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중소 생보사 판매 중단 및 축소...손해율이 원인?

[보험매일=김은주 기자] 급증하는 손해율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실손의료보험 상품 판매자체를 접는 보험사들이 늘고 있다.

특히 최근 1~2년 내 중소형 생명보험사를 중심으로 실손보험 판매 중단을 결정하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향후 실손보험 상품의 지속성과 안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실손보험 판매하는 생보사 9곳뿐

2003년 이전까지만 해도 실손보험은 손보사만 판매할 수 있던 상품이었다. 이후 생보사에도 판매가 허용됐다. 그런데 2008년부터 본격적인 상품 출시가 이어진 이래 10년 만에 일부 생보사들이 손을 터는 모양새다.

생명보험협회 공시 자료에 따르면 생보사 중 현재 실손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업체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미래에셋생명, 흥국생명, 동양생명, ABL생명, 신한생명, NH농협생명 등 9곳이다. 기존 실손보험 판매했던 17개 생보사 중에 현재 9곳 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특히 최근 3년 사이 실손보험 시장을 떠난 생보사만 5개 업체나 된다. 지난 2017년 8월 푸본현대생명이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한 이후 지난해 2월 KDB생명, 6월 DGB생명, 7월 KB생명 등 다수의 생보사들이 연이어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올해에도 실손보험 판매 중단 및 축소가 이어지긴 마찬가지다. 앞서 지난 4월 DB생명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으며, NH농협생명은 8월부터 온라인 채널을 통한 일부 실손보험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또한 오렌지라이프생명, 푸르덴셜생명, AIA생명, 라이나생명 등의 경우 일찌감치 수익성이나 경쟁력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본 후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 실손보험 팔수록 손해?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한 업체들은 저마다 상품 포트폴리오 정리 차원 등 나름의 이유를 내세우거나 아예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공통적으로 급등한 실손보험 손해율이 가장 큰 원인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한 대형사들은 손해율을 감당할 수 있는 여지가 큰 반면에 중소형 보험사의 경우 실손보험을 판매할수록 적자 경영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이라는 것이다.

생보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실손보험 기본형 및 특약 전체 합계 손해율은 업체별로 삼성생명 118.6%, 한화생명 114.9%, 교보생명 114.0%, ABL생명 114.5%, 흥국생명 116.8%, 미래에셋생명 118.5%, 동양생명 123.0%, 신한생명 121.9%, NH농협생명 129.3%으로 조사됐다. 손해율이 모두 100%를 훌쩍 넘는 상태다.

더욱이 올해 전체 보험사 상반기 손해율은 129.1%로, 수익성 문제가 심각했던 2016년(131.3%) 수준으로 급증하면서 더 이상 방치하면 실손보험 상품의 지속성과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본래 손보사 상품이었지만 영역이 허물어지면서 생보사도 팔게 된 것인데 주력 상품은 아니기 때문에 손보사 보다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것”이라며 “특히 중소형 생보사들의 경우 재정 기반이 워낙 약해 계속 손해가 날 것을 알면서도 판매를 강행하기 어려우니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반면 덩치가 큰 대형사들은 기존 고객을 지켜야만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실손보험을 당장은 중단하지 못한 채 계속 안고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실손보험 손해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험료 차등제 등 여러 대안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사람이 없으니 상황만 계속해서 악화되다 지속성에 문제가 생기면 결국 소비자 피해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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