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대리인 청구제도 이용률 6.3% 불과...'의무화' 요구에 금감원 "검토 예정"

[보험매일=김은주 기자] 치매보험에 가입했어도 정작 치매가 발병한 뒤에는 의사소통 능력이나 인지 기능이 떨어져 보험금 청구가 불가능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복잡한 청구 절차를 처리하는 게 버겁게 느껴지고, 심한 경우에는 본인이 치매보험에 가입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를 대비해 치매보험에 ‘보험금 지정대리인 청구제도’가 도입됐지만 권고사항 일뿐인데다 대부분의 가입자들이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아 이용률이 극히 저조한 실정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해당 제도를 의무화 하는 방안을 검토 할 예정이며, 내년쯤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 “잊지 말자, 지정대리인 청구제도”

▲ (사진제공=PIXABAY)

계약자(피보험자)가 본인 스스로 보험금 청구가 어려운 상황, 예컨대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중증치매 발병 등을 대비 보험금을 대신 청구할 수 있는 인물을 가입 초기나 계약 유지 중에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보험금 지정대리인 청구제도라고 한다.

이렇게 미리 지정된 대리인은 계약자를 대신해서 증빙서류 등을 제출해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자격을 갖게 된다.   

보험사들은 해당 서비스를 특약으로 운용하고 있는데, 금융당국은 특히 보험금 청구 시 타인의 도움이 절실할 것으로 판단되는 치매보장 보험 상품에 한해 지난 2014년부터 대리 청구제도를 도입했다.

치매보험 상품의 약관을 개정해 가입 당시부터 보험금의 대리청구인을 지정할 수 있도록 보험금 청구방식을 바꾼 것이다.

또한 보장상품 약관에 보험금 대리청구인 지정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명기하고, 계약자에게 반드시 안내토록 했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보험국장은 “거동이 불편한 경우 본인이 직접 보험금을 신청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정대리인 청구제도’ 혹은 ‘대리청구인 지정제도’라는 이름의 제도가 생겨나게 됐다”며 “혼수상태 등 아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른 보험상품에서 필요한 경우는 많지 않아 치매보험과 관련 해당 제도가 많이 거론된다”고 말했다.

오 국장은 이어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해당 제도가 여러 보험상품에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그에 비해 치매보험에 한정돼 적용범위가 넓지 않고, 이 마저도 이용률이 크지 않아 문제”라고 지적했다.

◇ 커지는 의무화 요구, 금감원 "검토 예정"

실제 국내에서 현재 지정대리인 청구제도를 이용하는 치매보험 가입자들은 극히 적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보험사별 치매보험 지정대리인 청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기준 33개의 생명․손해보험사에서 누적 판매된 치매보험 280만4103건 중 대리청구인을 지정한 경우는 17만830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비율로 따지면 6.3% 밖에 안 되는 수준으로, 100명의 치매 환자 중에 93명은 본인이 직접 보험금을 청구해야 하는 셈이다.

지정대리인 청구제도 이용이 저조한 원인에는 대부분의 가입자들이 지정대리인 청구제도가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전재수 의원은 “치매보험 계약 시 지정대리인을 의무적으로 기입하도록 하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8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에 대한 전 의원의 지적이 나오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치매 보험 가입 시 지정대리인을 의무적으로 지정하는 제도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날 윤 원장은 “치매 보험 지정대리인 제도 의무화에 대해서 기본방향에서는 동의를 한다”고 긍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보험감리국 관계자는 “보험금 지정대리인 청구제도 의무화에 대한 검토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어떤 식으로 의무화해야 할지에 대한 방법을 연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양한 방법 중 한 가지가 선택된다면 의무화가 추진되긴 할 것”이라며 “아마 내년쯤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보험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