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보호차원 목적, 법제사법위원회 수년째 계류 중

▲ 사진=국회 홈페이지 캡처

[보험매일=최석범 기자] 매년 보험업과 관련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고 있으나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되는 사례는 찾기 힘들다. 실제로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보험업법 개정안은 총 58개지만, 실제로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11개에 불과하다.

계류 중인 법률 개정안은 21대 국회로 넘어가면 자동으로 폐기되기 때문에, 동일한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려면 10인 이상의 의원 찬성을 받아야 하는 절차 등 수고가 필요하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보험업 관계자들의 절절한 요구가 담긴 수많은 법률 개정안이 폐기된 바 있다.

보험업 발전을 위해 발의됐지만 논의조차 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인 셈. <보험매일>은 보험업계가 눈여겨 봐야 할 보험업 관련 주요 법안을 소개한다. 여덟 번째는 제조물배상책임보험 가입 의무화 내용을 담은 제조물책임법 개정안(박용진 의원, 민병두 의원 대표발의)이다. <편집자 주>

◇제조물배상책임보험 가입 의무화 필요성 대두

제조물배상책임보험은 생소한 보험이다. 상품에 가입하는 대상이 일반 소비자가 아닌 제조물을 생산하는 회사다 보니 그렇다. 제조물배상책임보험(product liability insurance)은 배상책임보험의 한 종류로 제조물의 품질이나 결함으로 인한 사고 등으로 발생한 제조업자의 손해배상을 보상하는 보험이다.

이 보험은 몇 년 전 큰 관심을 받은 적이 있다. 살인 가습기살균제 사건 피해자들이 가습기살균제 제조업체인 ‘세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고 승소했지만, 정작 세퓨가 파산하면서 지급할 돈이 없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만약 세퓨가 충분한 한도의 제조물배상책임보험에 가입했다면 원고들은 소송에서 이기고 손해배상에 대한 위자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세퓨가 제조물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됐던 가장 큰 이유는 이 책임보험이 의무가입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조물에 의한 피해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국회 차원에서 소비자 피해구제의 일환으로 관련법들을 제출했다. 가장 대표적인 법률 개정안은 바른미래당 소속 박선숙 의원이 발의한 제조물책임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은 제조업자의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제조업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는 경우 피해자가 보험회사에게 보험금의 직접지급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해 제조물에 의한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 개정안은 지난 2017년 2월 국회 정무위원회의 의결로 체계 및 자구심사를 위해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선진국은 이미 가입 의무화, 법 개정 필요 목소리 커

이미 일부 선진국들은 제조업자들에게 제조물책임보험을 의무로 가입토록 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1988년 연방법으로 제조물책임법을 제정하고 제조업자와 수입업자에게 결함 있는 제조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손해배상금에 대비해 일정한 보험이나 보험과 유사한 적정한 절차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 역시 제조물배상책임보험 가입 의무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9월 진행된 한 토론회에서 황현영 연구위원은 “제조물에 대한 책임보험 가입률이 낮아 피해 발생에도 실질적 보상이 저조하다. 피해자의 실질적 구제를 위해서는 제조물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다만 기업 측은 보험료가 생산비로 취급돼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전가되고, 보험료 지급으로 분쟁 해결이 성행하면 보험률 상승과 보험료 인상이 우려된다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외국은 소비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배상책임법이 이생되고 있다. 소비주체인 소비자가 우선돼야 하지만, 현재 한국은 기업이 우선시 되는 경향이 있고 제도가 미비하다”면서 “제조물책임법의 통과는 소비자 배상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기업 스스로 소비자를 생각하는 문화가 조성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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