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된 지 3개월, 투자결정까지 시간이 다소 걸릴 것”

[보험매일=최석범 기자]보험사의 핀테크 자회사 소유가 가능토록 규제가 완화됐지만, 정작 보험사들은 핀테크 기업 인수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모양새다. 인슈어테크(Insurtech)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보험사들이 기업 인수경쟁이 활발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금융당국에 핀테크 자회사 인허가를 신청한 곳은 전무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인슈어테크는 보험(Insur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핀테크(금융과 정보기술의 결합)의 한 영역으로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IT기술을 활용한 혁신적인 보험 서비스를 일컫는다.

인슈어테크가 도입되면 기존의 상품 개발, 계약체결, 고객 관리에 핀테크 기술이 적용돼, 보다 효율적이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예컨대 사물인터넷을 활용해 새로운 보험상품을 개발하고, 빅데이터를 분석해 보험영업대상을 추출해 계약심사를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피보험자 계약관리 과정에서 계약유지율 예측이 가능해지고 보험금 지급과정에서 보험사기 탐지 및 보험금 자동지급이 이뤄질 수 있으며 민원고객 예측과 챗봇을 통한 고객 응대 자동화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런 기대 속에 지난 6월 보험사의 핀테크 자회사 투자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개정 보험업법 시행령이 7월 1일자로 적용되면서 보험사는 금융위원회의 승인만 받으면 핀테크 자회사 지분을 전부 소유할 수 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핀테크 자회사는 보험사의 효율적인 업무수행을 위해 필요하고, 보험업과 관련된 것으로 인정되는 업무를 주로 하는 회사를 의미한다. 보험금 자동청구시스템을 개발하는 핀테크업체가 대표적인 사례다.

안타깝게도 현재(10월 2일 기준) 국내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 가운데 금융위원회에 핀테크 자회사 인수를 위한 인허가 신청을 한 곳은 없다. 최근 핀테크 기업 중 보험업과 관련된 기업(인슈어테크 기업 인바이유)을 인수한 기업은 보험사가 아닌 ICT 기업인 카카오페이였다.

인슈어테크에 관심이 많은 보험사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신한생명 정도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보험사들은 핀테크 기업을 인수하는 방법보다는 유망 핀테크업체와 업무협약(MOU)를 체결하거나 인슈어테크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투자를 하는 수준이다. 한화생명은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공유형 사무공간인 ‘드림플러스(Dream Plus)’를 서울 여의도 본사와 강남 사옥에 운영 중이다.

다만 보험사들은 단순한 투자를 넘어 핀테크 기업인수로 방향을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 생·손보업계 1위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유망 인슈어테크업체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위해 삼성벤처투자가 결성한 신기술사업투자조합(CVC)에 약 9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현재 자본금 납입은 완료된 상태로 투자 대상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업법 시행령이 개정되고 핀테크 자회사를 둘 수 있는 문이 열린 지 시간이 별로 안됐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투자를 바로 결정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현재까지 핀테크 자회사 인수와 관련해 인허가 신청을 한 보험사는 없다. 신청이 들어오지 않은 상태에서 관심 많은지 적은지 모른다.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회사들도 (핀테크 자회사 설립에 대한 검토를 하는데) 시간이 든다. 시행령 개정 전에 추진 전에 어려웠을 것이다. 지금 단계에서 (보험사들의 핀테크 자회사 인수에 대한 관심을)이렇다 저렇다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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