후 민원 발생이나 손해율 상승 등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점에는 일부 동의하지만, 그럼에도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당장의 틈새시장을 포기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보험시장이 워낙 어렵고 힘들다 보니 더 이상 파이를 키울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과거에는 가입을 거절하던 유병자나 고령자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됐고, 최근 들어서는 3·2·5 원칙마저 깨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해당 상품의 판매가 활발하다는 건 그만큼 고객들의 수요가 있다는 것이고, 또한 해당 상품이 소비자의 구미를 당기는 좋은 상품이라는 방증이다”라며 “이러한 상품을 경쟁사가 적극적으로 팔게 되면 다른 보험사 입장에서도 두 손 놓고 있기는 힘든 입장이다 보니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인데 솔직히 추후 어떤 문제점이나 결과로 돌아올지는 알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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