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의는 많이 오지만...” 제도 ‘허점’에 뒷걸음질 치는 가입자들

[보험매일=김은주 기자] 단체-개인 실손의료보험을 함께 가입하고 있는 중복가입자의 수가 줄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이 중복 가입에 따른 이중 지출을 줄이기 위해 ‘개인실손보험 중지제도’를 도입한 지 일 년이 지났지만 저조한 이용률로 인해 유명무실한 상태에 놓여있다.

◇ 이용률 고작 0.5%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부터 단체실손과 개인실손간 연계제도를 시행, 개인실손 중지제도를 도입했다.

▲ (자료출처=금융위원회)

개인실손 중지제도는 개인실손 가입자가 취직 등으로 단체실손에 중복으로 가입하게 되는 경우 보험료 이중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개인실손의 보험료 납입 및 보장을 중지시키는 제도다.

쉽게 말해 개인실손 가입자가 입사 후 단체실손에 자동 가입하게 되면 기존 개인실손을 잠시 중단할 수 있도록 하고, 세월이 흘러 퇴직할 시기가 되면 중단한 보험과 유사한 개인실손으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이다.

제도 취지만 보면 이중으로 나가는 보험료 지출을 주일 수 있는 유용성이 큼에도 정작 이용자 수는 많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이 보험사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 따르면, 개인실손 중지제도 이용률이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실손 중지 제도 시행 이후 2019년 8월말 현재 이용 건수가 6000여 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체-개인 실손 중복가입자 전체 125만 명 중 0.5% 밖에 해당하지 않는 수치다.

◇ “제도 활성화 안 되는 이유? 차고 넘쳐”

금융감독원 ‘실손보험 중복가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개인 중복가입자 수는 12만1000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30%가량 줄어든 반면에 같은 시기 단체 중복가입자는 127만1000에서 125만4000명으로 거의 줄지 않았다.

개인실손 중지제도를 이용하는 가입자가 많지 않으니, 실손보험 중복가입자 수도 눈에 띄게 줄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중복가입자들이 개인실손 중지제도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 배경에 대해 업계에서는 필요성을 전혀 못 느끼거나, 향후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우선, 가입자가 중지한 상품을 그대로 재가입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은 가장 큰 맹점으로 꼽힌다. 재개시점에 보험사가 판매 또는 보유 중인 상품만 선택이 가능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실손보험 보장 혜택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실손 중지제도를 이용하면 리스크가 오히려 크다는 것이다.

여기에 단체실손 보다 개인실손이 보장 범위나 내용이 좋은 경우가 많다보니, 회사에서 내는 보험료를 실제 이중부담으로 느끼고 있지 않는 중복가입자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개인실손을 중지할 이유와 필요성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재개시점에 유사한 보험상품을 가입시키도록 한다고 하지만 유사하다의 의미도 굉장히 애매할뿐더러 퇴직시기인 20~30년 뒤 실손보험 상품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상황이지 않느냐”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더욱이 재개시점에는 가입자 본인 나이도 훨씬 더 많은 상태가 되기 때문에 불안감이 클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개인실손 중지제도에 대한 고객들의 문의는 많다. 그러나 제도 내용을 자세히 설명 듣고 난 된 뒤에는 결국 중지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경우가 대다수다”라고 덧붙였다.

오히려 일부 가입자들이 개인실손 중지제도의 세부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이용했다가 뒤늦게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염려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해당 제도 내용을 자세히 모르고 개인실손을 중지한 가입자들이 향후 퇴직 시기에 똑같은 상품에 재가입이 가능할 것으로 오인하거나 예외 조항을 간과할 소지가 너무도 크다”며 “제도 취지는 좋으나 향후 민원 발생 여지가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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